정 지 태대한의학회 회장
21세기에 들어와 어느새 20년이 훌쩍 넘어섰습니다. 21세기 첫해에 태어난 아기들이 성인기에 접어들었습니다. 완전한 디지털 세상을 살아온 이들을 위해 세상은 보다 빠른 속도로 변하고, 진보를 표방하던 X세대를 포함해, 베이비붐 세대, 산업화세대는 이제 이들의 눈에 보수 꼴통으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의료계도 이런 시대의 혁신적 변화에 앞서 가야 하는데, 의료계의 오피니언 리더그룹이 이런 생각을 가지고는 있는지 의문입니다.
의료윤리를 이야기하면 조선시대의 유교윤리나, 종교마다 자신들의 도그마를 주장하고 있고, 정치권은 20세기 후반 민주화 시대의 행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자신들의 기준으로 만든 교과서는 미래를 향한 시대정신을 배신하는 억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왜곡된 과거를 가르치는 것은 미래를 왜곡하는 일임을 잘 알고 있는 이들이 자신들의 진영 이득을 위해 교정을 외면하고, SNS를 통해 가짜 뉴스를 퍼트리며 여론을 왜곡 호도하고 있는 시대입니다. 이 점은 자칭 진보, 자칭 보수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이제 우리는 우리가 경험하지도 못할 가능성이 있는 미래의료 모습을 설정하고, 인류의 건강한 미래를 위해 알파세대와 함께 효과적으로 다다를 방법을 고민해야 합니다. 이제껏 우리가 해오던 의학교육 방식이 이 시대 이후에도 합당한 것인지 근본부터 따져볼 일이고, 진료 형태도 구태의연한 것은 아닌지 연구해보아야 합니다.
코로나 팬데믹의 습격으로 의료계만 어려운 것은 아닙니다. 이 시대를 살고 있는 모든 인류는 같은 위험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우리 모두 이 시대의 공통된 위협을 극복하고 인류의 건강과 행복에 힘을 보탤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우리 사회는 의료계를, 손에 쥐고 있는 어떤 기득권도 내려놓지 않고 자신의 밥그릇만 챙기는 집단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의 행동 방식에서 그 원인을 찾아 보아야할 것입니다. 그런 와중에도 의료계는 내부 갈등과 분열로 거의 모두 사안에 대해 다른 입장을 내보이는 집단들이 할거하고 있습니다. 의료계에 이득이 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국민 건강을 위해서도 도움되지 않는 일입니다. 내부에서는 의견이 대립되어 싸우더라도 합의를 이루어 외부에 내놓는 의견은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대통령 뽑아 놓고 일년도 안 되어 탄핵을 거론한다고 욕하면서도, 우리 내부에서도 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정치권을 욕하듯, 국민도 정부도 의료계를 비웃고, 욕하지 않을까요?
현재 우리의 눈앞에 놓인 문제 해결도 중요하지만, 미래 세대를 위한 올바른 방향 설정을 위한 연구와 노력이 절실합니다. 수많은 의료단체가 자리를 함께하며, 서로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고, 함께 공존할 방법을 찾고, 한 목소리를 내도록 노력하여야 할 것입니다.
의료계, 모두 똑똑한 사람들의 모임이지만, 사회적 지지기반이 든든하지 못합니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지 반성하고 현명한 판단을 하는 집단이 되도록 의료계의 리더십이 결집되어야 합니다.
새해라고 어렵던 일이 모두 풀릴 턱이 없지만, 우리 모두 그럴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한 목소리를 내기위해 양보하고 협조하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새해 아침 대한의학회장 정지태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