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혜 경 오픈씨어터 대표
‘오페라’하면 어떤 느낌이 떠오르시나요? ‘종합예술’, ‘어렵다’, ‘고상하다’, ‘재미없다’ 등등.. 오페라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는 쉽게 변하지 않는 듯합니다. 제가 처음 ‘오픈씨어터’를 설립한 이유도 그렇습니다. 오페라를 제작하는 사람도, 오페라를 관람하는 사람도 모두가 쉽고 즐겁게 즐길 수 있는 공연을 만드는 것이 저희 회사의 모토입니다. 오페라는 알면 알수록 매력적이고 재미있는 장르입니다. 오늘 오페라 ‘입문자’도 쉽게 즐길 수 있는 오페라를 몇 가지 소개하며 오페라를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관전 포인트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오페라, 어렵지 않아요
오페라(Opera)라는 어원은 라틴어로 작품을 뜻하는 오푸스(opus)의 복수형에서 왔습니다. 초창기 오페라의 형태는 ‘드라마 인 무지카(drama in musica)’ 즉 음악을 가미한 연극의 형태로, 1597년 몇몇 귀족들이 고대연극을 부활시켜보자 했던 움직임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따라서 초기의 오페라는 주로 고대 영웅이나 신화의 이야기를 담아 비극적이고 서사적이며, 화려한 무대효과를 지향했습니다.
그러나 18세기에 들어서며 점차 현실적이면서 일상적인, 그러면서도 세태 풍자적인 오페라인 오페라 부파(Opera Buffa)가 대중들에게 인기를 끌기 시작했습니다. 무겁고 심각한 오페라 중간에 환기를 위한 막간극으로서 시작했던 인테르메초(intermezzo)가 큰 호응을 얻게 되며 굳건한 하나의 장르로 자리를 잡기 시작한 것이죠. 현실적 삶을 소재로 웃음을 주면서도 당대의 현실이나 지배층을 풍자, 조롱하는 내용을 담아 마치 요즘 시대의 ‘안방극장 드라마’와 비슷한 역할을 했습니다.
오페라 부파의 정석, 모차르트의 오페라
모차르트의 오페라는 오페라 부파 중에서도 그 특징을 가장 잘 살린 오페라로 뽑힙니다. 일명 ‘다폰테 3부작’이라고 불리는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Le Nozze di Figaro>, <여자는 다 그래(Cosi fan tutte)>, <돈 조반니(Don Giovanni)> 일명 ‘막장 드라마’라고 할 법한 내용들을 담고 있습니다. 그러나 막장 드라마가 큰 호응을 불러일으키는 법이지요. 풍자적이고 재미있는 스토리, 등장인물들의 아름다운 아리아로 예술성까지 잡은 이 세 개의 오페라는 현재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으며, 세계에서 제일 많이 공연되는 오페라 TOP5에 들기도 합니다,
고전판 ‘부부의 세계’,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1782년에 작곡가 파이지엘로의 <세비야의 이발사>(로시니의 <세비야의 이발사>(1816)는 파이지엘로의 후속작)가 큰 흥행을 얻자 모차르트는 속편으로 <피가로의 결혼>을 만들게 됩니다. <세비야의 이발사>에서 피가로의 도움으로 온갖 난관을 거쳐 결혼에 성공했던 알마비바 백작과 로지나 커플이, 역시 결혼은 현실이라 했던가요, 눈만 마주치면 싸우는 그야말로 현실 부부의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반면에 피가로는 백작부인의 하녀 수잔나와의 결혼을 앞두고 있습니다, 엄청난 바람기로 로지나(백작부인)을 힘들게 했던 백작이 이제 수잔나에게까지 흑심을 품어 ‘초야권’을 명목 삼아 접근합니다. 이런 사실을 알게된 피가로는 수잔나와 백작부인과 연계해 백작을 당혹스럽게 만들고, 백작부인은 사과를 받아들여 남편을 용서하는 극적인 해피엔딩으로 끝나게 됩니다. 이 작품은 초연 당시 신분제도를 비판하는 요소들로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킵니다. 그러나 이 작품은 이후 프랑스 대혁명의 시발점이 된 주요한 작품 중 하나로 인정받게 됩니다.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에서 백작부인과 수잔나가 백작을 골탕먹이기 위해 편지를 쓰면서 부르는 ‘편지의 이중창(Sull’aria)’은 영화 <쇼생크 탈출>의 OST로도 쓰이며 명장면을 만들어내기도 했습니다.
여자의 마음은 갈대? 오페라 <코지 판 투테>
‘코지 판 투테(Cosi fan tutte)’라는 말은 ‘여자들은 다 그렇게 한다.’라는 뜻입니다. 이 오페라는 원작 소설이나 희곡이 없지만 당시 유럽 궁정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파트너간의 정절시험 사건을 토대로 한 것이라고 합니다. 이탈리아 나폴리의 사이좋은 자매 피오르딜리지와 도라벨라, 그리고 그들의 약혼자 굴리엘모와 페란도 간의 이야기를 그린 내용으로, 남자들은 그들의 나이 든 철학자 친구인 알폰소와 약혼녀를 두고 유혹의 내기를 벌이게 됩니다. 약혼자들은 알바니아의 돈 많은 귀족으로 변장을 하여 두 자매를 유혹하기 시작하고, 유혹이 통하지 않자 독약을 먹고 죽어가는 시늉까지 하며 여자들을 시험하는데, 결국 자매들은 유혹에 넘어가 심지어 상대의 연인에게 빠지게 됩니다. 결국 결혼서약서에 서명까지 하게 된 자매 앞에 변장을 풀고 나타난 두 남자! 자매는 약혼자들에게 변명을 늘어놓느라 바쁩니다. 이때 알폰소가 나타나 ‘이 일을 통해 모두들 현명해졌을 테니 이제 큰소리로 웃으면서 지난 일은 잊고 결혼하라’면서 각자의 원래 파트너와 짝을 지어줍니다. ‘낙천적인 사람은 행복하다’는 피날레와 함께 막이 내립니다.
조금은 황당할 수도 있는 결말이지만 이 스토리의 진짜 교훈은 ‘인간은 누구나 이성의 유혹에 약하며 상대의 실수에 대한 관용’을 나타낸 계몽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오늘 소개해드린 두 작품 모두 생각보다 가볍고 어쩌면 너무 과장됐다는 생각마저 들지 않나요? ‘오페라를 즐기려면 어떻게 해야하나요?’라는 질문에 대해 미리 공부해야 한다, 성악과 오케스트라 음악의 아름다움을 느껴라, 등 오페라를 더욱 어렵게 느끼게 하는 많은 상투적인 답변이 오가곤 합니다. 그러나 결국 오페라도 하나의 ‘엔터테인먼트’입니다. 무겁고 진지한 마음으로 오페라를 관람하는 것이 아니라, 드라마를 보듯이 화려한 볼거리와 재미있는 이야기 한 편을 즐긴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오페라와 만난다면, 오페라와 더욱 가까워지고 친해질 수 있답니다.
더 많은 관객이 오페라를 사랑하게 되는 그날까지, 오픈씨어터는 올해도 다양한 공연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오픈씨어터와 함께하는 다양한 공연도 기대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