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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EWSLETTER No.144 December 2022

기획특집 - 공공의대 찬반양론

◎ 국립의학전문대학원의 설립을 둘러싼 오해와 진실

임 준서울시립대학교 도시보건대학원

20대 국회부터 21대 국회까지 의사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법률안이 국회에 상정되고 있다. 이들 법률안은 보건복지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국립의학전문대학원 설립에 관한 법률안부터 지역의 공공의과대학 설립 관련 법률안까지 다양한 이름으로 발의되고 있다. 그런데, 이들 법률안은 그 입법의 취지와 내용에 있어서 상당한 차이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동일 잣대로 평가가 이루어지면서 별반 관련이 없는 비판이 특정 법률안에 쏟아지고 있다. 특히, 지역의 의사 인력 부족 문제가 심각해지고 지역의사제 정책이 의제화 되면서 이러한 정책과 관련성이 크지 않은 국립의학전문대학원 설립 법률안에 불똥이 튀어 실제 입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실 국립의학전문대학원은 현재의 의과대학 선발 정원을 늘려 설립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대학 비리와 질 낮은 교육 문제로 폐교된 서남의대의 선발 정원을 이어받아 국가에 필요한 인재 양성을 위해 설립이 추진되고 있다는 점에서 지역의 공공의대 설립과 별로 상관이 없다. 제대로 된 교육실습 병원도 갖추지 못한 채 졸속으로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다룰 의사를 양성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기에 서남의대의 폐교는 당연한 결정이었다고 할 수 있는데, 이 때 남게 된 서남의대 정원만큼을 활용하여 국립의학전문대학원을 설립하여 국가의 공공보건의료 핵심 인재를 선발하고 양성하고자 함은 매우 합리적인 정책 결정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코로나19와 같은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보건의료 안전망을 적극 구축해야 할 정부의 책무성이 커지고 있다는 상황에서 더욱 더 필요한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흡사 국방의 핵심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사관학교를 설립 운영하는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

그러나 국립의학전문대학원 설립에 관한 논의 과정에서 지역의 필수의료를 담당할 의사 인력의 절대적 부족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지역의 공공의대 설립과 의사 면허를 담보로 의무복무를 해야 한다는 지역의사제의 도입이 함께 논의되면서 국립의학전문대학의 설립 취지가 왜곡되고 수많은 억측이 발생하였다. 지역에 의사가 부족한 원인이 양적 부족에 기인한 것인지, 분포의 왜곡에 기인한 것인지에 대한 논쟁이 국립의학전문대학원 설립 과정에서도 쟁점으로 등장했다. 또한, 지역의사제를 연결시켜 취약 지역에 10년 간 의무복무를 시킨다는 것이 헌법상의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인지와 실제 지역의 의사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실효성이 있는지에 대한 비판도 국립의학전문대학원 설립의 부당함을 지적하는 주장으로 등장했다.

그렇지만, 국립의학전문대학원은 설립의 취지와 목적이 지역의 공공의대 설립과 완전히 결을 달리 한다는 점에서 지역의 공공의대 비판으로부터 자유롭다. 정원이 추가로 늘어나는 것도 아니고 배출된 의사 인력이 취약한 지역에서 일하는 것이 아니라 중앙부처의 의무사무관부터 국가중앙병원의 전문인력에 이르기까지 국가 차원에서 필요한 인재 등용의 한 축으로 자리 잡게 된다는 점에서 취약지 인력 부족 문제의 해결 방안과는 완전히 다른 정책 방안이다. 물론, 의무 복무의 문제와 교육의 질을 담보할 수 있느냐의 문제는 쟁점으로 남을 수 있다. 당연히 헌법상의 권리를 침해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아야 하겠지만, 그래도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한다는 점에서 다른 사관학교 졸업생과 마찬가지로 의무복무의 필요성은 존재할 것이다. 다만, 인재 양성에 있어서 국가적인 차원의 적극적인 정책 비전을 갖는다면 굳이 면허와 결부할 필요 없이 경제적 패널티만으로도 실효성 있는 장치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국가가 핵심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목적에서 재정 투자를 하는데 질적 수준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는 기우에 불과할 것이다. 더욱이 국립중앙의료원, 국립암센터, 국립정신건강센터, 국립재활원, 보훈병원 등 국가가 막대한 재원을 투자하여 운영하고 있는 국립병원들을 활용하여 임상 교육을 실시하게 된다는 점, 보건복지부, 질병관리청 등 보건의료 정책의 컨트럴 타워에서 정책 교육을 실시하게 된다는 점에서 질적 문제가 발생할 리 난무하다. 오히려 추가적인 부속 병원 설립 없이 질 높은 의학교육을 실시하고 우수한 인재를 양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율적인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쟁점은 지역의 공공의대 설립과 지역의사제 도입의 필요성에 맞추어질 것이 아니라 국가가 핵심 인재를 양성하기 위하여 국립의학전문대학원을 설립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한 논의로 모아져야 한다. 그 필요성을 정리하면, 먼저, 의사 인력의 양성과 관리는 국가의 핵심 역할이라는 점에서 이를 가능하게 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을 확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국민의 생명을 책임지고 있는 의사 인력의 양성은 국가의 본연의 역할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정원을 결정하는 것 이외에는 국가의 역할이 별로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배출되는 의사 인력의 상당수가 사회가 필요한 분야와 지역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만드는 기전이 없는 상황에서 국가의 핵심 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은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기존의 대학체제에서 의사 인력을 양성하는 틀이 아닌 국가에서 필요한 의사 인력을 직접 선발, 양성, 배출, 관리하는 의사 인력 양성의 파이프라인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둘째, 양질의 필수의료 제공 및 공공보건의료의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해서 국립의학전문대학원 설립이 필요하다. 제2차 공공보건의료기본계획에서 제시된 응급, 외상, 중환자, 심뇌혈관질환, 고위험산모, 신생아, 감염병 등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관한 양질의 필수의료를 전 국민에게 평등하게 보장하기 위해서는 필수의료서비스를 직접 제공하면서 필수의료에 관한 기획, 조정, 연계 기능을 총괄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역량을 갖춘 공공보건의료 전문인력의 양성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기존 의과대학의 교육목표와 졸업역량 측면을 고려할 때에 기존 대학 체계로는 공공보건의료의 가치와 미션을 실현할 수 있는 전문인력의 양성이 불가능하다. 공공보건의료 전문가 양성을 기준으로 볼 때에 기존의 국립의대 졸업자와 사립의대 졸업자 간 차이가 없고, 대부분의 전문인력이 국가가 필요로 하는 분야에서 활동하기보다 시장의 수요가 많은 분야에 진출하고 있으며, 정부 정책을 주도할 만한 역량 확보가 어렵다는 점에서 국립의학전문대학원을 통해 독자적인 양성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셋째, 국립중앙의료원, 국립암센터, 국립정신건강센터, 국립재활원 등 정부가 설립한 국립병원들이 명실상부한 국가중앙병원으로 역할을 위해서도 국립의학전문대학원의 설립이 꼭 필요하다. 국가중앙병원에 우수한 의료진을 확보하는 데에 국립의학전문대학원 설립이 중요한 전기를 마련할 것이고, 국가중앙병원의 우수한 인력을 지속적으로 재생산하는 데에도 국립의학전문대학원의 설립이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중앙부처에 정책적 역량을 충분하게 갖춘 의무사무관을 배치하고, 세계보건기구 등 국제보건기구에 한국의 우수한 인재를 파견할 수 있는 보고가 될 것이 확실하다.

필수의료를 담당할 의사 인력의 부족 문제, 특히 지역의 의사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와 의료계의 사회적 논의는 지속되어야 하고 이를 통해 합리적인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렇지만, 이러한 논의가 국립의학전문대학원의 설립 문제로 확대되는 것은 전혀 합당하지도 않고 생산적 논의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될 뿐이다. 만약 국립의학전문대학원의 설립 과정에서 원래의 취지에 벗어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면 실제 설립 과정 전반에 의료계를 대표하는 의협의 참여를 전제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 이사회 구성부터 의학교육과정의 구축 전반에 걸쳐서 의협과 의학교육학계의 참여가 전제된다면 이러저러한 우려의 불식이 가능할 수도 있을 것이다.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위기 상황이 반복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국가의 핵심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노력에 모든 구성원이 고민을 집중할 때이다. 정부와 의료계의 전향적인 논의의 진전을 기대해 본다.

※ 본 기고문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공공(公共)’이라 쓰고 ‘공멸(共滅)’이라고 읽는다.

문 석 균의료정책연구소 연구조정실장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국민들이 ‘공공’이라는 단어를 보면 좋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공공’의 사전적 의미는 국가나 사회의 구성원에게 두루 관계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공공’이 들어간 사업들은 사회 전체의 필요성과 이익에 직결됩니다. 따라서 ‘공공’에는 ‘공익(公益)’의 개념이 수반될 수밖에 없고, 사회 구성원들에게 공개되어 평가를 받을 때 비로소 진정성이 확보됩니다. 따라서 ‘공공’이 들어간 사업들은 처음 계획을 세울 때부터 철저한 준비와 평가를 해야 합니다. 많은 돈을 쓰고도 국가나 사회 구성원에게 도움이 되질 못하면 그만큼 국민들에게 세금이라는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11월 21일에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총 52개의 법률안을 상정하고 교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회부를 했습니다. 이 중에는 더불어민주당 소병철 의원이 대표 발의한 ‘전라남도 내 의과대학의 설치 및 공공의료인 양성을 위한 특별법안’과 국민의 힘 성일종 의원이 대표 발의한 ‘국립공주대학교 의과대학 설치에 관한 특별법안’이 포함되었습니다. 두 법안 모두 국가가 일정 부분 교육비를 지원하고 10년간 해당 지역에서 공공보건의료기관 또는 공공보건의료 업무에 의무적으로 복무하도록 규정한 내용이 포함되었습니다. 그런데 과연 공공의대가 없어서 지방에서 근무하는 의사 수가 부족해졌고, 코로나19를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으며, 아산병원의 안타까운 간호사 사망사건이 일어났을까요? 단순히 의사 숫자가 적어서 일어난 일이라면, 우리나라 의료는 지금 후진국 수준이어야 하고 국민들은 질병으로 고통을 받고 있어야 합니다. 물론 공공의료체계를 다시 정립하고 구축하고자 하는 정부나 국회의원들의 고민을 의사들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단순하게 의사 수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기 때문에 대한의사협회가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의정협의체에서 의대 증원을 논의하기로 한 것입니다.

무너져가는 공공의료체계를 다시 세우기 위해서는 의사 수를 늘리는 것보다 먼저 준비하고 대비해야 할 부분들이 있습니다. 첫째, 공공의료기관이라 불리는 국립대학병원이나 지방의료원이 ‘공공’의 역할을 제대로 하도록 유도와 감독을 해야 합니다. 공공의료기관은 민간의료기관에서 하기 힘든 감염병 대비 인프라를 만들고 소외계층을 위한 진료에 매진해서 공공의 의료를 담당해야 하는데, 현재 공공의료기관은 민간의료기관과 진료 경쟁을 하고 있어서 차별화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정작 공적으로 필요할 때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공백을 민간의료기관이 어느 정도 담당하고 있는데 이제는 민간의료기관에서 하는 공공의료의 역할을 줄이고, 공공의료기관이 진정한 공공의료를 담당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둘째, 중증의 환자들을 지방에서도 충분히 치료할 수 있도록 지역별로 병상 총량제를 실시하고 거점의료기관을 육성하는 등 의료전달체계를 다시 정립해야 합니다. 현재도 지방의 의료원은 적자 상태입니다. 국토가 좁고, 자유방임형 의료체계인 우리나라에서는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입니다. 고속철도를 타면 수도권 병원에서 당일진료가 가능하기 때문에 지방에 공공의대와 공공의료기관을 많이 세운다고 해서 국민들이 이용하지 않습니다. 공공의대를 설립하고 의사를 양성하는 데는 많은 비용이 소요됩니다. 이 비용은 한 번에 끝나지도 않고 공공의대가 존속되는 동안 세금이 계속 쓰이기 때문에 세금 낭비는 불 보듯 뻔합니다. 셋째, 의사들이 지방에서 근무하고 싶도록 사회적 환경이 조성되어야 합니다. 정부부처나 공기업들이 지방으로 이전한다고 할 때, 수많은 직원들이 그만두는 상황을 우리는 목도했습니다. 어렵게 들어간 안정적인 직장을 포기할 정도로 지방에서 근무하고 싶어 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그곳에서 아이를 키우며 살고 싶은 생각이 들만큼 교육, 문화, 교통 등 사회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들도 지방에서 근무하고 싶지 않은데, 의사는 의무복무기간을 두면 불평 없이 근무할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말이 안 됩니다. 의무복무기간만 채우고 나가려고 할 것입니다. 결국 그 공공의대가 있는 지역은 의무복무기간을 채우려는 수련의사만 남아있게 됩니다. 이것이 과연 그 지역 국민들이 원하는 양질의 의료서비스일까요? 의사를 강제로 묶어두는 것이 아닌 여러 유인책을 개발해서 자발적으로 지방에 근무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넷째, 지방 환자에 대한 이송 체계를 개편해야 합니다. 어디에서 치료를 받아도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안전하고 빠르게 이송할 수 있다는 믿음을 국민들에게 주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헬기와 구급차를 이용해 시도의 행정구역을 넘나들며 환자를 이송할 수 있어야 하고, 이를 수행할 119(소방청)의 역할을 강화해야 합니다.

의사 수가 증가하는 비율을 보면 2010~2020년 기준 OECD 국가의 경우 연평균 1.4%인데 반해서 우리나라는 연평균 2.4% 증가합니다. 의사 수가 충분히 빠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단순히 의사 수를 늘리는 것에 대해 우리는 좀 더 신중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성급하게 결정하고 진행할 경우, 간신히 버티고 있는 현재의 의료시스템도 무너져서 국민들의 생명이 위협받을 수 있습니다. 위와 같은 방법들을 먼저 시행해 보고 나서, 공공의대 신설에 대해 고민을 해도 늦지 않습니다. 당장 눈앞의 이익을 쫒지 말고 멀리 내다봐야 다 같이 망하는 길로 가지 않습니다. 밑 빠진 독에 아무리 물을 부어도 독은 차지 않습니다. 공공의대 설립과 유지를 위해 천문학적인 세금이 들어가는 정책은 원점에서 다시 고민해야 합니다.

※ 본 기고문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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