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재 경건국의대 가정의학
지난 10월 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는 국가적인 위기 상황으로 깊은 슬픔과 많은 아쉬움 속에 여러 가지 조사가 진행 중에 있다. 끔직한 순간을 되돌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만 불가능한 일을 바랄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그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자신의 역할을 다한 의사 및 의료진의 활약이 알려져 여러 귀감이 되었다. 하지만, 내가 의사로서 현장에 있었다면 잘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의사가 병원 내에서 여러 의료 행위를 함으로써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것은 당연한 책무이며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는 일이다. 하지만 비행기 안이나 길거리 등의 병원 밖에서 응급상황이 발생할 경우 또는 의사가 필요하다고 도움을 요청받는 경우 자신의 전문영역이 아닌 상황이면 의사로서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적절한 의료 행위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해 두려움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에 병원 밖에서 생기는 응급 의료상황에 대한 대처를 어떻게 할지 알아 두는 것이 필요하겠다.
병원 밖에서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현장에서 즉시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응급처치는 의료기관으로 이송되기 전 일시적으로 시행되는 조치뿐만 아니라 적절한 회복을 도모하는 모든 과정을 포함한다. 응급처치의 첫 번째 과정은 응급상황을 인지하고 응급처치가 필요한지 판단하는 것이다. 응급처치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관련된 사람들에 대한 안전성 평가를 해야 한다. 응급처치를 하기에 위험한 상황인지 아닌지를 평가하여 안전하게 처치할 수 있는 상황을 확보한 후 응급처치를 시작해야 한다. 만약, 교통사고로 도로 한가운데 있거나 재난 상태가 진행중이라면 먼저 응급처치를 하기에 안전한 장소로 이동해야 한다. 응급처치를 하기에 안전한 상황이라고 판단되면 119나 응급전문기관으로 연락하고 환자의 상태를 평가하여 어떤 응급처치를 시행해야 할지 결정해야 한다.
심정지가 있다고 판단되면 기본 심폐소생술을 시행한다. 인공호흡이 가능한 경우에는 먼저 기도를 확보한 상태에서 2회의 인공호흡을 실시하며 가슴압박과 인공호흡 비율을 30회:2회의 비율로 구조대가 도착할 때까지 지속한다. 만약 인공호흡을 하기 여의치 않으면 가슴압박만을 시행한다. 성인의 경우 가슴압박의 속도는 적어도 분당 100회 이상을 유지해야 하지만 분당 120회를 넘지 않아야 하며, 압박 깊이는 약 5cm를 유지하고 6cm를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소아 및 영, 유아의 경우 성인과 체구가 다르므로, 한 손만을 이용한 가슴압박이나 두 개의 손가락을 이용한 가슴압박을 시행한다. 자동제세동기(Automated External Defibrillator, AED) 이용이 가능한 경우에는 심폐소생술을 지속하면서 AED를 적용하여 제세동이 가능한 심장리듬인지 분석하여 가능한 경우라면 제세동을 시행한 후 심폐소생술을 시작하고 제세동이 필요하지 않은 경우라면 심폐소생술만을 지속한다.
기도폐쇄가 있다고 판단되면 의식이 있는 성인 환자의 경우에는 먼저 기침을 하도록 하고 기침을 할 수 없는 경우에는 복부 밀어내기 방법(하임리히법)을 시행한다. 환자를 세우거나 앉히고 뒤에 서서 환자의 허리를 팔로 감고 한 손으로 주먹을 쥔 후 주먹 쥔 손 엄지손가락 부분이 환자의 배꼽 위와 명치끝 가슴뼈 아래쪽 사이의 정중앙에 오도록 하고 주먹 쥔 손을 나머지 한 손으로 포개어 감싸 쥐고 환자의 복부 안쪽으로 주먹을 누르며, 위를 향해 빠르게 복부를 밀쳐 올린다. 이때 명치 부위를 압박하지 말아야 한다. 이물질이 제거되거나, 환자가 숨을 쉬거나 혹은 기침을 하면, 복부 밀쳐 올리기를 중단하고 환자가 다시 자유롭게 호흡을 하는지 지켜보도록 한다. 시행 중에 환자가 의식을 잃으면 복부 밀어내기 방법을 중단해야 한다. 의식이 없는 경우에는 심폐소생술을 시행한다.
물에 빠진 후 구조된 경우에는 먼저 의식과 호흡, 맥박을 확인하여 환자의 호흡과 맥박이 확인되면 옆으로 눕힌 후 얼굴을 돌려 자연적으로 구토물이 배출되도록 회복자세를 취한다. 체온이 급격하게 떨어져 있는 경우 구조 직후 바로 젖은 의복을 신속히 벗긴 후 마른 의복으로 갈아 입히거나 모포나 담요를 덮어 주어 저체온증에 빠지지 않도록 한다. 목뼈와 머리에 심각한 손상이 있을 가능성을 고려하여 가급적 머리와 목이 움직이지 않도록 고정하고, 환자의 체위를 변경하지 않고 똑바로 고정하도록 합니다. 구강 내 이물을 제거하기 위하여 손가락을 입 안으로 넣어 훑어내는 행위는 오히려 구역 반사를 더 자극하고, 구강 내 이물을 더 깊이 입안으로 집어넣어 더욱더 위험에 빠뜨릴 수 있으므로 하지 않도록 한다. 환자가 의식이 없는 경우, 간혹 마신 물을 빼내기 위해 환자의 배를 눌러 물을 빼려고 시도하기도 하는데, 이러한 시도는 오히려 위장관 파열과 같은 예기치 않은 부작용으로 인해 더욱 환자의 상태를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
열사병, 열경련 등의 온열질환으로 판단되는 경우에는 통풍이 잘 되는 그늘이나 에어컨이 작동되는 실내로 이동한 후 가능한 빨리 몸을 차게 식히는 것이 우선이다. 옷을 벗기고 노출된 피부에 물을 뿌리고, 부채나 선풍기 등으로 몸을 식힌다. 얼음주머니가 있을 경우에는 주머니를 경부, 겨드랑이 밑, 서혜부(대퇴부 밑, 가랑이 관절부)에 대어 피부 아래에 흐르고 있는 혈액을 차갑게 한다. 의식이 없는 경우에는 질식의 위험이 있으므로 절대 물을 먹여서는 안 된다.
응급처치 후에는 환자 상태가 회복되었다 하더라도 응급 의료사항이 완전히 해소되었는지 현장에서 판단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반드시 119 구조대에 인계하거나 의료기관을 방문하도록 하여 정밀한 평가와 전문적 치료가 시행되도록 해야 한다.
김 상 범경희의대 신경과학
의사국가시험에 합격하면 취득하는 의사면허증은 의료법 제5조에 근거하여 보건복지부장관으로부터 교부받는데 의료법 제5조 제1항은 의과대학 또는 의학전문대학원 졸업의 자격조건을 규정하고 있다. 이후 선택에 따라 전공의 수련과정을 거친 다음 전문의시험에 합격하면 의료법 제77조에 근거하여 전문의 자격증을 역시 보건복지부장관으로부터 받는다. 의사는 면허이고 전문의는 자격인 셈이다. 면허는 특정한 일을 할 수 있는 독점적인 자격을 행정 기관이 허가하는 일로 알려져 있다. 지금은 사라진 사법고시는 누구나 법을 공부하면 응시할 수 있었으나 의사국가시험은 의과대학 또는 의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해야 응시 가능하고 변호사시험을 보려면 로스쿨을 졸업해야 한다. 대한민국 의사면허 체계는 의사의 독점적인 지위를 인정하는 듯 보이지만 의료법 제15조 1항의 의료계약 조항을 보면 정당한 사유 없이는 환자의 진료요청을 거부할 수 없다고 하였고,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이하 응급의료법) 제6조 2항에서도 업무 중에 응급의료를 요청받거나 응급환자를 발견한 때에는 즉시 응급의료를 해야 하며 정당한 사유 없이는 응급의료를 거부하거나 기피하지 못한다고 하여 의료를 민법상 계약자유의 원칙에서 배제하고 있다.
지난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에서 발생한 다수 인명의 압사 사망 사고에서 의사를 포함한 많은 의료인과 일반인들이 심정지 상태의 희생자들에게 심폐소생술을 시행한 바 있다. 본 원고에서는 병원 밖에서의 의료 자원이 제한된 응급상황에서 의사가 응급처치를 했을 때의 법적인 문제를 살펴 보고 실제 있었던 사안을 간추려 보고자 한다.
응급환자는 응급의료법 시행규칙 제2조의 1호 별표 1에 있는 응급증상(신경학적: 급성의식장애 등, 심혈관계: 심폐소생술이 필요한 증상, 급성호흡곤란 등)이 있는 환자이며 응급의료법 제2조의 1호에 기술되었듯이 각종 사고 및 재해로 인한 부상이나 기타 위급한 상태로 인하여 즉시 응급처치를 받지 아니하면 생명을 보존할 수 없거나 심신상의 중대한 위해가 초래될 가능성이 있음은 의사면허가 있는 의사라면 법조문을 몰라도 의식 상태 및 신체 활력징후로 응급처치가 필요한 응급환자임을 바로 인식할 수 있다. 문제는 병원 밖에서 응급상황이 발생하였을 때 제한된 의료자원의 환경에서 의사가 적극적으로 응급처치를 취하였을 경우 응급환자의 추후 상태에 따라 의사가 져야 할 책임의 범위다. 이에 대해서는 응급의료법 제5조의2 선의의 응급의료에 대한 면책 조항에서 언급되는데 응급의료 또는 응급처치를 제공하여 발생한 재산상 손해와 사상에 대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 그 행위자는 민사책임과 상해에 대한 형사책임은 지지 않지만 사망에 대한 형사책임은 감면한다고 되어 있다. 즉 사망가능성이 큰 중증응급환자에 대해 가능한 범위에서 최선의 응급의료 및 처치를 하였을 때 결국 환자가 사망하였다면 형사책임이 면제되는 것이 아니라 감면되며 또한 운좋게 환자가 살았어도 상해 상태가 생기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음을 응급의료종사자가 입증해야 한다.
2018년 5월 경기도 소재 모한의원에서 봉침 시술을 받은 30대 여자 환자가 아나필락시스 쇼크로 사망한 사건이 있었는데 이 과정에서 한의사를 도와 응급처치를 하던 같은 층의 가정의학과의원 의사에게 사망환자의 유가족이 9억원대의 민사소송을 건 적이 있다. 2년에 걸친 재판과정을 거쳐 법원은 한의사의 의료과실만을 인정하였고 에피네프린, 덱사메타손, 푸라콩 등을 투여하며 최선의 응급처치를 한 가정의학과 의사에게는 응급의료법 제5조의2를 적용하여 민사책임을 지우지 않았다. 그러나 재판과정에서 해당 가정의학과 의사가 감내해야 했을 온갖 고충과 응급 환자를 살리기 위해 뛰어든 의사에게 돌아오는 서늘한 소송 그리고 유가족이 형사소송을 했을 경우의 수를 생각하면 아찔하기만 하다.
2022년 7월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은 응급처치 중 환자가 사망할 경우, 고의 또는 중과실이 없는 경우, 형사책임을 면제해 응급의료행위자의 법적부담을 해소하는 내용이 담겨 있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바 있으며 대한의사협회는 형사책임 면제범위를 전체 진료현장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의견을 개진하였다. 이 개정안은 12월 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제2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하였는데, 응급의료종사자가 업무수행 중이 아닐 때 실시한 응급의료 또는 응급처치에 대해 환자가 사망한 경우에도 형사책임을 면제하는 내용이 들어 있기 때문에 개정안의 귀추가 주목된다.
이러한 와중에 이번 이태원 참사에 현장으로 출동한 의료진들을 대상으로 경찰청 특별수사본부가 응급의료가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즉 중대한 과실이 없었는지 수사하고 있다. 의사에게 주어진 선량한 관리자의 의무와 주의 의무를 다하여도 고귀한 생명을 보존하기가 쉽지 않은 중증응급상황에서 최선을 다한 의료진에 대하여 중대 과실을 수사하는 현실은 생명은 고귀하게 여기되 생명을 소중히 진료하는 의료진은 박대하는 인지부조화로 생각된다. 응급상황에서 의료진이 주도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의료진을 위한 법적인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것만이 다재난 시대에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첩경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