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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EWSLETTER No.144 December 2022

POM (People of Month)

- 난치성 질환을 극복하기 위한 IMGT의 새로운 도전: 집속형초음파와 항암약물 병행치료

이 학 종㈜아이엠지티 대표이사

통계청의 ‘2021년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한국인의 사망원인 중에서 압도적인 1위는 암(cancer)입니다. 전체 사망자 317,688명 중 82,688명 (26%)이 암으로 사망했습니다. 사망자 4명 중 1명은 암으로 사망한 것입니다. 인구 10만명당 암으로 인한 사망자수는 161명으로, 2위인 심장질환 (61명), 3위인 폐렴 (44명), 4위인 뇌혈관 질환 (44명)을 모두 합친 것보다 더 많습니다.

이처럼 암으로 인한 사망자가 많기 때문에 그동안 수많은 치료제와 치료법이 개발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난치성 암들이 여전히 많이 존재합니다. 대표적인 난치성 암인 췌장암(pancreatic cancer)은 5년 생존률이 전세계적으로 5% 정도로 매우 낮습니다. 그 이유는, 췌장암을 조기 발견하기 힘들고 발견 당시 수술적 치료가 가능한 환자는 20% 정도 밖에 되지 않는데다 섬유조직이 풍부하고 혈관분포가 적기 때문에 항암 약물 전달률이 극히 저조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1992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한 이후 영상의학을 전공하면서 평생을 영상의학 전문의로 살아 왔습니다. 진단용으로만 주로 사용되는 여러 영상의료기기들을 난치성 질환 치료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라는 고민을 하던 중, 2000년대초에 하버드 의대에서 발간한 논문을 접한 이후 집속초음파기술과 나노입자를 결합한 새로운 치료방법의 가능성에 대해 확신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90년대 초반 제가 전공의 수련을 받을 때만 해도 1cm 크기 정도를 겨우 진단할 수 있었던 영상의료기술이 현재는 0.1mm 크기도 식별해 낼 수 있을 만큼 발전하였습니다. 어떤 병변을 볼 수 있다는 것은 그 병변에 집중적인 치료를 할 수 있으므로 영상 유도하 치료 기술(Image guided therapy)은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최대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혁신적인 치료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회사명도 IMGT (IMage Guided Therapy)라고 지었습니다.

고강도 집속형 초음파 수술기(HIFU: High Intensity Focused Ultrasound)는 고강도로 집속된 초음파를 이용하여 주변장기 및 조직의 손상 없이 체내 국소 조직 또는 신경을 열로 소작시키는 체외 적용 비침습적 의료기기입니다. 주로 자궁섬유종, 전립선암, 간암과 같은 악성 종양 치료에 적용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고열을 발생시켜 종양조직이나 신경을 소작시키는 HIFU 단독치료요법은 주변 장기나 조직에도 열 손상을 줄 수 있는 위험이 큽니다. 따라서 주변에 장기가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는 췌장에 적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위험부담을 느끼는 시술자가 많고 실제 열에 의한 심각한 합병증이 보고되기도 하였습니다.

최근에는 비교적 낮은 에너지(duty cycle pulse)로 목표하는 종양 조직에 열 발생 없이 세포장벽에만 변형을 주는 Pulsed HIFU를 이용한 항암제 병행치료 연구가 활발하게 보고되고 있습니다. Pulsed HIFU와 항암제 병행요법은 항암제의 작용을 췌장암 부위에만 특이적으로 작용하게 하여 항암제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암세포 사멸에 대한 항암제의 효과를 상승시킬 수 있습니다. Pulsed HIFU는 초음파천공법(Sonoporation)에 의해 목표(Target)하는 암세포의 세포막을 깨뜨려 약물이 암세포 내로 전달될 수 있도록 돕는 작용을 합니다.

집속형초음파와 항암약물 병행치료방법 연구를 진행할수록 이러한 기술이 암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에게 직접 사용되기 위해서는 대학이나 병원의 벤치에서가 아니라 직접 사업화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타겟 암세포 부위에 기존 항암제를 안전하고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나노전달체(carrier)’도 필요하고, 약물전달용에 최적화된 전용 집속형초음파기기도 직접 개발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사업하는 친구들에게 창업에 대해 자문을 구해보면 돌아오는 답은 대부분 부정적이었습니다. 그냥 편하게 대학병원 교수하면서 살지 왜 굳이 사서 고생을 하려고 하느냐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진료를 통해 환자를 돌보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하여 보다 많은 환자들에게 혜택을 주고 싶었습니다. 난치성 암을 치료하는데 새로운 단초를 제공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는 일이라는 생각에 오랜 망설임과 준비 끝에 2010년 창업을 결행하게 되었습니다.

대한민국은 초음파 관련 산·학·연 인프라가 세계적으로 우수한 나라입니다. 메디슨 회사 창업자 고 이민화 회장님을 비롯한 수많은 산업계 인재가 있고, 대학교와 연구소의 축적된 기술 역량도 초일류급입니다. 또한 초음파에 대한 의료지식과 경험도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탄탄한 초음파 기술을 기반으로 여기에 나노입자 제조기술, 제약산업과 관련된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결집시켜 현재까지 아이엠지티를 성공적으로 이끌어올 수 있었습니다. 저희 회사 기술의 가능성을 믿어준 투자자들 덕분에 시리즈C까지 순조롭게 연구개발 자금을 유치하였습니다. 현재 1개 파이프라인의 임상을 진행중이며 조만간 2개 파이프라인이 추가로 임상에 돌입하게 됩니다. 수많은 실험과 시행착오 끝에 검증된 저희 회사의 독자적인 기술을 바탕으로 다양한 외부 파트너들과 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초기에는 난치성 암에 집중하였으나, 치료초음파 기술에 연구 경험이 발전하면서 요즘 주목받는 면역 치료, 뇌질환 치료, 유전자 치료 뿐만 아니라 만성통증 등으로도 연구개발 영역을 넓히는 중입니다.

평범한 의사로서만 살았더라면 경험하지 못했을 많은 소중한 교훈을 바이오 벤처를 운영하면서 얻었습니다. 12년 정도 사업을 해보니 왜 창업할 때 주변 지인들이 그렇게 말렸는지 어느 정도 이해가 됩니다. 힘들었으나 의미 있는 도전이므로 후회는 없습니다. 이제는 창업을 고민하면서 저에게 자문을 구하는 교수님들을 종종 교수식당에서 마주칩니다. 제 친구들이 저에게 그랬듯이 저도 처음에는 창업을 말립니다. 웬만한 각오 없이는 새로운 회사를 키워내는 것이 무척이나 힘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속적인 열정으로 성실하게 준비하는 분들께는 창업에 도전하라고 권해 드립니다. 병원에서 다양한 치료의 성공과 실패 경험이 있는 의사는, 환자의 병을 고치는 사람일 뿐만 아니라 임상적으로 아직 해결되지 못한 문제점과 그 해결방안을 가장 효과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이기도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도전 정신이 우리나라 바이오산업을 이끌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저 역시 아이엠지티를 설립하여 수많은 고민과 노력과 실패를 거듭하면서 달성한 성과가 앞으로 난치성 암, 치매를 비롯한 뇌신경 질환 등 아직도 해결하지 못한 여러 난치 질환으로 고생하시는 수많은 환자들에게 유용하게 사용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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