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유 라고려대 환경생태공학과 박사 수료
유엔환경계획과 세계환경개발위원회가 발표한 브룬트란트 보고서 (1987)에서 제시된 ESG는 ‘우리 공동의 미래 (Our Common Future)’를 위한 가치를 기반으로 전 세계에 공표되었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목표로 하는 세계 주요국의 관심과 함께 환경 (Environmental, E), 사회적 책임 (Social, S), 지배 구조 (Governance, G)의 균형을 맞춘 경영을 실천하자는 이념의 ESG는 이익 창출의 지표인 재무성과를 넘어서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하는 핵심 개념으로 자리 잡았다.
현재 우리나라는 대기업 (LG, 삼성, SK 등)을 주축으로 각각의 ESG 위원회가 구성되어 전략적인 움직임을 만들어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국내 정세에 특화된 K-ESG를 배포하여 더 체계화된 이행을 지원하고 있으며 금융위원회는 2025년부터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ESG 공시를 의무화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영역 | 범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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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E) | 온실가스, 에너지, 폐기물, 오염물질, 환경 라벨링 등 (17개 문항) |
사회 (S) | 노동, 산업안전, 인권, 동반성장, 지역사회, 정보보호 등 (22개 문항) |
지배 구조 (G) | 이사회 활동, 윤리경영, 감사기구 등 (17개 문항) |
최근 ESG의 파급력은 대기업에서부터 국내 주요 대학과 대형 병원까지 확장되고 있다. 이에 따라 2021년부터 의료산업 분야에서도 ESG에 동참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치과병원은 병원장이 위원장을 역임하는 ESG 위원회를 설립했으며, 고려대학교 안산병원도 ESG 위원회를 설립했다. 이들은 대형 병원 최초로 ESG 경영에 대한 방안을 모색할 뿐만 아니라 의료 산업분야 ESG의 체계적이고 실용적인 관리를 위해 의료기관에 적용할 수 있는 핵심성과지표 (KPI)를 개발하여 공개하는 등 또다른 의료기관의 ESG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병원은 존재 자체만으로도 사회적인 가치 (S)에 기여한다. 사회적으로 이미 아주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만큼 ESG의 S에 더 확실하게 대처하고 많은 부분을 기여할 수 있다. ESG 경영을 통해 기존 대기업의 방식보다 훨씬 더 근본적이고 중요한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게 되는 것이다. 청렴하고 투명한 지배 구조 (G)를 수립하는 것도 병원의 기본적인 가치와 상응한다. 인간의 건강과 안전을 책임지는 만큼 1인 1개설운영 원칙을 지키고 환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공개하는 등의 행동을 더욱 적극적으로 이행하는 것으로도 ESG 경영에 이바지할 수 있다.
그러나 병원의 기본 가치와 비슷한 S, G와 달리 환경 (E)은 의료기관의 성격으로 인해 공존의 한계점을 가진다. 우선 순위인 환자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환경 오염과 탄소 배출 등의 문제는 차순위로 고려되면서, 양질의 의료 서비스와 친환경적인 관리는 함께 지켜지기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병원의 효과적인 환경 (E) 경영은 친환경적인 폐기물 관리와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등 의료서비스의 질을 유지하면서 환경을 고려할 수 있는 방식으로 현실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의료진이 재활용 가능한 폐기물과 의료폐기물을 충분히 분류하지 못하는 것은 불필요한 온실가스와 폐기물을 배출하는 환경 영향으로 이어지게 된다. 일부병원에서는 종이 사용량 감소 및 에너지 사용량 저감 등의 친환경적인 면모를 조금씩 부각시키고 있지만, 더 큰 규모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필요한 실정이다.
결국 환자들의 안전은 지속가능하고 건강한 환경 안에서 유지될 수 있다. “One earth, one health”의 개념처럼, 질병이란 오염된 환경과 지구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며 환경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질병의 치료인 것이다.
병원의 ESG 경영은 결코 불가능하거나 새로운 것이 아니다. 모두가 함께 실천하는 ESG의 가치는 의료계도 얼마든지 동참 가능하며, 이미 그 가치를 이루고 있는 부분도 있다. 결국 이는 건강한 지구, 건강한 인간을 위한 것이며, 병원 운영의 지속가능성을 넘어서, 인간의 건강에 대한 지속가능성을 견고히 하는 것이 의료계의 ESG 경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