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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EWSLETTER No.142 October 2022

Issue??있슈!!

◎ 보건의료 데이터 활성화 문제, 데이터의 권리주체 및 활용성과에 관하여

정 상 태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1. 들어가며
2020. 8. 이른바 데이터 3법(개인정보 보호법, 신용정보법, 정보통신망법)이 개정됨으로써 보건의료데이터를 비롯한 각종 데이터의 활용가능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정부도 데이터 댐 프로젝트 등 대규모 디지털 뉴딜 사업의 막대한 예산 일부를 보건의료 데이터 및 의료인공지능 혁신전략에 적극적으로 투입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전 국민 건강보험 가입, 의료기관 전자의무기록 90% 이상 도입, 뛰어난 ICT 역량과 의료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등 어느 나라 보다 의료인공지능 산업에 유리한 환경을 갖추고 있다. 80% 이상의 국민이 본인의 의료정보를 의료기술 개발 활용에 제공하겠다고 답변하는 등 국민적인 합의도 높은 수준이다. (2020. 4. 4차산업 혁명위원회 국민인식도 조사).

한편 의료인공지능에 많은 투자와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개인정보를 둘러싼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민감한 보건의료 데이터를 활용할 필요성이 있는지와 같은 근본적인 문제부터 적정한 가명처리 또는 익명처리 방법, 데이터의 가치평가, 보건의료데이터의 귀속과 권리주체, 데이터 활용의 이익 배분 문제 등까지 다양하다.

2. 개인정보와 가명정보, 익명정보
개별 데이터가 식별력이 있는 개인정보인지 가명정보인지 아니면 익명정보인지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다. 익명정보는 개인정보보호법이 적용되지 않고 자유롭게 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익명정보와 개인정보(또는 가명정보)는 정보주체의 자기결정권이나 정보의 활용도 면에서 매우 큰 차이가 있다.

그런데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과거 태아 초음파 사진을 개인정보라고 판단한 반면 최근 가이드라인에서는 정보주체를 알아 볼 수 없는 치아 X-ray 사진은 개인정보라고 보기 어려울 수 있다(즉 익명정보)고 판단하고 있다. 또한 최근 처방전과 관련된 개인정보사건에서 민사법원(서울고등법원 2019. 5. 3 선고 2017나2074963 판결)은 암호화된 정보라도 쉽게 복호화할 수 있다면 개인정보라고 판단한 반면(개인정보법 자체는 위반하였지만 환자의 정신적인 손해가 없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청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형사법원(서울고등법원 2021. 12. 23 선고 2020노628 판결)은 개인정보는 구분 가능성이나 선별 가능성 만으로는 부족하고 식별가능성이 있어야 한다는 등의 이유로 개인정보법 위반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이와 같이 사안에 따라 개인정보의 특성이 바뀔 수 있는 부분은 보건의료데이터의 민감성과 결합하여 데이터의 활용도를 크게 저하시킬 수 있다.

3. 데이터의 권리주체, 데이터의 가치 평가와 수익 배분
데이터와 관련된 주체로서 정보주체(환자), 병원, 개발사(예를 들어 AI 업체) 등을 들 수 있다.
그런데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상 정보주체(환자)는 병원 또는 개발사에게 자기 개인정보의 열람, 정정, 삭제, 처리정지를 요청할 수 있으나 가명처리가 되면 그 정보에 대하여는 열람, 정정, 삭제, 처리 정지를 요청할 수 없다. 단지 사전에 자신의 개인정보를 가명처리 대상에서 제외해줄 것을 요청할 수 있을 뿐이다. 또한 환자에게 사후적으로 정보 활용에 대한 대가나 이익배분을 보장하는 법률 규정도 없다. 불법 유출에 대한 정신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 뿐이다.

이에 반해 병원이나 개발사는 자신이 보유한 빅데이터에 대하여 저작권법(데이터베이스), 형법(배임죄), 부정경쟁방지법(영업비밀보호, 데이터부정사용 금지) 등을 통한 보호를 받을 수 있다. 또한 가명처리된 데이터를 (환자의 동의 없이 과학적 연구 목적 등으로) 제3자에게 유상 또는 무상으로 제공할 수도 있다. 실제로 가명처리된 보건의료 데이터는 다수 제3자에게 유상 제공되고 있다.

이 지점에서 데이터의 가치평가, 이익배분의 문제가 발생한다.
데이터의 가치평가 방법으로 여러 가지 이론이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실제 데이터 가치 평가는 어떤 정밀한 이론에 의하여 결정된다기 보다는 데이터 제공자와 수령자 사이의 거래 협상에 의하거나 분쟁 단계에 이르게 되는 경우에는 법원의 재량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이 대부분의 현실이다. 이는 특허, 상표, 디자인, 영업비밀 분야 거래 또는 소송에서도 마찬가지다.

또한 현행법상 데이터의 활용으로 인한 이익은 원칙적으로 현재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 병원이나 개발사에게 귀속되는 구조다. 환자는 자신들에 제공하는 데이터의 미래 가치를 현재 정확히 예측할 수 없고, 사후적으로 이익 배분을 요청할수 있는 법·제도가 없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이익배분에 참여하기가 어렵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대법원은 hairy cell leukemia 치료에 특별한 세포와 혈액구성성분을 가졌던 환자가 이를 연구하여 큰 수익을 낸 제약회사와 교수 등을 상대로 한 이익배분청구 사건에서, 일단 비장세포 등이 인체로부터 적출되면 환자의 소유권 내지 재산권이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하기도 하였다(moore v. Regents of the University of California, 51 Cal. 3d 120). 일각에서는 데이터 활용 이익에 대한 데이터 세금(Data Tax)을 부과하여 환자를 위해 사용하여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병원이나 개발사 사이의 이익 배분 비율도 문제다. 국가연구개발혁신법은 연구개발기관(주로 개발사)이 연구개발성과를 소유하고, 연구개발과제에의 참여 유형과 비중 등에 따라 연구개발기관이 공유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데이터를 가공하여 제공한 병원과 이를 활용하여 최종결과물(특허 또는 소프트웨어 등)을 개발한 개발사 사이의 공헌도를 정확하게 배분하기가 쉽지 않다. 이로 인하여 병원이 외부 기관에 데이터 제공하는 것을 주저하거나 어떤 경우에는 지나치게 많은 대가나 권리를 주장하는 사례도 발견된다.

이와 같이 데이터의 정당한 가치 평가 방법이나 각 권리주체에게 데이터 활용 수익을 배분하는 방법을 획일적으로 또는 명확하게 산정하기는 어렵다.

4. 마치며
개정 개인정보 보호법의 시행에 따라 보건의료 빅데이터의 활용 가능성이 대폭 확대되었다. 이는 국제적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보건의료 산업의 발전과 환자의 권익 향상을 위하여 필요한 측면이 있다. 다만 앞에서 간략하게 살펴본 바와 같이 관련 법령의 명확화, 데이터의 귀속, 가치평가와 데이터 활용에 대한 이익 배분 등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속속 발생하고 있다. 이에 관한 폭넓은 사회적 논의가 시작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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