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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EWSLETTER No.128 June 2021

1분 소확행

◎ 스웨덴 팝의 결정체, ABBA

강 길 선 전북대학교 고분자나노공학과

필자의 70년대 중‧고딩 시절의 음악은 <밤의 디스크쇼>, <두시에 데이트>, <별이 빛나는 밤에>등의 거의 AM/FM 라디오 심야방송에서 얻었다. 시각보다는 청각에 의존하였다. 일반적으로 음악학습효과는 청각보다는 시각이 나을 것이라 생각되나 사실은 청각효과가 수 십 배 크다. 라디오에 의한 음악청취는 수백~수천 번 가능하나 뮤비의 청취는 몇 번이면 식상하다. 따라서 뮤비는 자극적인 장면과 칼군무, 패션, 짧은 시간 내의 스토리 등으로 시각의 식상함을 보완하는 것이다.

그런데 필자의 경우, 청각이 시각적인 음악으로 바뀐 계기가 있었다. 1977년 2월에 ABBA의 호주공연 “ABBA The Movie”의 기록영화가 1978년 국내에서 개봉되었다. 필자는 인천 애관극장에서 이 영화를 보았는데 가히 충격적이었다. (애관극장은 우리나라 최초의 실내 영화관으로 1895년에 설립, 즉 126년이 된 문화재급 영화관이다. 기생충과 미나리를 기념하여 꼭 보존해야할 역사이다) 지금 보면 만화영화에 가까운 “유치찬란”한 뮤비였다. 그 당시에는 올리비아 뉴튼 존의 “Physical”(냄비위에 밥이 타 하고 쫓아부르던 곡이다) 정도가 최고의 뮤비였고, 미군방송인 AFKN에서 흑백으로 방영되는 뮤비가 거의 다였을 때이니 그럴 만도 하였다.

1978년도 5월 달의 일요일로 기억된다. 조조할인표로 극장기도 몰래 4번인가 5번인가를 “ABBA The Movie”를 연속적으로 보고 음악이 이렇게 시각적으로 표현할 수도 있구나라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이후로 ABBA와 관계되는 LP와 CD를 다 사 모았다. 안타깝게도 이사 다니는 중에 LP판은 다 사라졌다.

< 아바 뮤지엄내에 설치되어 있는 아바 멤버들의 밀랍인형들 / 아바 뮤지엄 외부 정경. 이 박물관은 사립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 아바 4명의 멤버 중에 두 멤버의 얼굴을 필자와 필자의 아내로 바꾸어 찍었다. >

대부분의 현대인들에게는 빡빡한 생활을 탈피할 수 있는 버킷리스트가 있을 것이다. 필자의 경우에는 꼭 가보고 싶은 세계여행지가 있었는데 (1)북극의 오로라, (2)사막에서의 하룻밤, (3)브라질 아마존, 그리고 (4)ABBA 뮤지엄 방문이었다. 이 네 번째 위시리스트인 ABBA박물관 방문을 2016년 스톡홀름 방문시에 이루었던 것이다. 그때의 잔잔한 감동의 물결은 타임머신을 탄 것처럼 20대 초반으로 돌아갔던 것이다. (이제 브라질 아마존만 방문하면 된다.)

ABBA는 스웨덴의 간판 팝그룹으로 비요른 울바이우스(Bjorn Ulvaeus), 배니 앤더슨(Benny Andersson)과 이들의 여자 친구이었던 아그네사 할트스코그(Agnetha Faltskog), 아니 후리드 린지스타드(Anni Frid Lyngstad)를 백보컬로 시작하였다. 1973년에 이들 이름의 첫 자를 따서 ABBA로 정식적으로 활동하였다. 이해 “Ring, Ring”으로 유로비젼송테스트에 실패를 하였으나 1974년 “Waterloo”로 대상을 차지해 스웨덴이 최고명물인 볼보자동차보다도 더 많은 달러를 버는 cash cow로 등장하였다. (링링과 워털루, 그리고 대부분의 아바의 곡은 먹방에서 맛있게 먹을 때, 홈쇼핑에서 신나게 팔릴 때, TV 교양프로그램에 BGM으로 단골로 나온다.)
1975년 “S.O.S.”, “Mamma Mia”, 1976년에는 “Fernando”, “Dancing Queen”, “Honey, Honey”, 1977년에는 “Knowing Me, Knowing You”, 1978년에는 “Summer Night City”, “Thank You for The Music”, 1979년에는 “Voulez Vous”, 1980년 “Super Trouper” 등의 대작을 연이어 전세계적으로 히트한다. 이들이 판매한 레코드와 CD는 3억 5천만~4억 장이 넘는다.

1999년에는 이들의 모든 음악을 담은 뮤지컬 “맘마미아”가 공연되었다. 2008년에는 “맘마미아1”이 영화로, 2018년에는 “맘마미아2”가 개봉되어 엄청난 흥행을 거두게 된다. 2019년도 해외출장에서 돌아오던 비행기에서 맘마미아2를 시청했는데 영화 마지막에 “Thank You for The Music”이 흘러나오는 순간, 1978년 겨울 동양방송(TBC) TV에서 방영했던 ABBA 일본공연 실황 흑백장면이 중첩이 되면서 과거의 내 청순했던 청춘이 되살아났다. 어찌하여 그 많은 기억 속에서 TBC TV 방송분이 바로 생각난단 말인가? (우리나라에는 아바방한공연이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일본만 해도 1978년 당시 몇 차례 방일공연을 하였다.) 어떻게 보면 이곡은 클래식보다도 더 클래식하다.

아바 노래가 글로벌화에 성공한 주원인은 대부분을 건반의 배니 앤더슨이 작곡했는데 스칸디나비안 반도의 “스웨덴 민요”를 근간으로 하여 세계화한 것이 성공한 것이라고 한다. 이는 우리나라의 월드스타인 싸이, BTS, 블랙핑크의 기저장단이 “휘모리장단”인 것과 미나리와 기생충이 가장 한국적인 것이 글로벌화에 성공한 것과 똑같다. 싸이의 말춤, BTS의 칼군무, 블랙핑크의 개량한복에 홀린 사이에 우리의 휘모리장단이 세계인의 뇌리에 각인된 것처럼 말이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처럼, 가장 스웨덴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 되었다.



(전략) 음악에게 감사해요, 제가 부르는 이 노래들/그것이 가져다주는 모든 기쁨들입니다/음악 없이 어찌 살까요?/삶이란 어떻게 될까요?/노래와 춤이 없이 우리는 어떻게 될까요?/그래서 저는 음악에게 감사해요, 나에게 찾아와 줘서요. 개인적인 욕심 같아서는 이 “Thank You for The Music”을 토카타와 푸가 형식으로 편곡한 것을 50인조 관현악단이 연주한 것을 한번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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