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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EWSLETTER NO.115 April 2020

Issue?? 있슈!!

- 보이지 않는 적, 코로나19 팬데믹에 대한 국가 방역 대응의 중간 점검

김 우 주고려의대 감염내과학

2019년 12월 31일 중국이 우한에서 발생한 “원인불명 폐렴”을 WHO에 보고하면서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됐다. 코로나19가 항공여행객을 매개로 5대륙에 빠르게 확산됨에 따라 WHO는 올해 3월 11일 팬데믹을 선언했다. 3개월 지난 현재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된 중국에서는 감소됐으나, 유럽과 북미에 요원의 불길처럼 번지면서 178개국에서 80만여명의 환자와 38만여명의 사망자를 내고 있다. 빌게이츠는 코로나19를 한세기에 한번 겪는 피해가 크고, 대응이 매우 어려운 신종감염병이라고 했다. 코로나19의 원인바이러스는 박쥐에서 유래된 SARS-CoV-2로서 사람-사람간 빠른 전파력, 고령자에서 높은 치명율, 잠복기 중 전염, 그리고 항바이러스제와 백신이 없다는 점에서 인류에게 공포를 주고 있다.

우리나라는 1월 20일 우한에서 입국한 중국여성이 첫 확진자가 된 후 환자 발견 및 격리 치료, 환자 이동경로에 따른 접촉자 추적 및 자가 격리 등 고전적 방역방법으로 대응했다. 2월 18일 31번째 환자가 신천지교회 집회 참석자로 밝혀지면서 대구·경북에서 폭발적으로 환자가 발생되었다. 2월말~3월초 매일 600여명의 신규환자를 기록하면서 병원 병상과 의료진 부족으로 환자를 제대로 치료하지 못하는 위기가 초래됐다. 전국에서 자원봉사 의료진이 나서서 돕고 중환자를 타지역병원에서 받아 치료하면서 위기를 벗어났다. 그러나 3월말 유럽, 북미 등에서 입국한 내·외국인을 통한 유입 코로나19 환자의 가파른 증가로 수도권에서 대규모 2차 유행의 발생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3월말 국내에서 9,786명 환자, 162명 사망자(치명율 1.66%)를 기록하였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보건의료계에 끼친 영향은 종식된 후에 제대로 평가되겠지만, 중간 점검을 통해 장기전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유럽, 미국 등 서구국가에서 속수무책으로 코로나19 환자가 폭증하는 것에 비하여 우리나라가 비교적 선방하고 있는 이유는 첫째, 2015년 메르스를 겪은 후 개선된 국가방역시스템을 꼽을 수 있다. 질병관리본부 내 긴급대응센터 신설, 역학조사관 증원, 즉각대응팀 배치 등으로 실전적 신종감염병 대응 조직으로 강화되었다. 또한 메르스 유행시 초기 대응 실패를 딛고, 확진 PCR 검사법의 현장 배포, 환자 진단 및 격리, 접촉자 추적 및 자가격리, 병원폐쇄 등을 통해 메르스 종식을 이끌어낸 경험이 이번 코로나19 유행에 대한 공중보건대응에 십분 발휘되고 있다. 둘째, 2009년 신종플루와 2015년 메르스를 겪으면서 높아진 국민의 공중보건위생수준이 코로나19 유행 차단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대부분 국민이 손씻기, 기침 예절 및 마스크 착용 등 개인위생수칙을 잘 지키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면서 코로나19의 첫 유행파의 확산세가 꺾이게 됐다. 셋째, 병의원 등 의료계는 메르스 유행 때 호되게 당한 기억을 반면교사로 삼아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의료기관내 감염예방 및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따라서 코로나19의 의료기관내 발생은 요양병원을 제외하고 아직까지 큰 문제가 문제되지 않고 있다. 그리고 다수의 의료인이 대구·경북 지역의 폭증하는 코로나19 환자 진료를 돕기 위해 자원하여 나선 것은 국가적 감염병 위기에 인도주의 정신이 발휘된 것이다.

반면 지적되는 문제로는 첫째, 가장 두드러진 것은 코로나19 환자가 폭증하면서 대구·경북의 보건의료체계에 과부하가 걸려 일시 붕괴된 것이다. 한때 1, 2천여명의 확진자가 병실이 없어 집에서 자가격리 대기해야 했고, 일부 고령 환자는 자택에서 사망하거나 후송 중 응급실에서 사망하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정부는 뒤늦게 생활치료센터를 다수 개설하여 경증 환자를 입소시키면서 환자 적체를 해소했지만, 체육관, 전시장을 활용한 대규모 임시병원으로 빠르고 확실하게 대응했어야 한다. 둘째, 더욱 심각한 것은 요양시설(요양병원, 요양원)에서 코로나19가 집단 유행하면서 다수의 환자와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 요양시설 입소자는 대부분 고령자로, 기저질환까지 있어 코로나19에 취약하고, 중증으로 진행돼 사망자가 이어지고 있다. 국내 의료수준이 높아 코로나19 치명율이 낮을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을 무너뜨리고 더욱 높아지는 원인이 되고 있다. 메르스 이후에도 150병상 이하 요양병원은 감염관리의 사각지대로 남았고, 줄곧 항생제내성균 문제가 많이 지적되었음에도 개선되지 않아 이러한 사태가 예견됐었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요양병원의 감염관리 및 예방 강화가 가장 우선적으로 다루어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에서 상황인식과 일관성 부족을 지적할 수 있다. 초기부터 협소했던 사례정의, 중국인 입국 제한, 오락가락한 마스크 착용 권고 및 잠복기 전염력 여부 등 여러 이슈에서 논란이 계속됐다. 종종 섣부른 낙관적인 전망을 할 때 마다 종교집회, 콜센터 및 의료기관 등에서 집단발생이 이어지면서 국민의 불안감을 초래하기도 했다. 신종감염병의 특성상 미지의 사항이 많고, 불확실성과 예측의 어려움을 고려해야 된다. 따라서 공포과 방심을 배제한 과학적 근거에 바탕한 철저한 방역정책과 구체적이고 일관된 행동계획이 필수적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올 한해 끊임없이 위협을 초래할 것으로 예측되며, 정부의 확고한 리더십과 더불어 국민과 의료계의 공동 노력이 더해질 때 전대미문의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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