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경 철강남메이저병원(구, 강남미즈메디) 경영원장, 국가생명윤리위원회 유전자 전문위원
유전체 지식의 임상 적용은 정밀의학의 발달로 암 분야에서 가장 많은 발전을 하였다. 암 유전학은 주로 암이 생기는 과정에서 생기는 체세포변이나 후성유전학에 기초를 둔다. 그러나 암 외에도 심근경색이나 치매, 당뇨병 같은 주요 질환에 대해 유전자전장연관분석(Genome-Wide Association Study, GWAS)가 대부분 마쳐졌고 핵심 마커 들이 발표되고 다시 메타분석 등을 거쳐서 타고난 유전자 변이(SNP) 정보를 통한 질병 예측이 어느 정도 가능해 졌다. 대표적인 예가 치매 유전자로 알려진 APOE이다. 즉 APOE 유전자의 Haplotype인 ε4/ε4 경우 치매의 상대 위험도는 7~20배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근경색과 관련된 대표적인 유전자인 CDKN2A/2B 유전자 경우 여러 개의 GWAS 연구에서 유의 확률이 무려 10-30정도나 될 정도로 질병과의 상관성이 높은 유전자 마커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GWAS를 거쳐서 선택된 유전자 변이 정보를 가지고 여러 회사에서 질병 예측 서비스를 경쟁적으로 내 놓고 있는데 이는 얼마나 정확할까? 크레이 벤터는 미국의 대표적 유전체 질병 예측 서비스 업체인 23앤드미(23&me)와 네비제닉스(Navigenics)의 질병 예측 결과를 비교해 2009년 네이처에 발표했다. 그 결과 두 회사의 결과가 일치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정반대로 예측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는 각 회사들이 선택한 마커가 다르고, 그 마커들의 조합을 하는 과정에서 회사마다 다른 기법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과학을 근거로 만들었다는 예측 서비스가 같은 사람을 대상으로 다른 결과를 보여 준다면 소비자들의 혼란은 당연할 수밖에 없어 한동안 질병 예측 서비스는 과학자들의 비판의 대상이 된 것도 사실이다.
최근 들어 영국 UK 바이오 뱅크 같은 대규모 유전자 코호트가 공개되고 딥러닝 기술이 발전되면서 수 개의 유전자가 아니라 적게는 수백 개, 많게는 수 천개의 유전자 마커를 대상으로 빅데이터 AI 기반의 질병 예측 모형이 소개되기 시작했다. UK 바이오 뱅크의 데이터를 활용한 연구에서, 22,242명의 심혈관 질환 환자와 460,387명의 일반 대조군에서 비교 분석을 위해 사용된 170만 개 유전자 마커에서 202개의 마커를 추출하여 이를 메타GRS(metaGRS)라는 방식의 유전적 위험도를 계산하여 심혈관 질환 예측 모형을 만들었다. 기존의 흡연, 당뇨, 가족력, 체중, 혈압, 고콜레스테롤 등의 위험인자와 메타GRS를 같이 넣고 모형을 만들었더니 정확도를 의미하는 C-index가 최대 70%까지 올라가는 것을 보여주었다. 앞으로 질병 예측 모형은 이처럼 대규모 코호트 기반의 유전체 다중 마커와, 라이프로그 데이터 등이 결합되는 방식으로 고도화가 될 전망이다. 딥러닝(Deep learning) 발달은 기존의 질병연관분석 방식의 질병 예측 공식을 고도화하고 보다 정확한 모델을 가지고 오게 된 것이다.
또한 개인마다 다른 유전자 변이에 근거한 맞춤 건강관리(Personalized Health Care)도 중요한 임상 적용의 분야가 될 것이다. 예를 들어 비만과 관련해 가장 유명한 유전자인 FTO 유전자는 가장 많은 전장유전체연관분석(GWAS)에서 최종 비만 유전자로 선정되곤 하는 유전자이다. 유전자에 따른 영양 가이드가 가장 많이 연구가 된 유전자이기도 하다. FTO 유전자의 대표적인 마커인 rs99390609의 AA 유전형은 비록 쉽게 살이 찌는 유전형이나 저지방식이를 했을 때는 체지방이 비례해서 줄어든다. 반면 변이가 없는 TT 유전형의 경우에는 저지방식이를 해도 체지방엔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즉 누구나 같은 식단을 추천 받는 것이 아니라, 사람마다 다르게 식단을 추천 받는 것을 영양유전학(Nutrigenomics)라고 한다. 영양 뿐 아니라, 운동, 탈모, 피부 특성, 알코올 분해, 아침형 인간, 와인 선호도 및 조상 찾기 등 질병과 무관한 개인의 특성 및 웰니스 분야에 대해 전세계적으로 의사의 처방 없이 검사할 수 있는 직접소비자검사(Direct to Customer, DTC)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이 분야의 선두 주자는 23andme(23&me)로서 한때 미국 FDA로부터 서비스 중단을 권고 받기도 했지만, 꾸준히 데이터를 모으고 연구 활동을 지속적으로 한 결과 2015년에 블룸 증후군(Bloom Syndrome) 등 36개 유전 질환에 대해, 2017년에는 알츠하이머 치매, 파킨슨병 등의 비교적 흔한 질환 및 셀리악병 등 8개의 유전질환에 대해 추가적인 서비스 승인을 얻었다. 2018년 8월부터는 8개 33개 변이에 대한 약물 유전체 서비스를 시행했고 2019년에는 딥러닝 방식의 다유전자위험점수(polygenic risk scores, PRS)를 이용한 당뇨의 예측 모형에 대해 DTC 판매를 허가 받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보건복지부가 2016년 12개 항목에 이어 2020년에 56개 항목에 대해 추가적인 DTC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는 중이다. 점점 소비자가 알 권리 향상과 데이터주체가 병원이 아닌 소비자로 넘어오면서 더욱 게놈 분석은 대중화될 전망이고 또한 데이터의 클라우드 저장 및 블록체인화 등 다양한 연계 산업들이 일어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