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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EWSLETTER No.172 June 2025

의료와 테크

◎ 의료 인공지능의 현재와 미래: 가능성과 과제

윤 성 로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최근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이 눈부시다. 인터넷 검색 대신 챗GPT와 같은 대화형 인공지능 기술을 사용해 궁금한 정보를 찾아볼 수 있고, 지브리 화풍의 프로필 사진도 쉽게 얻을 수 있다. 중국에서는 사람을 닮은 휴머노이드 로봇이 하프(half) 마라톤을 완주하고, 서로 격투기를 하기 시작했다. 2024년 노벨 물리학상과 화학상이 인공지능 연구자에게 주어졌으며, 인공지능을 이용하여 신약 개발 비용을 수백 배 이상 절감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은퇴 후 삶을 지탱해 줄 개인연금 또한 인공지능에게 맡겨 수익을 늘려준다는 서비스도 등장했다. 대선 정국을 맞아 인공지능 관련 이슈를 선점하려는 정치권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얼마나 지속될지 예측은 어렵지만, 그야말로 “첫째도 인공지능, 둘째도 인공지능”이라 할만한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의학 분야에 인공지능을 접목하려는 시도 또한 꾸준하다. 이미 오래전부터 의학 자료를 분석하기 위해 공학적·통계적 방법론이 활용되어 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의사의 진단이라는 고도의 지적 행위를 대체하고자 개발되었으나 실패로 끝난 IBM 왓슨의 사례도 불과 몇 년 전이다. 그렇다면 최근 각광받고 있는 인공지능 기술은 과거의 방법론들과 무엇이 다르며, 이번에는 의학 분야에 제대로 접목이 가능한 수준에 이른 것일까?

최근 인공지능 분야에서 나타나는 혁신의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있겠으나, 핵심적으로는 빅데이터와 엔비디아의 GPU가 도화선이 되어 고차원(high-dimensional)의 데이터를 잘 다룰 수 있게 된 점으로 요약할 수 있다. 고차원 데이터란 말과 글, 사진, 영상과 같이 기존 컴퓨터가 잘 처리하지 못했지만 사람은 경험과 교육을 통해 자연스럽게 이해하고 다룰 수 있는 정보를 의미한다. 의학 분야에서도 의학영상, 전자의무기록(EMR), 유전체 정보 등 고차원 데이터의 예는 다양하다. 최근에는 물리적 인공지능(physical AI)라 하여 실생활의 다양한 현상을 이해하고 로봇과 같은 물리적 실체가 있는 형태로 인공지능을 발현하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아직 임상 현장에서 체감할 만한 수준은 아니더라도, 고차원 정보를 다룰 수 있는 인공지능 기술을 기반으로 의료 관련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고 정확도를 향상시키려는 연구들이 속속 보고되고 있다. 또한 물리적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기존 의료 로봇이나 돌봄 로봇의 성능과 일반화 능력을 향상시키려는 연구도 계속되고 있다.

최신 인공지능 기술이 의학 연구 측면의 접목을 넘어, 실제 의료 현장에 적용되어 의료진의 업무를 지원하고 환자 돌봄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인공지능이 내놓는 결과의 정확성과 신뢰성 확보가 우선되어야 하며, 그 결과에 대한 설명 가능성도 중요하다. 물리적 기능을 갖춘 인공지능의 경우 실제 의료현장 투입에 앞서 안전성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 특히 2026년 시행 예정인 AI기본법은 인공지능 기술의 진흥을 지향함과 동시에, 생명과 안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고영향 인공지능'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어 의료 인공지능 분야에 있어 새로운 한계 조건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

의료진이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최선의 의사결정을 내리고, 반복적인 업무의 효율성을 제고함에 있어 의료 인공지능의 중요성은 명확하며, 최근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이 새로운 희망을 싹틔우고 있다. 이를 통해 오랜 기간 지속되어 온 의학계와 과학기술계의 협업이 더욱 강화되고, 의료 현장에 적용 가능한 의미 있는 혁신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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