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원고는 6월 3일 대통령 선거 이전에 의뢰·작성된 내용임을 안내드립니다.
이 주 영개혁신당 국회의원
며칠 후면 새로운 대한민국, 새로운 지도자가 나타난다. 계엄과 탄핵, 조기대선은 예고 없이 내리치는 벼락처럼 대한민국을 강타했다. 바빠진 각 정당과 후보들은 경쟁적으로 정책 공약을 쏟아내고 있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의료 정책에 대한 장기적인 철학도, 실효성 있는 구체적 방안도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다. 정책은 곧 미래에 대한 청사진이지만, 후보자 간 토론에서도 깊이 있는 담론이나 국가 비전에 대한 건설적 논의는 찾아보기 어렵다. 대한민국 행정 집행의 구조적 문제인지, 대중 여론의 휘발성 때문인지, 혹은 이 시대 정치 담론 자체의 한계인지… 여러모로 혼란스러운 순간들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의료 정책 분야는 선거철마다 반복되는 ‘표를 의식한 공약 남발’의 대표적 사례다. 정부의 필수의료 패키지 강행으로부터 시작된 ‘의정 갈등’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의료 정책과 건강보험 재정이 정치적 거래나 유불리에 따라 표류하는 모습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도외시한 무책임한 행태다. 의료 정책은 정권에 따라 흔들려서는 안 되며, 정치적 방향성과는 철저히 분리되어야 한다. 이는 국민의 건강권을 보호하고 사회적 연대를 기반으로 한 지속 가능한 보건의료 체계를 지켜내기 위한 최소한의 원칙이다.
그렇다고 정치권만을 탓할 수도 없다. 우리 정치의 비전문성과 단기적 사고가 문제라면, 의료계 또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오랜 기간 의료계는 환자 진료라는 1차적 책임에만 몰두해왔고, 정책 방향제시나 보건 행정 전반에 대한 관심과 개입은 매우 제한적이었다. 이제는 의료계 스스로 사회 전체를 바라보는 장기적 시야를 확보해야 한다. 국가 보건의료의 미래를 위한 청사진을 의료계 내부에서 먼저 설계하고, 이를 국민에게 설명하고 설득할 수 있는 통로와 구조화된 노력이 필요하다.
필자가 소속된 정당(개혁신당)에서는 현재 붕괴 직전에 이른 응급의료 체계를 우선 재건하고, 지역 간 격차를 해소하며 국가 의료의 기본 인프라를 재정비하는 데 정책의 초점을 두고 있다.
우선 거점 외상센터 및 응급센터를 통폐합하고, 중복 및 비효율적 구조를 개선해 응급 이송 체계를 전면 개편할 것을 제안했다. 이것은 단순히 시설 수를 조정하는 차원을 넘어, 생명과 직결된 응급의료 서비스의 즉각적 질 향상을 위한 구조 개혁이다.
지역 의료의 활성화도 중요한 과제다. 수도권에 집중된 의료 자원을 지방으로 유도하기 위해, 가산수가를 확대하고 운영비용에 대한 세제 혜택을 도입하는 등 실질적 지원책을 마련했다. 또한 지역별 특수 암센터 확충, 지방 의대 교육 인프라 강화, 지역 명의 및 명센터를 홍보하는 캠페인을 통해 지역 의료의 신뢰와 권위를 회복하고자 한다.
이와 더불어, 의료정책은 특정 주체에 기울거나 단순히 업무 내용에만 치중하여 설계되어서는 안 된다. 간호사, 간호조무사, 의료기사, 체외순환사, 요양보호사, 약사, 보건 연구자 등 다양한 직역이 실질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구조를 넘어 그들의 자발적 동기와 생산적 유인이 상호 작동할 수 있는 개인 존중에 바탕을 둔 정책 철학이 필수적이다. 직역 간 업무 조율 체계를 법제화하고, 공동 연구 및 실무 교육의 통합을 위한 국가 차원의 컨트롤타워를 구축해야 한다. 민간 의료의 자율성을 최대한 허용하고 발전을 장려하되, 국가 주도의 공공의료에 기여하는 의료진들에게는 국가 차원의 배려와 혜택도 주어져야 한다. 이런 방향성 없이는 진정한 국가 의료의 토대가 마련되기 어렵다.
정책 설계와 실행은 결국 국민의 삶의 질을 결정짓는 문제다. 의료인이 자신의 전문성을 통해 국가에 기여한다면, 국가는 그 헌신에 신뢰와 정책 안정성으로 응답해야 한다. 정책은 표심이 아닌 국민 전체의 건강과 생명을 중심으로 장기적으로 설계되어야 하고, 의료계 또한 스스로의 미래를 위해 능동적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우리는 지금,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의 대한민국을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서 있다. 갈수록 복잡해지는 의료 수요, 빠르게 진화하는 기술, 고령화와 같은 구조적 문제들을 감안할 때, 지금이야말로 ‘국가 의료 시스템’에 대한 대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치와 의료가 건강한 긴장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궁극적으로 국민을 위한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우리는 분명 지금보다 더 나은 의료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