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Navigation
Skip to contents

E-NEWSLETTER No.170 April 2025

의료와 테크

◎ 세계 시장에서 이기는 대한민국 의료 AI

최근 AI를 비롯한 첨단 기술이 의료 분야에 빠르게 접목되면서 진단과 치료 방식이 혁신적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에 e-뉴스레터에서는 ‘의료와 테크’ 코너를 신설하여, 의료와 기술이 만나는 지점을 살펴보고 최신 흐름을 전하고자 합니다.


첫 번째 글은 2025년 제9회 이민화 의료창업상 창업부문 수상자인 이혜성 에어스메디컬 대표께서 기고해 주셨습니다. 의료 AI가 시장에서 자리 잡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와 의료진과의 협업, 그리고 SwiftMR의 글로벌 확장 과정에서 얻은 인사이트를 담았습니다. SwiftMR의 성장 과정을 통해 의료 AI가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자리 잡아가는지 살펴보며, 의료 AI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함께 고민해보는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이 혜 성주식회사 에어스메디컬 대표

최근 AI 분야에 천문학적인 투자가 이루어지면서, 의료 AI 시장 역시 연평균 37% 성장하여 2034년에는 약 800조 원 이상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적게는 2~3개에서 많게는 수십 가지의 의료 AI 제품을 경험한 사람들은 이제 의료 AI가 막연히 의료의 많은 문제를 알아서 해결할 것으로 기대하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특정 의료 AI가 병원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지 확인하고, 그 가치가 명확히 증명된 제품부터 점진적으로 채택하고 활용하기 시작하는 단계에 이르고 있습니다.

의료 AI 제품을 만드는 기업 입장에서는, 제품이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도록 만들기 위해 핵심 고객인 의사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합니다. 이를 위해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의료 현장에서의 미충족 수요(Unmet Needs)를 찾아 해결할 수 있는지, 이 해결을 위한 도입 과정이 기존의 임상 현장 워크플로우와 잘 융화되는지 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효과성 또는 효율성을 임상 현장에서 증명할 수 있는지, 실제로 수익을 만들 수 있고 확장 가능한 비즈니스가 성립할 수 있는지 증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첫 술에 배부를 수 없습니다. 핵심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는 첫 번째 시도가 잘 되지 않았더라도, 작든 크든 피벗하며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가 임상 현장의 니즈를 충족시키는지, 기술적 실현 가능성과 비즈니스가 성립되는지를 확인하고 그 가능성을 계속해서 높이기 위한 시도를 해야 합니다.

실제로 저희 에어스메디컬에서 제품을 만들고, 오늘 20개국 이상에 판매하기까지의 과정은 이 사 이클을 반복한 결과물입니다. 2021년 처음 SwiftMR 제품을 출시할 때, 영상의학과 선생님들의 자문은 임상 현장의 니즈를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출시 이후에도 SwiftMR을 처음 구입한 고객으로부터 받은 제품의 성능에 대한 피드백, 사용성에 대한 피드백은 제품을 개선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2025년 2월 현재까지 SwiftMR 제품을 출시한 후 90번 이상 업데이트할 수 있었고, 그 결과로 어떤 MRI 장비든, 어떤 부위든 관계없이 소프트웨어 연동만으로 MRI 촬영 시간을 절반으로 줄이고, 영상품질은 높일 수 있는 SwiftMR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촬영 대기자가 밀린다면 같은 시간에 MRI를 더 많이 찍어 수익성을 높였다는 피드백과, 영상품질이 좋아져 오래된 MRI를 되살릴 수 있었다는 피드백도 받았습니다. 폐소공포증으로 MRI를 찍을 때마다 고통스러웠다던 환자분에게서는 SwiftMR 이후 MRI가 더 이상 겁나지 않는다는 피드백을 받기도 했습니다.

물론 피드백을 받고 제품을 개선하는 사이클이 항상 순탄하지는 않았습니다. 고객의 피드백을 들을 때도 주의가 필요한 부분이 있었는데, 한 번의 피드백에서 추가한 기능이 결국 사용되지 않거나 오히려 불편을 초래하여 원래대로 돌려야 했던 업데이트도 다수 있었습니다.

신제품을 출시하면서는 또 기술력에 지나치게 집중하며 고객의 목소리를 충분히 듣지 못한 적도 있었습니다. 일상적인 MRI 촬영을 5분 내에 끝내는 SwiftMR Turbo를 출시했을 때, 뇌졸중이나 폐소공포증 환자와 같이 5분 촬영으로 더할 수 있는 임상적 가치에 대한 근거를 사전에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고, 환자가 들어오고 나가는 시간으로 인해 MRI 촬영량을 실제로 줄이기에는 제한이 있었습니다.

물론 SwiftMR Turbo 역시 고객에게 제품의 성능, 사용성에 대한 피드백을 받고, 그 가치가 명확한 임상 사례에 대한 근거들을 수집해가며 다시 차근차근 고객이 만족하는 제품으로 진화해 가고 있습니다.

해외 진출 역시 한 번에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저희가 갖고 있었던 초기 가설들, 가령 ‘처음 해외로 갈 때는 경험이 많고 네트워크가 단단한 분을 모셔야 한다, 각 국가에서 영업망을 잘 구축한 파트너와의 협업으로 영업을 가속해야 한다, 이름 있는 병원에서 제품을 쓰면 나머지는 알아서 쓸 것이다’는 것들은 보통 결과를 가져오지 못했습니다.

처음 제품을 들어본 사람을 채용해선 고객에게 제품에 대한 확신을 전달하는 것이 불가능했고, 새로운 제품과 비즈니스 모델인 만큼 경력자의 기존 경험을 고스란히 활용했을 때 결과가 보장되지도 않았습니다. 시장에 자리 잡은 수많은 제품들을 이미 팔고 있는 사람에게 아직 팔린 적 없는 제품을 팔도록 만드는 게 어려웠고, 큰 병원은 수익은 비슷하지만 훨씬 복잡한 이해관계로 필요한 리소스가 너무 컸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지에 계신 저희 팀은 작은 고객 한 명 한 명이라도 감동시키고자 계속해서 시도하고, 배우는 사이클을 반복했습니다. 한국에서도 돕기 위해 낮밤 없이 이슈에 대응하고 개발, 논의를 반복했고, 그러면서 점차 저희만의 방법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오늘날 3/4 이상의 매출이 해외에서 발생하고, 미주에서 1/2 이상이 발생하게 된 것은 이런 매일 매일이 쌓인 결과입니다.

저는 이 과정들을 겪으며 우리나라는 의료 AI 분야를 선도하기 위한 충분한 재료들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건강이라는 니즈는 보편적이며, 더군다나 우리나라의 주요 병원들은 임상 연구 및 평가기관으로서도 이미 충분한 수준에 이르러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연구개발 인력은 인프라만 갖춰진다면 세계에서 경쟁하기에 전혀 손색이 없습니다.

가령, SwiftMR은 국내 영상의학과 선생님들이 괜찮다고 말씀주시는 영상품질을 구현했더니, 이제 미국에 가서는 가속해서는 ‘본 적 없는 퀄리티’의 영상이라며 놀라는 고객들을 만납니다. 이슈가 발생할 때면 수 분에서 수 시간 내에 대응 가능한 서비스는 미국에서 ‘경험해본 적 없는 신속한 서비스’라며 감탄하는 고객들을 만납니다. 더군다나 어떤 MRI에도 사용 가능한 SwiftMR의 커버리지는 세계에서 유일합니다.

물론 의료 AI 시장은 어려움도 많습니다. 의료기기로 분류되어 있어 적용받는 규제들을 이해하고 풀어나가는 것, 의료 AI 분야에서 동작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것도 어렵습니다. 저희도 비즈니스를 확장시키기 위해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문제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핵심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고자 할 수 있는 일들을 실행하고, 고객과 팀원이 함께 도전하고, 배우고 개선하는 과정이 반복되는 한 한국에 있는 많은 회사들이 계속해서 세계 시장에서 이길 방법을 찾아 나갈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대한의학회(https://www.kams.or.kr)
(06653) 서울특별시 서초구 반포대로 14길 42, 6층/7층 (서초동, 하이앤드타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