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용 범대한의학회 수련교육이사
최근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과 수련의 질 향상이 매우 큰 관심을 받는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 2025년에 들어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 (약칭 전공의 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두 가지가 발의되었는데, 김윤 의원 개정안 (2025년 1월 7일)과 서명옥 의원 개정안 (2025년 3월 10일)이다. 그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김윤 의원 개정안
전공의는 수련병원에서 다양한 환자사례를 경험하며, 기본적인 진료 역량부터 세부전문 분야 수련까지 내실 있는 수련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현재 전공의들은 상급종합병원에서 중증 환자 중심의 임상경험을 위주로 수련하고 있어, '입원, 중증 환자 등 편중'이 수련 과정 불만 사유 1순위로 꼽히고 있다. 또한, 과도한 장시간 근무에 노출되어 있으며, 수련의 본래 목적과 벗어나 교육보다는 인력 공백을 메우기 위한 수단으로 전공의를 활용하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에, 전공의 수련 목표, 수련 교과 과정, 역량 중심 평가 등의 사항을 전공의 종합계획에 포함하고, 수련프로그램의 개발 및 평가 체계를 개편하여 전공의들이 지역사회 내의 여러 의료기관에서 체계적이고 질 높은 수련을 받고 역량 있는 전임의·전문의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전공의 수련 환경을 대폭 개선하고자 한다.
가. 필수의료 분야의 수련전문과목 육성을 국가가 우선적으로 지원하도록 한다.
나. 전공의 수련시간을 주 60시간 이내, 연속 24시간 이내의 범위에서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전공의가 수련시간을 준수할 수 있도록 환자당 적정한 의사 및 간호사 수 등 수련병원 지정에 필요한 인력기준을 정하도록 한다.
다. 전공의·전임의 모집 및 선발 시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준수하도록 하고, 성차별을 금지한다.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 불공정 및 성차별에 대한 조사 및 시정명령 권한을 부여한다.
라. 지도전문의를 교육 총괄, 연구 전담, 수련지도 전담 등의 역할별로 구분하여 지정하도록 한다.
마. 국립대학병원, 지방의료원, 의원급 의료기관을 포함한 시·도 내 의료 기관에서 상호 협력하여 공동수련하도록 한다. 전임의를 위한 수련 프로그램을 마련하도록 하고, 전임의 수련에 소요되는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한다.
바. 대한의학회가 수련 프로그램 개발 및 체계화, 수련환경평가 지표 개발 및 평가 실무, 지도전문의 교육과정 개발 및 운영을 담당하고, 수련환경평가위원회가 전공의 수련프로그램 등을 심의하며, 보건복지부 장관이 각 프로그램 이행여부 및 적절성을 평가하도록 한다.
사.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 전공의 4인, 전임의 1인, 대한의학회 추천인 4인, 의과대학 관련 단체 추천 1인을 포함하도록 한다.
2. 서명옥 의원 개정안
전공의는 의료기관 내에서 전문의가 되기 위한 수련을 받는 수련생 지위와 환자를 진료하는 의료인 지위를 동시에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이중적 지위로 인해 전공의는 1주일에 최대 80시간, 연속하여 최대 36시간을 수련을 하면서도 「근로기준법」상 휴게시간 등 근로자로서 최소한의 법적 보호조차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또한, 전공의는 의료사고 및 의료분쟁에 있어서도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최근 데이트폭력 피해자를 치료하던 전공의가 피해자 치료 중 발생한 의료사고로 인해 데이트폭력 가해자와 공동으로 4억원이 넘는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법원의 2심 판결이 있었다. 이처럼 전공의는 교육을 받는 수련생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수련 중 발생하는 의료사고에 대한 민ㆍ형사상 책임을 개인적으로 부담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열악한 수련환경에도 불구하고, 전공의는 수련환경평가 거버넌스 체계에 있어서도 제대로 대표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전공의 육성 등에 대한 국가의 지원을 의무화하고, 전공의의 처우와 수련환경 개선을 위해 수련병원의 장이 의료사고ㆍ의료분쟁 예방을 위한 수련환경 마련과 의료사고ㆍ의료분쟁 발생 시 전공의에 대하여 법률지원 등 제공의 의무 및 「근로기준법」 에 부합하는 수련시간 결정 및 휴게시간 등의 준수 의무를 신설하고,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서의 전공의 대표성 제고 등을 통해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자 한다.
가. 국가는 전공의 육성, 수련환경 평가 등에 필요한 행정적ㆍ재정적 지원을 하여야 한다.
나. 수련병원 등의 장은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상 의료사고 및 의료분쟁을 예방하기 위하여 보건복지부령에 따른 수련환경을 마련하여야 한다. 수련병원 등의 장은 의료사고 및 의료분쟁이 발생한 경우,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의료사고 및 의료분쟁 대상 전공의에 대한 법률지원 등을 제공하여야 한다. 수련병원 등의 장은 「근로기준법」에 준하는 수련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
다. 수련병원 등의 장 또는 지도전문의는 해당 병원이 전공의를 수련시키기 위하여 지정된 의료기관이며, 전공의가 진료에 참여할 수 있음을 환자 또는 환자의 보호자가 쉽게 알 수 있도록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고지하여야 한다.
라. 전공의의 수련시간 등을 정함에 있어서는 「근로기준법」에 따라 1주 간의 근로시간은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으며, 다만, 교육적 목적을 위하여 1주일에 24시간 연장이 가능하다.
마. 수련병원 등의 장은 전공의에게 연속하여 24시간 이내의 범위에서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시간을 초과하여 수련하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응급상황이 발생한 경우에는 연속하여 28시간 이내의 범위에서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시간까지 수련하도록 할 수 있다. 전공의의 휴게시간은 수련시간에 산입한다.
바. 수련병원 등의 장은 지도전문의에게 전공의 수련과정에 대한 지도와 관리ㆍ감독,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을 담당하도록 하여야 한다.
사. 수련환경평가위원회의 심의기능에 전공의 수련 실태파악 등에 관한 사항, 의료분쟁ㆍ의료사고 예방조치 및 대응 등에 관한 사항, 수련병원 등의 전공의 법 세부조항 준수 여부에 대한 평가 등을 추가한다. 수련환경평가위원회 위원 중 전공의 위원이 과반수가 되도록 하여야 한다.
3. 대한의학회 분석 및 의견
두 개정안과 관련하여 전공의 수련과 관련하여 대한의학회의 의견은 다음과 같다.
1) 김윤 의원 개정안
가. 개정안 제목 및 제2조
2) 서명옥 의원 개정안
가. 제7조 수련시간
국가 | 주당 최대 수련시간 | 최대 연속 수련시간 | 수련기간(년) |
---|---|---|---|
한국 | 80 | 36 | 1+3~4 |
미국 | 80 | 28 | 3∼7(인턴제 없음) |
영국 | 48 | 13 | 2+3~8 |
독일 | 42 | 24 | 5∼6(인턴제 없음) |
일본 | 80 | 28 | 2+3~5 |
4. 제안
전공의 수련시간 관련해서 의학회와 26개 전문과목학회 수련교육이사 회의에서 ‘우리는 미국을 벤치마킹해서 주 80시간을 최대 상한으로 두고 있기 때문에 연속 근무시간 상한을 현재보다 조정한다면 전날 근무와 당직 포함 24시간에 다음 날 아침 환자 인계와 전공의 교육, 데일리 컨퍼런스 등에 최소 4시간의 추가 연속근무를 포함해서 28시간 정도는 되어야 한다.’라고 의견을 모았다. 양질의 전문의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수련 시간이 확보되야 하므로 주 80시간 유지는 전제되어야 함이 일치된 의견이다.
전공의는 근로자와 피교육자 두 가지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에 전공의 교육의 최소한의 시수는 보장되어야 한다. 수련시간을 얼마나 해야 역량을 달성할 수 있는지에 대한 수련 계측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합의가 이뤄진 외국 사례 80시간이 적절할 것으로 생각된다. 전문의를 키우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의 진료 경험과 교육 시간이 필요하고, 현재 주 80시간에 맞춰 수련 교육이 진행되고 있어 주당 수련 시간이 줄어들게 될 경우, 수련 기간을 늘리는 방안이 논의되어야 한다.
흉부외과는 환자의 바이탈을 다루는 과로 주 80시간 수련도 부족하며, 실제 학회에서 전공의를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조사에서 주 80시간으로 4년을 수련했을 경우 완성해야 할 업무를 잘하고 있는지에 대하여 50% 이상이 ‘아니오’라고 대답하였다고 한다. 영국 및 유럽의 주당 근무시간은 짧지만 수련 기간은 길기 때문에 전체 수련 시간은 우리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전문과목에 따라 주 80시간의 수련 시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더 줄이게 된다면 수련 자체가 불가하다고 생각된다고 하는 과들이 있다. 정성적 평가로 가는 시스템이 아직 완벽하게 만들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주당 근무시간부터 줄이게 된다면 검증되지 않은 전문의들이 양성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 보건복지부에서 추진하는 시범사업에는 근무 공백이나 추가 인력 투입 비용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 외과의 경우 수술이 계속 진행되기 때문에 시간 되어도 인계하고 나갈 수도 없고, 전문의 추가 배치도 현실적으로 어렵고, 입원전담전문의를 구해도 수술방에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수술 커버가 어려우므로 과별 상황에 맞게 조정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전공의 교육과정은 표면적으로 전체적 구성요소를 유지하고 있으나, 실질적인 수련 과정에서 기관별 교육의 여건과 질적 차이가 크고, 근로자와 피교육자의 이중 신분 중 근로자로서의 역할이 강조되어 실제 임상 현장에서 수련교육에 집중할 여력이 현실적으로 부족하다. 임상 현장은 전공의가 주 80시간 이상 초과 근무하기도 하며, 수련 초기에는 술기 교육 부족으로 인해 환자 안전과 피교육자의 안전한 수련환경을 위협하기도 한다. 또한 수련환경 평가는 과정에 대한 평가와 수련의 질적 내용에 대한 평가보다 수련 규정 준수와 시설 평가 등 구조적 평가에 더 집중하고 있다. 따라서 수련의의 역량 성취에 초점을 둔 현장 바탕 평가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수련 체계의 구조적 한계와 내실있는 운영이 담보되지 못한 상황에서 수련 기간에 대한 변화는 수련제도의 질적, 내재적 한계를 극복하기보다 현재 한계를 그대로 가져가는 형태가 될 수밖에 없다. 각 국가는 지역적 맥락에 따른 의료체계를 구축하고 있고 그에 맞추어 다양한 기간, 형태의 수련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즉 국가별 수련제도는 저마다 상이하고 각자 추구하는 목적이 다르므로 우리나라 현 상황에 걸맞는 장기적인 계획의 수립이 필요하다.
수련 기간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수련프로그램의 질이며, 수련의 질의 담보가 제도적 변화보다 우선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