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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EWSLETTER NO.113 February 2020

Issue?? 있슈!!

- 입원전담전문의, 입원의학 전문가로 우뚝 서길(Hospitalist, The New Leader of Hospital Medicine)

신 동 호연세의대 내과학교실, 대한내과학회 입원의학연구회 회장

인구 고령화와 만성질환 및 암 생존율 개선으로 의료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였고, 상당수의 대학병원들이 몸집을 키워왔다. 그에 비해, 입원 진료의 핵심 인력이었던 전공의는 정원 감축, 근무시간 제한과 내과/외과 전공의 3년제 전환으로 더이상 입원환자를 책임질 수 없게 되었다. 전공의특별법이 시행된 지 3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상당수의 전공의들이 주 80시간을 초과해 일을 하고 있으며, 수련의 질이 충분한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모자란 인력때문에 적지 않은 교수들이 당직까지 서고 있으며, “전문의는 인권이 없나” 한탄한다. 환자들은 자신이 알지도 못하는 사이 진료 인력 부족으로 안전을 위협받고 있다.

1. 입원전담전문의 시범사업, 절반의 성공
입원 진료 인력 공백에 대한 대안의 하나로, 2016년 입원전담전문의 시범사업이 시작되었다. 지난 3년여간, 입원전담전문의가 170여명을 돌파하고 대한내과학회와 대한외과학회에서 관련 연구회가 조직되는 등의 성과가 있었다. 시범사업의 결과 환자, 보호자 뿐 아니라 동료 의료인(교수, 전공의, 간호사)들의 만족도도 높았고, 응급실 체류기간과 재원기간을 단축한다는 연구 결과들도 보고되었다.
하지만 정작 입원전담전문의들은 업무 만족도가 낮았고, 여기에 야간/주말 근무,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편견으로 적지 않은 수가 일을 그만두었다. 그래서 아직까지도 대부분의 병원들이 입원전담전문의 구인란을 겪고 있다.

2. 미국의 성공 사례
2019년, 미국의 입원전담전문의 규모는 6만여명 이상으로, 미국 최대 규모의 전문의 집단이 되었다. 이처럼 입원전담전문의가 가장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았다고 평가받는 미국도, 처음 시작의 계기는 우리나라처럼 전공의 근무시간 제한이었다.
하지만 20여년이 지난 지금, 미국의 입원전담전문의는 더이상 전공의 대체 인력이 아니다. 이들은 입원환자와 외래환자의 차이에 주목하여 입원의학(hospital medicine)이라는 새로운 학문을 개척하였으며, 환자뿐 아니라 “병원이라는 시스템”도 입원전담전문의들이 관심을 가지고 치료해야 하는 대상이라고 규정하였다.
전공의들에게 맡겨두었던 입원 진료를 새로운 전문가들이 책임지면서 병원의 많은 것이 바뀌었다. 입원 환자의 안전과 진료 시스템의 효율적 운영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진 이 새로운 전문가들은, 자연스레 입원 진료 행정과 질 지표 관리의 리더가 되었다. 대학병원들에서는 내과 입원환자의 대부분을 입원전담전문의들이 주치의로서 책임지고 있으며, 그에 따라 전공의 수련에서도 입원전담전문의들이 커다란 축을 담당하고 있다. 미국의 한 입원전담전문의는, 자신들의 병원은 전문의만으로도 운영이 가능하며, 전공의들은 그런 병원에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을 받는 것”이라고 자랑스럽게 설명하였다. 분과전문의(specialist)들은 입원 진료의 부담에서 벗어나, 시술, 외래진료, 협진의(consultant)로 활동하며 이전보다 훨씬 여유롭게 일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입원전담전문의는 병원-전문의-전공의-환자 모두가 이득을 보는 윈-윈 전략이라고 평가되고 있다.

3. 입원전담전문의, 입원의학 전문가로 성장해야
이와 같은 미국의 성공사례는, 그 누구도 만족하지 못하는 우리의 의료 현실에도 많은 것을 시사한다. 입원 환자의 진료와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전문 인력, 의사들의 삶의 질까지 배려하는 근무 조건, 전공의들의 부담을 줄이고 수련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 입원전담전문의가 정착되면 가능해 질 새로운 의료의 모습이다.
이를 위해서는 입원전담전문의 스스로 입원의학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눈앞의 환자 진료에도 최선을 다해야 하지만, 이를 넘어 병원 차원에서 진료 영역을 고민하고, 진료 시스템과 안전 문제에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 더 나아가 전공의 수련과 연구에까지 활동 영역을 넓혀야 한다.
입원환자 진료는 전공의의 일이라는 편견도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이런 인식때문에 병원의 안전 문제와 질 지표는 그동안 전문의들의 관심 밖이었다. 병원의 문제들을 전공의들의 긴 노동시간으로 해결하는 방식은, 복잡해져가는 병원 시스템의 문제에 눈을 가리고 혁신을 미루게 하던 미봉책일 뿐더러, 이제는 더 이상 불가능하다.
병원도 입원환자를 입원전담전문의들에게 맡기기 위해서는 고용에만 신경 쓰는 것이 아니라 진료 시스템을 함께 정비하여야 한다. 입퇴원 플로우 점검, 진료 연속성 제고 방안과 함께, 무엇보다 환자수와 매출에 기반한 인센티브제도부터 손을 보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의사-의사 갈등때문에 아직 입지가 취약한 입원전담전문의들부터 이탈하는 일이 반복될 것이다.
정부는, 추가되는 전문의 인력이 입원환자의 안전에 필수적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제도가 유지 가능하도록 충분한 수가를 책정해야 한다.

4. 마치며
입원전담전문의는 ‘전공의 대체 인력’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 지난 시범사업 3년의 시행착오에서 얻은 교훈이다. 입원전담전문의가 입원의학 전문가로 성장하고, 자긍심과 자율성을 가지고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는 것이 성공의 관건이 될 것이다. 머지 않아 입원전담전문의가 환자의 안전을 책임지고 병원을 혁신하는 리더로 자리잡아, 병원과 의사, 환자 모두가 윈-윈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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