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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EWSLETTER NO.104 April 2019

1분 소확행

- 세 번째 이야기 - SNS를 하며 즐기는 소확행

배 상 준 외과전문의

SNS는 Social Network Service의 이니셜입니다. 누군가를 직접 만나거나 전화 통화를 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스스로 올린 사진과 글을 통해 그들의 일상이나 생각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은근히 쏠쏠합니다. 누군가는 SNS를 S(시간), N(낭비), S(서비스)라고도 부릅니다만, 저는 SNS를 지인과 소통하려는 목적보다는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합니다. 어쩌면 저는 SNS의 가장 큰 수혜자일 수도 있습니다.

2015년 11월, 홈페이지에 쓰고 facebook으로 공유한 글 하나가 소위 말하는 “대박”난 적이 있었습니다. 미국 학회를 다녀오면서 마일리지로 일등석을 탑승하였고, 그 경험을 허세 한 점 없이 재미있게 풀어 쓴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facebook을 통해 공유했던 제 글이 5만 건 이상 다시 공유되면서 저는 하루아침에 인생을 멋지고 웃기게 사는 아재가 되어버렸습니다. 심지어 제 홈페이지에 하루 22만 명이 방문했을 정도였습니다. 돈으로 환산해 보면 제가 쓴 글 두 편이 몇 억 이상의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물론 처음부터 글을 잘 썼던 것은 아닙니다. 대부분의 의사들과 마찬가지로 글을 쓰려는 생각을 해 본 적도 없었습니다. 글을 쓰고 SNS를 활용하게 된 계기는 제게 암 진단을 받고 다른 병원에 간다며 소견서를 작성해 달라는 환자들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제가 근무하는 일산병원을 최고의 병원이라 여기고 열심히 일했습니다. 열심히 환자를 보고, 열심히 수술하면 환자들이 점점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암 진단을 받은 일부 환자들이 제게 수술 받지 않고 큰 병원에 가야 하니 소견서를 써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었습니다. “일산병원은 환자분이 수술 받을 수 있는 최적의 병원이라구요!!”라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외과의사는 누구나 내 앞에 앉아 있는 환자에게 마지막 집도의가 되고 싶을 것입니다만 아무리 유능한 외과 의사라도 병원 브랜드를 뛰어 넘을 수 없기 때문에 거기까지가 한계였습니다. 자존심이 상했습니다. 마음만큼은 신문에 “일산병원은 최고의 병원이다”라고 광고를 내고 싶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하다 마침 맥주 한 잔 같이 하던 친동생이 홈페이지를 운영해 보면 어떻겠냐고 제안을 하였습니다. 동생은 온라인 학원 사업을 하고 있어 이미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홈페이지를 운영하다 보면 원하는 목적도 이룰 수 있고 재미있는 일이 많이 생길 것이라는 동생의 말을 듣고, 네이버 블로그로 홈페이지를 만들어 첫 번째 글을 올렸습니다. 2009년 11월 8일입니다.

제 담당 분야인 간/담도/췌장 질환에 관한 내용을 쉽게 정리하고 가다듬어 글을 썼습니다. 수술 동영상도 편집하여 올렸습니다. 진료실에 온 환자들에게 제 홈페이지를 알려 주었습니다. 진료실에서 10분 이상 설명할 시간이 없기 때문에 홈페이지 주소를 적어주면서 한마디 툭 던지곤 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를 참조하세요.” 시간이 지나니 환자들의 반응이 왔습니다. 수술 케이스도 늘기 시작했고, 다른 병원에 간다며 소견서 써달라는 환자도 줄어들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가지 재미있는 생각이 퍼뜩 들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여행, 맥주에 대해서도 글을 써서 저장해 두고 싶었습니다. 글이란 게 쓰려고 마음먹으면 대충 쓰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관련 책을 찾아 체계적으로 공부해야 하고, 공부한 내용을 잘 정리하여 매끄럽게 글로 남겨야 합니다. 학회 혹은 여행 갔던 도시의 역사, 예술 같은 인문학 내용을 공부해서 홈페이지에 올렸습니다. 맥주에 얽힌 인문학적 이야기도 재미있게 풀어나갔습니다. 사람들의 반응이 더 뜨거워졌습니다. 40대 아저씨가 되면 공부하는 게 그리 지겨운 일이 아닙니다. 주제를 정해 공부하며 알아 가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또 어느 날, 제 홈페이지에 올라온 글을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읽을 수 있으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 생각하다 facebook이 떠올랐습니다. facebook에 가입하였습니다. 저는 facebook에 소소한 일상이나 개인적인 생각을 기록하지 않습니다. 어차피 타인의 일상이나 생각을 진심으로 관심 있게 여기는 사람도 드물 것입니다. 홈페이지에 작성한 글의 주소를 링크하는 용도로 facebook을 활용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예상대로 더 많은 사람들이 제 글을 읽게 되었습니다.

“홈페이지를 운영하면 재미있는 일들이 많이 생길거야”라는 동생의 조언대로 지금은 강연을 다니고 인터뷰, 기고 등 재미있는 일들이 제 일상 속에 많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모르는 사람들은 제 글이 우연히 인기를 얻었고, 저를 운이 좋은 아재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10년 동안 글을 쓴 내공이 쌓여 있고, 블로그와 facebook이라는 SNS를 잘 활용한 결과일 뿐입니다. 물론 초창기에 작성한 글들을 읽어 보면 낮 뜨거울 정도로 유치하고, 맞춤법도 엉망입니다. 하지만 그 글들이 제겐 소중한 컨텐츠와 아이템입니다. 제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지인들에게 하는 말이 있습니다 “남자는 아이템, 인생은 컨텐츠”

글을 쓰면 생각이 정리되고 삶이 정리됩니다. 그리고 컨텐츠가 쌓이게 되어 책을 쓸 수 있게 됩니다. 세상 모든 일들은 안에서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있습니다. 지금 내 삶이, 내 병원이 정체기라는 생각이 든다면 밖에서 무엇인가를 찾으려 하지 마십시오. 내 안의 생각을 정리하여 글로 남겨놓거나 떠오르는 잡념을 수식어 없이 그대로 글로 남겨놓는 연습을 하다 보면 돌파구가 쉽게 보일 것이라 확신합니다. 저장된 글들은 어느새 본인의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아이템이 되어 있을 것입니다.

대한의학회(http://www.kams.or.kr)
(06762) 서울특별시 서초구 바우뫼로 7길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