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Navigation
Skip to contents

E-NEWSLETTER NO.103 March 2019

POM (People of Month)

- 제15회 바이엘임상의학상 수상 소감

김 우 주 고려의대 내과학

국내 최고권위 의학학술단체인 대한의학회의 제15회 바이엘임상의학상을 수상하게 돼 영광입니다. 대한의학회 장성구회장님, 바이엘코리아 잉그리드드렉셀 대표님, 김건상운영위원장님 및 관계자께 감사드립니다.

어떤 계기로 오늘 영예로운 상을 받게 됐는지 되돌아봤습니다. 많은 분의 가르침, 도움 그리고 좋은 인연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부모님은 어려서부터 “세상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되라” 자주 말씀하셨습니다. 대학 입학을 앞두었을 때 아픈 사람은 넘쳐나는데 병원 문턱은 매우 높았습니다. 의사가 돼 가난한 사람의 병을 치료하는데 도움이 되겠다는 꿈을 가졌습니다. 당연히 폭넓게 환자를 볼 수 있고, 무의촌에서 가장 필요한 내과 의사가 되었습니다.
30년 전 군 복무를 마치고 감염 내과의사가 된 계기는 고대구로병원 박승철 교수님이 이끌어주셨기 때문입니다. 감염병 의사는 인기가 없어 지원자가 적은 일종의 “좁은 문”이지만 국가, 인류의 감염병까지 고칠 수 있는 세상에 꼭 필요한 사람이기 때문에 꿈을 이루는데 적합했습니다. 모교 교수가 되어 진료, 교육, 연구에 몰두하다가 국가적인 감염병 대비‧대응에 대한 공헌에 나서게 된 것도 스승님의 권유 때문이었습니다. 20여 년 전 AI 인체감염이 발생하고 대유행 인플루엔자의 임박 위협에도 불구하고 국내 인플루엔자 유행의 정체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정부 요청과 스승님의 말씀으로 국립보건원 호흡기 바이러스과장을 맡아 처음으로 전국적인 인플루엔자 감시체계를 만들었고, 그 결과 이제는 겨울철 인플루엔자 유행의 전모를 알게 됐습니다. 이후 2003년 사스, 2004년 AI, 2009년 신종플루 및 2014년 에볼라까지 국가감염병위기 대비‧대응에 대한 자문을 하였고, 급기야 2015년 메르스 유행 때는 정부 방역에 직접 관여하게 됐습니다. 이러한 공공 봉사에 나설 수 있었던 것은 “교육구국”과 “공선사후”의 창학 정신을 표방하는 고려대학교의 일원이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제약 없이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준 고려대학교와 병원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세계의학교육연합회의 학술대회는 그 동안 10여 년 주기로 개최되었으며 마지막으로 개최된 것은 2003년 덴마크에 코펜하겐에서 개최되었고 이 개최를 위하여 당시 세계의학교육연합회의 사무국을 지원하고 있던 스웨덴에 룬드대학과 덴마크에 코펜하겐대학 그리고 스웨덴과 덴마크 양국 정부에서 많은 지원을 하였다. 뿐만 아니라 UN 기구인 세계보건기구와 유네스코, 그리고 세계의사회도 협력하여 2003년 세계의학교육회의가 성공리에 마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협력을 하였었다. 2003년 학술대회는 75개국에서 약 700명이 넘는 의학교육 전문가가 참가하였으며 우리나라도 약 30명의 의과대학 교수가 참여하여 오늘날 우리나라 의학교육 평가 인증의 기틀이 마련되었다. 다음으로 2013년 스웨덴에 말뫼(Malmö)에서 개최 할 예정이었으나 2013년 그리스로부터 시작된 유럽의 경제 한파로 인하여 부득이 행사를 취소하게 되었다.

국가적 감염병 위기를 차례로 겪으면서 백신, 치료제 등 의료대응수단의 연구개발에 직접 관여하고, 개발된 백신이 국민과 국가의 보건 향상에 기여하였기에 보람은 매우 컸습니다. 2009년 신종플루 대유행 시 정부, 회사 등과 협업하여 신속하게 신종플루 백신의 임상 연구를 완료했습니다. 1,400여만 명이 백신 접종을 받아 많은 인명피해를 줄였고 대유행을 일찍 종식시킬 수 있었습니다. 2010년 보건복지부 지원 신종인플루엔자 범부처사업단장을 맡으면서 백신, 치료제, 진단법, 기초, 역학 및 임상 연구 등을 관리하여 연구개발의 성과를 주도하였습니다. 대표적으로 문제가 제기됐던 계란배양 인플루엔자백신의 한계를 극복하는 세포배양 인플루엔자백신의 개발 허가를 마쳤습니다. 임상의사에서 출발하여 실제 국가적 감염병 위기대응을 자문하고, 관산학연의 협력연구를 통해 구체적인 대응수단인 백신을 개발하는 등 공공보건안전에 기여했다는 뿌듯함은 그동안 겪었던 모든 고난을 상쇄해주었습니다. 연구개발에 함께 했던 관산학연의 관계자께 커다란 찬사를 드립니다.
2015년 5월 메르스가 유행했을 때 정부의 긴급 요청에 따라 민관합동공동위원장, 즉각대응팀장 등을 맡아 2개월간 동분서주 노력한 결과 조기 종식에 기여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메르스 치료제와 백신이 없었기에 국민이 느끼는 두려움은 가중됐습니다. 또한 메르스에 대한 투명한 위기 소통이 없었기에 공포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만연됐습니다. 메르스를 겪고 나서 신종감염병에 대한 치료제 및 백신의 연구개발 그리고 국민에 대한 위기 소통에 더욱 노력하자고 다짐하였습니다. 그리고 저의 경험을 나눔으로써 많은 젊은 사람이 감염병 전문가의 길에 들어서서, 국가와 인류에게 닥친 감염병 위기를 대비하고 극복하는 첨병 역할을 하게 되기를 희망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일은 저와 동고동락을 같이한 감염 내과 구성원, 특히 정희진, 송준영, 노지윤 교수, 제자, 간호사 및 연구원의 노고에 힘입은 바 큽니다. 감염 내과 팀원의 헌신적인 노고와 희생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습니다. 아울러 묵묵히 내조와 지지를 보내준 가족에게도 감사를 드립니다.

대한의학회(http://www.kams.or.kr)
(06762) 서울특별시 서초구 바우뫼로 7길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