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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EWSLETTER NO.103 March 2019

Issue?? 있슈!!

- 삭센다 열풍으로 보는 비만 치료의 현실

강 재 헌 성균관의대 가정의학

최근 삭센다라는 비만 치료 주사제를 처방받고자 하는 수요가 많아 일시적으로 약을 구할 수 없는 상황이 되는 등 ‘삭센다 열풍’이 불고 있다. 비만 연구를 같이 하는 외국 학자들도 회의 때 만나면 한국에서 삭센다 수요가 급증하는 이유에 대해 묻곤 하는데 답변이 곤란한 경우가 많다.

삭센다는 체내에서 식욕을 조절하는 호르몬인 글루카곤양펩타이드-1(GLP-1)과 유사한 기능을 하는 약물로서 대뇌의 식욕조절중추에 작용하여 식욕을 줄이고 공복감을 덜 느끼게 함으로써 체중 조절효과를 나타낸다. 인체 내에서는 GLP-1을 만들어내어 식욕을 조절하는데, 삭센다는 이 호르몬과 유사한 작용을 하여 칼로리 섭취를 줄이는 것이다.

본인이 비만 환자 치료를 처음 시작한 20여 년 전만 해도 비만 치료에 사용할 수 있는 약물이 거의 없어 식사요법, 운동요법과 행동수정요법으로 비만 환자를 치료해야 했다. 이 때문에 당시에는 비만 치료가 잘 되지 않는 환자를 만날 때마다 혈압약이나 고지혈증 약처럼 약을 복용하면 치료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비만 약물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했었다.

다행히 지금은 비만 치료를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약물이 여러 개 존재한다. 대뇌에 작용하여 식욕을 억제하는 약물들과 위장관에서 지방 흡수를 억제하는 약물이 처방 가능하여 20여 년 전보다는 비만 치료 여건이 크게 개선된 편이다.

하지만 지금도 비만 약물 처방은 식사요법, 운동요법, 행동수정요법 등의 비약물요법을 실시한 후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사람에 대해서만 처방해야 한다. 그 이유는 비만 치료에는 생활습관 교정이 무엇보다도 중요하여 약물 치료만으로는 효과를 거두기 어렵기 때문이다. 고혈압 환자에게 고혈압 약과 함께 저염식을 권고하지만 식사 조절을 못하는 경우에도 약물 요법이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하지만 비만 치료에서는 생활 습관 교정 없이 약만 복용해서는 치료에 성공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2001년에 위장관에서 지방 흡수를 억제하는 비만 약물이 출시되어 선풍적인 인기를 거둔 적이 있었는데, 수 년 후 처방이 급감하였던 적이 있다. 약물에 대한 맹신으로 약물 오남용 현상이 나타났고, 생활습관 교정 없이 약에만 의존한 환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번 삭센다 열풍과 관련하여 두 가지 우려가 내 머리 속을 떠나지 않는다.
첫째, 비만 치료에 사용할 수 있는 좋은 약들이 나오고 있지만, 식사조절과 운동 등 생활습관 교정을 등한시해도 되는 약이 나온 것으로 오해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다. 비만은 정말 다양한 원인으로 나타나는 질환이므로 생활습관 교정 없이 약물 하나로 조절되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다.
둘째, 삭센다는 반드시 의사의 진찰과 관리가 필요한 전문의약품인데, 불법 유통되거나 의사의 세심한 관리 없이 오남용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다.
삭센다를 처방 받으면, 오심, 구토, 설사, 변비, 두통, 저혈당, 위통, 어지러움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처방 의사가 부작용 여부와 효과를 잘 관찰하고 약물 용량을 조정해야 한다. 또한 가능성이 낮기는 하지만 일부 갑상선 종양과 급성 췌장염이나 담낭 질환이 생길 가능성이 있어 세심한 모니터링이 필요한 약물이다.

비만 치료는 미용의 문제가 아니라 주요 건강 문제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새로이 출시된 비만 약물에 대한 맹신으로 국가 의료비가 급증하고 많은 이들이 비만 치료에 실패하고 건강을 해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우리 의료인들을 환자들에게 비만 약물요법의 효과와 한계를 알리려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대한의학회(http://www.kam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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