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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학회 E-NEWSLETTER No.93 APRIL 2018

ISSN 2287-9390 (Online)

대한의학회(Korean Academy of Medical Sciences). The enhancement of medical specialties through education, research and training

자살예방과 의사의 역할

자살 예방, 수가 신설 등 전 의료인이 동참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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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종 우
경희의대 정신건강의학

지난 9월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자살통계에서 전년대비 4.8%의 감소가 있었지만 아직까지 1만2463명의 국민이 자살로 사망하는 심각한 상황이다. 특히 10-39세의 사망원인의 1위가 자살이며 40-50대는 인구구성상 자살사망자가 가장 많은 연령대이며 60세 이상은 자살율이 가장 높아 전 연령대에 걸친 문제이기도 하다. 다행스럽게도 작년 새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에 자살예방이 포함되었고 이에 따라 올해 1월 국가자살예방행동계획이 발표되어 총리실 주관하에 보건복지, 고용노동부, 교육부, 국방부 등 여러 부처가 협력하여 사업이 진행되기 시작하였고 국회도 2월 국회자살예방포럼에 39명의 국회의원이 참여하여 자살예방을 위한 법과 제도개선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매월 회의를 진행중이다.

생명을 구하는 의사와 의료인 입장에서도 자살은 모든 과가 관련된 문제이다. 필자가 근무하는 병원의 직무스트레스상담실을 찾는 직원의 적지 않은 수가 본인이 돌보던 환자를 자살로 잃은 의료인들이다. 애써 보던 환자를 자살로 잃는 비극은 의사들에게도 커다란 트라우마가 될 수 있다. 국내에서 신체질환은 경찰청자료로 볼 때 정신건강문제에 이어 자살원인의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실제 해외의 심리부검 연구는 자살사망 전 많은 사람들이 신체질환으로 의료기관을 방문한다고 보고하고 있다. 자살에 대한 의사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한 시점이다.

국내에서도 응급실 기반 자살시도자 사후관리가 응급의학과 전문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사례관리자의 협력으로 52개 병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초기에 응급처치와 함께 사례관리서비스를 통해 의료서비스와 필요한 복지서비스를 연계하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받지 않는 시도자에 비해 절반이상으로 자살사망을 낮추는 효과가 보고되고 있다. 또한 최근 상급종합병원을 중심으로 병원내자살의 감소를 위해 모든 입원환자에게 자살고위험군 스크리닝을 시행하는 병원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현행 의료보험체계에서 많은 환자를 진료해야하는 국내임상현장에서 자살예방을 위해 임상의사가 자신의 환자에게 관심을 가지고 게이트키퍼의 역할을 수행하기에는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는 실정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일본에서는 자살예방수가를 의료보험을 통해 제공하고 있다. 자살위험이 높은 환자를 발견한 의사가 적극적인 질문과 설득을 통해 응급실이나 정신건강의학과로 환자를 의뢰할 경우 5천엔 수준의 수가를 지원한다. 이러한 대책을 포함한 전사회적 적극적인 자살예방정책을 통해 일본은 10년간 34%의 자살을 줄일 수 있었다. 현장의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는 적극적인 정책수립은 자살예방을 위한 의료인간의 협력을 증가시킬 수 있을 것이다.

자살예방정책의 근거를 분석한 John Mann의 체계적 고찰에서 항우울제의 처방건수증가로 인한 자살의 감소는 3%수준이었다. 반면 일차의료의사 대상 자살예방교육은 연간 감소율이 22-73%에 달하였다. 이미 한국자살예방협회에서 개발한 보고듣고말하기 한국형 표준자살예방교육프로그램을 수료한 일반인이 70만명을 넘은 상황이다. 의학회의 보수교육 등에 자살예방교육을 필수적으로 포함하고 의사를 위한 표준자살예방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시행한다면 가장 효과적인 자살예방정책의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의료계 내에서는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권유해도 환자가 거부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만든 일부 항우울제의 60일이상 처방시 정신건강의학과에 자문을 받게 되어 있는 규정으로 논란이 있어왔던 것도 사실이다. 이 문제의 해결의 열쇠는 정부가 가지고 있다. 미국의 우울증가이드라인은 우울증의 선별은 진단, 치료, 추적관찰이 가능한 병의원에서 진행하도록 하고 있으며 영국의 우울증치료가이드라인은 항우울제는 우울증의 진단과 치료에 숙련된(Competent) 의사가 처방하도록 권고하고 있으며 2차로 전문의의 자문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우리도 정부가 국내 정신건강의학과 치료에 장벽이 되는 F코드 보험가입의 제한이나 의료급여입원 정액제 등의 차별을 우선 철폐하고 편견을 낮추며, 우울증의 진단과 치료의 저변을 관심있는 일차진료의에게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전문적 자문을 받을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한다면 의료인간의 협력은 보다 확산될 수 있을 것이다.

올해 이제 우리나라의 국민소득은 3만불을 넘게 되었다. 하지만 OECD국가중 힘들 때 도움을 청할 사람이 주변에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나라가 최하위를 기록하는 것이 현실이다. 자살예방은 단지 자살만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아픔으로 위기에 처한 사람을 위한 의료와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지지를 연결해나가는 고리를 만듦으로서 우리사회를 좀더 살만한 사회로 만드는 여정이다. 그러한 협력의 핵심에 의료인들의 관심과 참여는 생명을 위한 연결고리의 확산에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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