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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학회 E-NEWSLETTER No.93 APRIL 2018

ISSN 2287-9390 (Online)

대한의학회(Korean Academy of Medical Sciences). The enhancement of medical specialties through education, research and training

우리나라 의사교육의 당면과제

현대 의료는 ‘사회적 실천’의 성격 강해, 그럼 의사양성 비용은 누가 감당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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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덕 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

들어가며

많은 사람들이 정보통신기술과 빅 데이터 등을 기반으로 하는 인공지능의 급속한 발달이 가져올 세상에 의료계도 동참하여 차세대의 국가적 먹거리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의료계는 인공지능의 발달이 가져올 미래에 대해 예측하는 것 자체가 분명하지 않을뿐더러 여기에 의학 본연의 불확실성이 더해지기 때문에 매우 민감한 주제로 간주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으로 인해 미래에 소멸될 직업으로 의사가 거론되기도 하는 것에 대해 능동적 내지는 수동적 부정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한편으론 인공지능, 로봇기술 그리고 맞춤형 의학과 같은 새로운 미래지향적 기술의 등장으로 전통적인 의사의 역할은 축소되거나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도 가지고 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의사가 현대와 같이 전문적 능력으로 생계를 유지하기 시작한 것은 의학이 과학화되기 시작한 이후였다. 의술은 현대 과학의 성취와 더불어 발전하게 되었고, 이에 따라 의료비도 상승하게 되었다. 의료비가 상승함에 따라 환자 개인의 지불능력 편차가 매우 심해지기 시작하였고, 지불능력이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하는 불행한 일도 생기게 되었다. 이에 의료를 인간의 기본권에 포함시키려는 노력이 시작되었다. 의료가 인간의 기본권으로 편입되는 과정에서 의료와 관련된 새로운 제도들이 탄생하기 시작하였다. 이제 현대와 같은 의료는 “사회적 실천(social practice)”으로 불리기도 한다. 즉 의료는 더 이상 의사만의 전유물이 아니고 사회 전체가 참여하는 사안이 되었다. 집은 없어도 의료는 제공받아야 할 권리가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의료가 사회적 실천인 사회에서 이제는 새로운 정보통신 시대 4차 산업혁명의 흐름까지 대두되었다. 의학과 의학교육은 이와 같은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본론

현대에서 의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과 돈을 필요로 한다. 우수한 능력의 전문의가 되기까지 고등학교 졸업 후부터 빨라야 군복무기간 제외 11~13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과학기술의 눈부신 발달은 의사양성 기간을 단축시키기 보다는 오히려 연장시킬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이처럼 의사양성의 비용 증가와 더불어 의료가 기본권으로 인식됨에 따라 “의료는 사회적 실천”이라는 명제가 현 시대와 합치되는 정책으로 발전되어 왔다. 즉 사회는 의사양성에 대한 비용을 부담하고, 의료비에 대한 사전 대비로 보험의 형태를 취하거나 정부가 징수한 세금으로 해결하는 시스템이 갖춰지게 된 것이다.

문재인 정권이 제시한 문케어의 근간은 이미 의료가 사회적 실천으로 전환된 나라의 의료제도를 바탕으로 설계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의료제도 안에 정작 의료인 양성 정책은 찾아보기 힘들다. 현 정부의 기조가 사회주의적인 색채가 강한 것에 비하여 오히려 보건의료인 양성은 매우 자본주의적인 제도에 의존하고 있다. 고등 능력을 갖추기 위한 모든 과정이 사회나 공공의 투자 없이 개인의 지속적인 투자로 이루어지는 반면, 최종단계에서는 의료의 공공성을 강조하며 단일 국가의료보험의 이름하에 의료비의 통제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의사단체와 의료정책을 담당하는 정부와의 만성적인 긴장관계는 피할 수 없어 보인다. 그리고 이러한 긴장관계 속에 의료의 왜곡현상은 의사의 역할에 대한 본질적 회의를 불러일으키고 의업에 대한 만족도를 심각하게 훼손시키고 있다.

한편 빠르게 발달하는 과학기술의 성과는 의료비의 감소보다는 상승을 견인한다고 예견하는 편이 보다 정확할 것이다. 비싼 기술의 개발에는 반드시 비용이 따르고 특히 과학기술의 발전은 공공 보다는 민간에 의존하는 편이다. 의료계가 우려하는 것은 정보통신의 발달로 의료계는 소외되고 과학과 기술의 개발 및 혁신을 이끌어 나가는 기업만 이익을 독점하게 된다는 점이다. 또 전 세계적으로 선진국은 과학과 기술개발의 대가로 엄청난 이득을 취할 수 있다.

이런 점에 주목하여 우리나라도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의료에서 신기술의 적용과 발전을 촉구하고 연구비 투입이나 정부주도의 기관설립 등의 정책적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정작 4차 산업을 견인할 만한 성과는 보이지 않는다. 실제 임상에서 벌어지는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연구역량을 높이고 연구자를 양성해야 하는데, 우리 사회의 투자는 매우 미진하다. 관심 있는 임상의가 전문의 과정을 마치고 교육과 훈련을 받기 위하여 자기 투자를 계속해야 하는 환경이라면, 선뜻 임상과 연구를 겸비한 연구자가 양성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맺으며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제도를 갖고 있다는 주장이 일상적으로 들리고 있다. 정말일까? 우리의 의료를 보고 외국의 의학교육자는 평하기를 “content expert”라고 표현하였다. 특정 기술에 대한 수월성을 의미한다. 그러나 아직도 의학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강조되는 주제는 가장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역량을 지닌 의사를 배양하는 것이다. 특히 의료가 사회적 실천인 시대에서 고비용 전문의 위주의 낭비적인 의료 보다는 인간중심적인 일차 진료가 중요하다는 사실은 더 이상 강조할 필요도 없어 보인다. 의료에서 우리나라와 유사한 사회적 현상을 보이는 동아시아는 의료 기관의 생존과 팽창을 위한 “낭비형 의료”가 특징이고 전통적인 서양의학의 모습이 뒤틀어져 사람보다는 기기나 기술에 의존하는 비인간적이고 기계적인 의료가 지배하고 있다.

의료가 사회적 실천이라는 명제는 정치체제를 달리해도 공통적으로 추구할 수 있는 사회적으로 중요한 명제임에 틀림이 없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맞이하면 더욱 중요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사회에서 의학교육은 아직도 사회적 실천에서 배제되고 개인적 투자의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런 시대착오적인 현상은 이제 우리사회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숙제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료계와 정치권, 우리사회의 공통된 노력이 필요하다.

문케어의 정책입안자들은 의사의 급여를 사회적 합의에 의하여 결정하려고 하지만, 이율배반적으로 의사의 양성에 있어서는 사회적 논의를 배제하고 있다. 이와 같은 이중성은 반드시 비판받아야 하고 개선되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시대로의 진입이 요구하는 고비용 임상연구자의 교육과 훈련의 투자는 과연 누구의 몫인가도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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