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1년 전문과목 표방이 도입된 이후 우리나라 전문의제도는 끊임없이 확장되어 왔다. 정식 시험제도가 도입된 지 3년 후, 1965년에 전문의 숫자가 너무 많다는 지적이 시작되었고, 1980년에 들어와 의사 전체 중 전문의 수가 50%를 넘으면서 일차의료 중심의 의료체계가 필요하다는 요구에 의해 가정의제도가 도입되었다. 그러나 가정의도 전문의에 포함되어 전문의 숫자는 지속적으로 늘어나 이제는 전체 의사 중 90% 이상이 전문의가 되었다.
전문의가 많은 것이 무엇이 문제가 되겠냐는 항변도 있으나, 우리나라 의료전달 체계는 붕괴되었다는 비난도 일고 있다. 어떤 방식의 의료전달체계를 만들 것인지에 대한 합의된 시스템이 없는 상태에서 일반의 수요가 얼마인지, 전문의 적정 숫자가 얼마인지를 논의하는 것은 쓸데없는 일이다. 영국식 GP 제도와 미국식 어텐딩 제도가 뒤섞인 혼돈 상태에서 1차, 2차, 3차 의료기관이 서로 비난해 봐야 정부와 정치권의 논리에 의료계는 놀아날 뿐이다.
그런데도 각 의사사회에 전문의, 세부전문의 제도를 신설해 달라는 요구가 늘어나고 있다. 기초의학 전문의, 임상약리 전문의, 노인 전문의, 공공의료 전문의 등 또 한쪽에서는 일차의료 전문의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도대체 전문의가 무엇을 하는 의사인지 정의도 확실하지 않다. 연구해서 발표하면 되지 않느냐는 소리도 있다. 그동안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 아니다. 복지부, 의협, 병협, 의학회 등에서 이런 저런 많은 연구를 시행하고 발표하였지만, 문제점만 지적되었지 개선 노력은 미진했던 것이다. 심지어는 이런 연구의 결과들이 한 곳에 모여 있지도 못한 상태이다.
우리나라 전문의제도는 저수가, 저급여, 저부담이란 3저를 지탱해주는 저임금, 고효율, 고강도 노동을 강요받는 전공의 제도가 근저에 있어서 가능한 시스템이다. 원가의 80%에도 못 미치는 수가를 정해놓고, 나머지는 알아서 챙기라는 무책임한 정책에서 병원이 필요한 것은 저임금의 노동자 전공의가 필요했던 것이고, 전문의에게 수익성에 쫓긴 경영 논리를 강요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의료보험수가가 정부 물가정책의 일환으로 통제되고 있는 상황에서 보험적용을 받지 않는 비급여 항목을 개발하지 못하면 병원경영이 곤란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생존환경에서 의료계에 윤리경영을 강조하는 것은 웃기는 일이다. 이 사회가 근거가 있는 의료보다는, 특별 조제된 ‘닝기루’ 주사를 맞아야 피로가 회복되고, 화면 빨이 잘 받는다고 믿는 정치지도자와 스타가 공존하는 형편이니 누가 무엇을 비판하겠는가?
이제 전체 의사 중 120%가 전문의인 시대가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 우리 모두 힘을 합쳐 시스템 개선을 위한 노력을 하여야 한다. 더 이상 우리의 미래를 남이 강요한 제도에 맡길 수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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