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 형 진서울의대 해부학
현대 대사질환과 비만의 재정의: ‘해킹당한 뇌(Hijacked Brain)’
세계적인 비만 유행은 더 이상 환자 개인의 선택이나 단순한 칼로리 과잉 섭취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현대의 비만은 과잉 소비를 조장하도록 설계된 환경 속에서, 뇌의 항상성 조절 회로와 쾌락(보상) 회로가 분리되면서 발생하는 신경 행동학적 기능 장애의 결과이다.
필자는 현대 비만을 주도하는 5가지 주요 뇌과학 병리 요인으로 신호 음식 중독(addiction), 유발 섭식(cue), 습관적 상황 섭식(habit), 감정적 섭식(emotion), 억제적 섭식(restraint)을 제시한다. 이러한 요인들은 시상하부를 중심축으로 하는 정상적인 에너지 항상성 조절을 무너뜨리고 뇌의 도파민 보상 시스템을 과도하게 활성화시킨다. 체중 감량을 유지하고 요요 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이러한 근본적인 신경 행동학적 동인들을 표적으로 하는 새로운 치료적 접근이 필수적이다.
그림 1. 현대 비만을 주도하는 5가지 주요 뇌과학 병리 요인
뇌 자극 전자기기(Electroceuticals)의 부상
이러한 맥락에서 ‘전자약(Electroceuticals)’, 즉 신경 조절 기술이 비만 치료의 새로운 대안으로 연구되고 있다. 이는 전기적 자극을 통해 신경 신호를 조절하여 식욕 조절, 실행 통제, 보상 처리 및 감정 반응에 관여하는 기능 장애 신경 회로를 직접적으로 조절하는 방법이다.
그림 2. 뇌 자극 전자기기 종류 및 특징
현재 비만 치료를 위해 주로 연구되는 비침습적 뇌 자극술은 실행 기능과 충동 조절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전전두피질을 타겟으로 한다. 대표적으로 경두개 직류자극(tDCS)은 음식에 대한 갈망을 개선하며, 반복적 경두개 자기자극(rTMS)은 체질량지수(BMI) 감소 효과를 보여주었다. 기존 비침습 기술의 한계인 얕은 침투 깊이를 극복하기 위해, 시간 간섭 자극(TIS)이나 집속 초음파 자극(tFUS) 같은 혁신 기술이 도입되고 있다. 이를 통해 해마나 보상계 등 뇌 심부 구조를 선택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 또한, 미주신경의 구심성 신호를 조절하여 포만감과 내수용성 감각에 영향을 미치는 경피적 귀 미주신경 자극(taVNS)도 식욕 조절의 치료적 잠재력을 보여준다. 향후 이러한 기기들은 환자가 일상에서 쉽게 사용할 수 있는 휴대용 및 웨어러블 형태로 진화하여 실시간 맞춤형 개입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다차원적 맞춤 진료의 미래
최근에는 환자의 임상적 표현형(Phenotype)에 기반한 약물 선택 모델이 주목받고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음식 중독' 하위 유형의 환자를 위해 측좌핵(NAc)을 직접적으로 표적하는 뇌 자극 전자기기 등, 구체적인 신경 행동학적 하위 유형에 맞춘 혁신적인 뇌 작용 약물 개발이 필요하다. 성공적인 비만 관리를 위해서는 단순히 체질량지수(BMI)나 대사 지표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앞서 언급한 5가지 병리적 차원(신호, 습관, 중독, 감정, 억제)을 다각도로 평가하여 환자 고유의 '신경 행동학적 프로필'을 분석해야 한다. 미래의 진료실에서는 이 다차원적 분류를 바탕으로 환자 특성에 맞춰 기전 중심의 뇌 작용 약물, 손상된 신경 회로를 교정하는 뇌 자극 전자기기, 그리고 행동 교정을 돕는 디지털 치료제(DTx)를 결합한 통합적 맞춤 처방이 이루어질 것이다. 이것이 높은 재발률을 극복하고 지속 가능한 비만 치료를 실현하는 새로운 방향이다.
그림 3. 다차원적 맞춤 진료의 미래: 뇌과학 병리 요인 분류 및 뇌 타겟팅 → 개인맞춤 치료
Hijacked Brain in Modern Obesity: Cue, Habit, Addiction, Emotion, and Restraint as Targets for Personalized Digital Therapy and Electroceuticals. J Obes Metab Syndr 2025; 34(3): 196-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