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AI를 비롯한 첨단 기술이 의료 분야에 빠르게 접목되면서 진단과 치료 방식이 혁신적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에 e-뉴스레터에서는 ‘의료와 테크’ 코너를 신설하여, 의료와 기술이 만나는 지점을 살펴보고 최신 흐름을 전하고자 합니다.
두 번째 글은 2025년 제9회 이민화 의료창업상 성장부문 수상자인 이돈행 넥스트바이오메디컬 대표이사께서 기고해 주셨습니다. 임상 현장에서 느낀 문제를 바탕으로, 기술을 통해 해법을 찾은 의료기기 창업 이야기입니다. 의료와 기술이 만나 어떻게 새로운 제품이 탄생하고 세계 시장에 진출했는지를 소개합니다.
이 돈 행넥스트바이오메디컬 대표이사
소화기내과 의사로서 근무하던 초기 시절, 위장관 출혈 환자를 대상으로 내시경 지혈술을 시행하면서 출혈 부위를 효과적으로 덮어 지혈하고 상처를 보호할 수 있는 지혈재의 필요성을 절감하였습니다. 외과에서는 녹는 거즈나 젤 같은 제품을 수술부위나 출혈 부위에 덮는 다양한 물리적 지혈 방법 등이 사용되고 있었으나, 내시경 시술에서는 가늘고 긴 도관을 통해 지혈재를 전달해야하기 때문에 이러한 방식이 기술적으로 적용되기 어려웠습니다. 이에 따라 내시경을 통한 물리적 지혈 제품에 대한 필요성이 지속해서 제기되었으며, 2003년 미국 유타대학교(University of Utah) 공대 연수 중 고분자를 이용한 지혈재 개발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도출하였습니다.
이후 2014년 (주)넥스트바이오메디컬을 창업하였으며, 임상적 니즈를 반영하여 기존 지혈 방법보다 사용이 용이하고 지혈 효과가 우수한 내시경용 지혈재 Nexpowder™를 개발하였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최대 의료기기 회사인 Medtronic과 글로벌 판권 계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거두었고, 현재 Nexpowder™ 완제품을 미국, 유럽, 캐나다 등 주요 시장에 수출하고 있으며, 내시경 시술 분야에서 혁신적인 지혈 솔루션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최근 ‘게임체인저’로 주목받고 있는 ‘근골격계 통증 색전’ 분야를 타깃으로 한 속분해성 혈관 색전용 제품 Nexsphere-F™를 개발하여 유럽 CE-MDD 인증을 완료한 유일한 관절염용 색전 제품으로 유럽 국가에서 제품을 출시하였습니다. 현재 미국 FDA 인증을 위한 허가용 임상시험을 준비 중이며, 이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더욱 확대할 계획입니다.
의료기기 개발은 임상 현장에서의 미충족 수요(Unmet Needs)에서 출발하며, 이를 사업화하기 위해서는 국내외 인허가 획득이 필수적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인허가를 취득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실제 임상 현장에서의 사용 경험과 피드백이 제품의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의료기기의 임상적 유용성과 안전성에 대한 근거를 지속적으로 확보하는 것은 제품 신뢰성을 높이는 핵심 과정이며, 이러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글로벌 기업과의 비즈니스 협상이 이루어집니다. 예를 들어, Medtronic과의 판권 계약 체결 당시에도 제품의 임상적 유용성과 안전성을 입증하는 충분한 데이터를 확보한 후 협상이 진행되었습니다. 이처럼 의료기기의 사업화에서는 지속적인 임상 근거 확보가 필수적이며, 사업화 이후에도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제품 마케팅과 시장 선점 전략이 수립됩니다.
의료기기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각 국가별로 상이한 의료기기 규제를 철저히 준수해야 하며, 지속적인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전문적인 인허가 전략이 필요합니다. 의료기기는 위험도에 따라 1등급부터 4등급으로 분류되며, 등급에 따라 전임상시험, 임상시험 등 다양한 자료 제출이 요구됩니다. 특히, 각국의 인허가 규제는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되므로 변경된 규제 사항을 신속히 반영하고 이에 따른 기술 문서를 준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넥스트바이오메디컬은 FDA, CE-MDR, MDSAP 등 글로벌 인허가 획득이 가능한 전문 인력을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으며, 국내외 주요 KOL(Key Opinion Leader)과 긴밀히 협력하여 지속적인 임상 근거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당사의 제품이 의료 현장에서 신뢰받고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습니다. 당사는 지난해 8월 기술특례 상장을 통해 코스닥 상장사로 도약하였으며, 혁신적인 제품과 다양한 임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 선점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현재 Medtronic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Nexpowder™의 시장 확대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Nexsphere-F™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대형 글로벌 회사들과 전략적인 파트너십을 논의 중입니다.
향후, 기존 제품의 시장 확대뿐만 아니라 새로운 혁신적 의료기기 개발을 통해 글로벌 의료기기 시장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지속적인 연구 개발과 임상 근거 확보를 바탕으로, 보다 효과적이고 안전한 치료 옵션을 환자들에게 제공하는 데 집중할 것입니다.
대한의학회가 주관하는 제9회 이민화 의료창업상을 수상하게 되어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하며,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번 수상은 의료기기 개발과 사업화 과정에서 겪었던 도전과 노력이 인정받은 의미 있는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임상의로서 경험한 임상적 니즈가 의료기기 개발로 이어진 과정이 앞으로 더 많은 의사 과학자들에게 영감을 주고, 한국 의료기기 산업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앞으로도 혁신적인 의료기기 개발을 통해 환자들에게 더 나은 치료 옵션을 제공하고, 글로벌 의료 시장에서 한국의 의료기기 산업이 더욱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