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학회 명예의 전당은 우리나라 의학발전의 기반이 되는 학회의 육성과 발전에 헌신하고 봉사한 분들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2008년 11월부터 운영해 오고 있다.
2025년도 대한의학회 명예의 전당에 훌륭하신 의학계 선각자 네 분이 헌액되었다. 이번 호에는 정준기 선생님의 공적을 기리며, 네 분의 대현(大賢)의 발자취를 한 분 한 분씩 찾아 연재하고자 한다.
정 준 기
서울의대 핵의학
정준기 교수는 1977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1985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내과학교실 전임강사로 발령받은 이후 정년퇴직까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핵의학교실에서 근무하였다. 1988년 2월부터 1989년 8월까지 미국 국립보건원(NIH)에서 연수하며 방사성동위원소 표지 항체를 이용한 진단 및 항체 표적치료를 연구한 뒤, 국내에 돌아와 방사성동위원소 분자표적기술을 이용한 Theranostics 연구를 진행하였으며 특히 관련 학문분야와 긴밀한 협조로 학술진흥에 기여하였다. 대한갑상선학회 회장, 한국PET협의회 의장, 심장핵의학연구회 회장, 핵의학영상분석및기기연구회 회장, 분자영상학회 회장으로 관련 학회와 다학제간 협동연구를 수행하였다.
서울대학교 및 대한민국의 핵의학이 급격히 발전하던 시기에 그는 11년간(1996~2006년) 서울대학교병원 핵의학과 과장과 핵의학교실 주임교수(1998~2006년)를 역임하는 동안 온화하고 부드러운 인품으로 위와 아래를 아우르는 리더십을 발휘하면서도 핵심을 찌르는 학문적 질문과 합리적 문제해결 능력으로 날카로운 카리스마를 발휘하며 우리나라 핵의학을 빠른 속도로 발전시켰다.
연구내용으로는 갑상선암에서 18F-FDG PET의 역할을 연구하여 미국핵의학회에서 ‘탁월한 임상연구상’을 받는 등 수많은 학문적 업적을 내었다. 특히 나트륨-요오드 공동수송체(sodium-iodide symporter, NIS)를 영상리포터 유전자로 이용하는 데 있어 세계 최고의 대가로 손꼽힌다. 2009년에는 대한의학회에서 시상하는 ‘바이엘쉐링 임상의학상’을 수상하여 핵의학을 임상의학 영역으로 확고히 다진 공로를 다시 한 번 인정받았다.
그는 저개발 국가의 핵의학 진흥에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어, 이명철 교수와 함께 2002년 아시아지역핵의학협력기구(ARCCNM)를 결성하고 국제적 협력을 통하여 저변이 취약한 아시아지역에 학술 교류의 장을 만들었다. 동남아 지역 저개발국가를 다니며 아시아핵의학학교(ASNM)를 설립하여 아시아지역 핵의학교육 기회 제공 및 핵의학 전문가 양성의 토대를 만들었고 2003년부터 10년간 ARCCNM의 의장으로서 100여 차례 강연하며 ‘핵의학을 쉽고 친절하게 가르쳐 주는 한국 선생님’으로 알려지기도 하였다.
그는 세계 학술 활동에도 많은 업적을 남겨 세계핵의학회(WFNMB) 사무총장, 아시아지역핵의학협력기구(ARCCNM) 사무총장 및 의장, 아시아분자영상협의회(FASMI) 회장 및 세계분자영상학회(WMIC) 집행위원, 국제원자력기구(IAEA) 핵의학 및 분자영상 협력센터장 등을 역임하여 2011년 세계분자영상학회에서는 2014년 국제학술대회를 우리나라에 유치하여 조직위원장으로 활동하였다.
한편 2011년 7월 서울대병원 의학역사문화원 원장으로 임명되어 의학과 연관된 인문학 심포지움 등을 통해 원내외로 의학역사문화원의 존재와 역할을 알리는데 기여하였다. 재임기간 중 “대한의원”의 시계탑 복원, 지석영선생 사료 확보를 통한 “지석영전” 개최, 서울대학교 병원사 발간 등 근현대 우리나라 의학발전사를 재조명하는 데에도 중요한 업적을 남겼을 뿐만 아니라, <예술 속의 의학>, <병원에 오면 교양이 보인다> 등 의학과 연관된 인문학 심포지움을 기획하여 의학의 대중화에도 앞장 섰다.
유려한 글 솜씨를 갖춘 정 교수는 의학의 현장에서 느낀 소회를 간간이 쓴 수필을 정리하여 2011년에 산문집 <젊은 히포크라테스를 위하여> 발간한 후 지금까지 6권의 책을 발간했다. 삶의 다양한 모습을 독특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감싸안는 글로 의료계와 일반인이 서로 이해하고 소통하는 소망을 담고 있다. 또한 서울대학교병원 문학회 초대회장이 되어 병원의 다양한 구성원들이 힘을 합쳐 만든 문예집 <함춘문학>를 2019년부터 매년 발간해 병원내 단합과 문화활동의 진작에 기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