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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EWSLETTER No.162 July 2024

학술대회특집(2)

2024 대한의학회 학술대회가 “소통과 공감 그리고 한 마음으로”를 슬로건으로 지난 6월 14일 개최 되었다. 의료계의 한목소리가 더욱 중요해진 시기인 만큼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주요 의료 정책을 여러 단체와 함께 고민하고 논의하는 장을 마련하였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과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이에 학술대회에서 반응이 좋았던 주요 강의를 대한의학회 e-뉴스레터에서 다루고자 한다.

◎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세션] 미래의료는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 어떠한 의사를 양성할 것인가?
- 의학의 기본 시스템을 튼튼하게 -

한 희 철고려대학교 명예교수

정부의 의대증원 정책에 대하여 전공의들이 사직하면서 대학병원이 삐걱거린다. 전공의들의 사직으로 전문의 배출뿐만 아니라 의학적 측면에서 보면 의학의 학문적 발전도 함께 멈추었다고 생각된다. 그렇다면 이러한 사태에 대처하며 올바른 미래를 위해서는 대학병원은 왜 전공의를 수련하며 또한 전공의들은 왜 수련을 받으려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 해답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미래의사 양성에 있어서 대학과 대학병원의 역할에 대한 기본적인 내용들을 짚어봄으로써 미래 우리나라의 의료의 발전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살펴보았다.

현대의료는 의학이라는 과학(의과학)에 근거한 진료를 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며 의학을 선도하는 선진국에서는 의학연구를 통하여 의과학을 발전시키기 위해 꾸준히 노력함으로써 First Mover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의학발전을 이끄는 것보다는 Fast Follower로서 생성된 의학적 지식을 의료현장에 빠르게 적용하는 것을 중심으로 하는데 이는 전국민의료보험제도 속에서 기형적 의료수가 및 OECD 최고의 진료횟수 등을 통해서도 확인되고 있다. 즉 대학병원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의학선진국에서는 아카데믹 메디신(academic medicine, AM)을 중시하는데 이는 교육, 연구, 진료의 삼위일체를 추구하는 것이며 미래의 의사를 양성하는 교육, 의학적 신지식을 생산하는 연구 그리고 발전하는 의과학을 토대로 최상의 진료를 행하는 것을 모두 포함하고 있는 개념으로서 주로 대학과 대학병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그림-1). 상대적으로 진료를 위주로 하는 개원가나 병원에서 행하여지는 의료는 프랙티칼 메디신(practical medicine, PM)이라 하여 구분하고 있다. 결국 의사의 직업경로(career pathway)는 크게 2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의과학의 발전을 위한 일(AM)을 하거나 국민을 대상으로 진료를 주로 담당하는 일(PM)을 하는 것이다. 의과대학에서 의학교육을 받은 후에는 전공의 수련을 하면서 AM을 담당하는 의대교수로부터 의과학을 심도있게 배우고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면 AM을 위한 일을 할 수 있게 된다. 즉 미래의 의학발전을 이끌어 갈 소중한 재원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의과대학 과정과 전공의 수련과정 모두가 현재까지 알려진 의학적 지식을 배우는 동시에 미정복된 질병의 기전을 밝히는 역량을 키우기 위한 목표를 가지고 있는 것이며 환자를 진료하는 의학적 기술은 이 과정 중에 자연스럽게 습득되는 것이다.

그림-1. 아카데믹메디신(AM)의 개념도(출처: 미국의과대학협회, AAMC)

그러나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대학병원은 AM에서 요구되는 의과학의 발전을 추구하는 역할을 수행하기 어려운 환경에 있으며 결국 대학병원의 정상화없이 의학의 발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대학교수들의 업무가 지나치게 진료에 치우쳐 있기에 전공의들의 수련과정 또한 교육, 연구에 비하여 진료가 과도하게 중심이 된 비정상적인 수련이 되어 왔던 것이다.
결국 대학병원이 왜 존재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이유를 스스로 밝히고 정부와 국민에게 제대로 된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고 적극적으로 요구하였어야 했는데 그리하지 못하여 지금과 같은 상황에 처한 것으로 생각된다.

미래 의사양성을 위한 교육시스템에는 기초, 임상에 더하여 제3의 축으로 알려진 의료시스템과학(Health Systems Science, HSS) 교육과정 도입을 통한 환자중심의 의사양성이 필요한데 이는 의사양성을 위한 교육 시스템과 환자 진료교육을 위한 병원 진료시스템을 개선하면 가능하다. 그러나 의학연구 시스템의 경우는 현재 제대로 된 시스템조차 갖추고 있지 못하므로 보다 적극적인 시스템 구축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미국의 경우 National Institutes of Health(NIH)가 미국 이공계 과학 전체를 다루는 National Science Foundation(NSF) 예산의 5배에 달하는 연구예산을 사용하며 의학연구를 이끌고 있으나 우리나라의 경우 의학연구는 규모도 작지만 여러 부처에 산재되어 있어 그 효율성이 매우 낮다. 이제 우리나라도 의학연구를 독립시킴으로써 모든 분야의 연구자가 마음껏 연구할 수 있는 의학연구의 단일 플랫폼이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또한 대학과 대학병원이 정상화되어 본연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면 의학교육도 정상화될 것이며 미래에는 우리나라 의학연구가 세계를 선도하는 시대를 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사과나무가 풍성하기 위해서는 사과 하나하나가 잘 익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미래의료를 이끌어 갈 아카데믹메디신(AM)이 잘 성장하기 위해서는 교육, 연구, 진료의 세 가지 구성요소 모두가 튼튼한 기본 위에서 꾸준히 성장하여야 하므로 세 분야의 기본을 최우선으로 확인한 후에 우리의 미래를 우리 스스로 만들기 위해 의료계 모두 하나가 되어 한목소리로 우리의 나아갈 바를 밝혀 나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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