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마 루가톨릭의대 의정부 성모병원 권역외상센터 외상외과
필수의료를 살려야 한다고 모두가 이구동성이다. 본인은 필수의료의 최전선, 권역외상센터에서 외상전담전문의로 일하는 일인으로 대한민국 외상학 세부전문의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권역외상센터
10여년전 보건복지부에서 권역외상센터를 만들겠다고 했을 때, 혹자는 이렇게 말했다. ‘인근 외상 환자 다 데려가서 근처 병원 망하게 하려는 것 아니냐?!’ 아니다. 근거 없는 오해였다. 권역외상센터는 그냥 외상 환자는 받지 않는다. 생명이 위태로운 중증외상환자를 살리는 것이 목표이다. 정확히는 외상 환자의 예방가능사망율을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보건복지부에서는 전국 각 시도에 권역외상센터를 선정하여 운영 중이며 그 민간 카운터파트로 함께 고군분투하고 있는 것이 ‘대한외상학회’이다.
대한외상학회
외상 환자를 제대로 살리는 데는 여러 과정이 필요하다. 사고가 나고 환자가 발생하면, 병원 전 단계부터 구급대원과 연계하여 어떤 초기 처치가 필요하고 어떻게 이송할 지부터 고민한다. 병원에 내원하며 흔히 ABCDE로 알려져 있는 ATLS의 Primary survey를 실시하고, 이후 환자의 검사 결과에 따라 응급수술, 방사선 중재시술 등을 거쳐 중환자실 치료를 하며, 이후 병실에서 회복하고 재활까지의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여러 임상과의 Multi-disciplinary approach가 필요하다. 따라서 대한외상학회에는 응급의학과, 외과, 신경외과, 정형외과, 심장혈관흉부외과, 영상의학과 등 여러 분과의 전문의가 함께 참여하고 있다. 외과 계열만 참여하는 것이 아니기에 외상외과 전문의가 아닌 외상학 세부전문의이며 대한외상학회는 이 외상학 세부전문의의 교육, 수련, 선발 등을 관리한다. 중증외상환자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외상학 세부전문의는 다학제적인 지식과 처치 술기를 요구받는다. 위암, 대장암처럼 어느 정도 프로토콜이 정해진 상황이 아닌, 다양한, 진정 예측불허의 환자들이 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응급실에서 환자를 처치하기도 하고,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배를 열 수도, 외과 전문의가 가슴을 열고 심장을 봉합할 수도 있다. 다양한 전공이 있는 사람들이, 중증외상환자를 살리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 곳, 그곳이 대한외상학회고 그러고 있는 사람들이 외상학 세부전문의이다.
외상학 세부전문의
필자가 외상외과를 전공으로 하면서 많이 듣는 질문 레파토리가 있다. “왜 외상을 선택했니?” 그리고 “안 힘드니?” 이다. 왜 외상외과의를 선택했을까? 결론은 바이탈 잡는 의사가 되고 싶어서였다. 의대생때 외과 실습을 나와 바이탈이 흔들리는 환자를 수술로 살리는 외과 교수님들을 보며 외과의사를 동경하고 외과를 선택하였다. 하지만 전문의가 되고, 전임의를 하면서 본 외과는 물론 사람의 생사를 다루는 역할을 하지만 당장 위독한 환자를 살리는 일보다는 위암, 대장암 등 Surgical oncology가 주요 관심인 상태였다. 그래서 외과 전임의를 하며 나는 위독한 사람 살리는 일이 하고 싶어 외과를 선택했는데,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이 내가 생각하던 바와 맞는지 한참을 고민하던 시기에, 병원이 외상센터가 선정되었고, 외상외과에 TO가 생기면서 외상외과로 전공을 바꾸게 되었다. 그럼 힘들지는 않는지? 당연히 힘들다. 하지만 힘들지만은 않다. 중증외상환자가 외상센터로 몰리는 특성상 정말 많은 intubation, transfusion, CTD, ventilator care, vasopressor, volume management, CPR 등의 수많은 처치와 외상과 관련된 다양한 수술을 하고 있다. 헬기를 타고 현장에 나가는 일도 종종 있다. 그래서 당직일때는 힘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내 당직이 끝나는 순간, 나는 어느 정도 나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내가 하고 싶은 연구를 하고 여가를 보내며, 저녁이 있고, 주말이 있는 삶을 보낼 수 있다.
필수의료를 살려야 한다고 모두가 이구동성이다. 하지만 나는 필수의료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앞이 안 보이는 사람에게는 안과의사가 ‘신’이고, 아토피로 피부에 염증이 심한 사람에게는 피부과가 필수과다. 필요하지 않은 임상과가 어디 있다는 말인가? 대신 나는 무엇보다도 소중한 ‘생명’에 조금 더 주목하였으면 한다. 그래서 사람을 살리는, 바이탈을 잡는데 관심이 있는 후배들에게 외상학 세부전문의의 길을 추천하고자 한다. 지금의 수련 환경이라면 내외과를 막론하고 바이탈을 제대로 잡는데 일반적인 수련과정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람 살리는데 관심이 있고, 그래서 소위 말하는 메이저과를 하는, 혹은 하고자 하는 후배가 있다면 꼭 외상센터에 관심 가져 보라고, 외상을 생각해 보라고 말하고 싶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산다. 바이탈 뽕을 맞은 사람들에게는 바이탈 잡는 과가 살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