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인 재법무법인 우성 변호사
의사논리는 튼튼하고 힘이 있다. 이유는 근거중심의학(EBM)에 기초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학적 근거가 없는 의사논리는 쉽게 반박될 수밖에 없다. 판사논리는 의사논리보다 더 힘이 있다. 의사의 주장에 대한 정당성을 판단하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논리칙과 경험칙을 위반하거나 법리를 오해하거, 중대한 사실을 오인하는 등 사실인정에서 자유심증의 한계를 벗어나는 경우 상급심에서 파기가 될 수밖에 없다. 의사의 誤診(오진)만큼 판사의 誤判(오판)은 재판을 받는 당사자에게는 치명적이기 때문에 심급제도를 통해 오판을 바로 잡을 수 있도록 제도화되어 있다.
80대 환자에게 파킨슨병이 있는지 모르고 항구토제 맥페란을 투약하여 파킨슨 병을 악화시켰다는 내용으로 기소된 업무상 과실치상 사건에서, 판사는 파킨슨병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행위는 투약금기이고, 맥페란 주사행위와 파킨슨 병 악화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판사의 논거는 의약품 설명서상 사용상 주의사항에 파킨슨병 환자에게 맥페란을 투여해서는 안된다는 점과 피고인이 환자에게 파킨슨병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맥페란을 투약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진술했다는 점,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및 B협회 의료감정결과 ‘맥페란 투약 후 당일 의식저하 또는 상실, 발음장애 등은 맥페란 주사액의 투약으로 인한 약물이상반응으로 볼 수 있는 점, 맥페란의 성분인 메토클로프라미드(Metoclopramide)는 뇌내 도파민수용제를 차단하여 파킨슨 증상, 즉 느린 동작, 경직, 떨림, 균형 장애로 인한 넘어짐을 악화시킬 수 있고, 맥페란 주사 이후 이러한 파킨슨 증상 악화가 있을 경우 이를 맥페란 주사로 발생한 상해로 판단할 수 있다’는 감정회신결과가 있다는 것이다. 즉 판사논리는 피고인의 자백이 있고, 의약품설명서와 의료감정결과 등 증거가 비교적 명확하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의사논리는 '파킨슨병 환자에게 맥페란은 절대 금기약물이 아니다(부산대학교병원 감정회신결과), 적은 용량의 1회성 10mg 주사액 투약만으로 메토클로프라미드(Metoclopramide) 제재가 비가역적 부작용을 발생시킬 가능성은 거의 없고 일시적으로 발생하는 부작용도 최대 24시간 후에 사라지며, 금기(contraindication)와 권고사항(precaution)은 구분되어야 하며, 구토증상이 심한 환자에게 작은 용량을 1회성으로 사용하는 것은 의사의 전문적 판단에 따라 이득과 손실을 고려해 결정할 수 있다‘ 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의학적으로 의사논리가 더 타당한 부분이 많다고 하더라도 판단권한은 판사에게 있다는 것이다. 판사는 피고인의 주장과 증거, 검찰측의 주장과 증거를 잘 분별해서 판사논리에 합당한 증거를 채택하면 된다. 그러한 증거에 대한 결정이 증거재판주의와 자유심증주의를 위반한 것이 아니라면 위법한 판단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판사논리가 아무리 힘이 있고 정황상 증거에 기초한 판단이라고 하더라도 아쉬움은 늘 남는 법이다. 이 사건이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을 떠나 형사기소까지 된 이유는 무엇인지(민사상 손해배상으로 끝이 나지 않고 형사고소까지 간 이유가 무엇인지), 피고인이 법정진술로 문진을 통해 파킨슨병을 알았다고 하더라도 당시 상황에서 환자의 증상에 비추어 맥페란을 소량 투약할 수밖에 없었다고 진술을 할 수는 없었는지, 협회와 대학병원 감정결과가 서로 상이하고 약물 부작용이라는 특수성이 있어서 인과관계를 명확하게 하기 어렵고, 환자의 연령이나 기저질환 등의 요인이 파킨슨 증상 악화에 기여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사건임에도 금고형과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밖에 없었는지 등등 지나고 나면 늘 아쉬운 법이다.
환자와 의사 사이에 흐르는 강이 깊고 큰 것처럼 의사논리와 판사논리 사이에도 큰 괴리가 발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의사는 근거가 있기 때문에 괴롭다고 한다. 판사도 유죄를 선고하면서 이러한 사안까지 유죄를 선고할 수밖에는 없는 형사재판제도와 양형제도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의사 자신이 가지는 전문적인 의료기술만으로 형사법정에서 자기방어를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판사는 법정에 제출되는 진료기록감정결과에 따라 의사의 과실 유무를 판단하다. 판사논리는 의사논리보다 더 힘이 있지만, 그러한 판사논리는 감정서를 작성하는 감정의의 의사논리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사실을 바꿀 수 없지만 논리는 바꿀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