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종 민대한의학회 정책이사/ 경북의대 영상의학
의학은 대표적 실용학문분야이다. 즉 인간의 가장 소중한 가치인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하여 의학지식을 기반으로 의료행위를 수행하는 분야이다. 또한 타 학문분야와 마찬가지로 의학 및 의술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분야이기도 하다. 이러한 의학의 발전과 적용의 정점은 잘 교육된 의사이며 연관 직역을 포함한 의료인 집단이 의술의 주체이다. 의료인 집단의 핵심인 의사의 교육은 매우 중요하며 신중하다. 즉 이론교육을 위한 학부과정과 진료 훈련을 위한 수련과정으로 나뉘어 진다. 전문의 자격은 특정 의학전공의 수행자라는 의미도 있으나 의학지식과 의술이 균형을 이루었다는 완성형 전문가를 의미하기도 한다. 전문의 이후에도 세부전공 전문가 과정 (fellowship)을 거치게 되고 궁극적으로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초전문가(Super expert)로 발전할 수도 있다.
의료인의 교육은 전문성을 높이는 과정이 중시 되므로 단계별 습득곡선이 존재하게 된다. 즉 상승각의 시간-능력 곡선 기울기가 존재한다. 그러나 이러한 습득곡선에 노출된 환자는 크고 작은 상대적 불이익을 감내하게 된다. 최근에는 정보, 경제, 교통의 발달로 의료수요자의 기대치가 상승함으로써 가장 소중한 가치의 건강을 위해 최고의 의료서비스를 요구하게 되었다. 이로 인하여 상급병원으로의 환자 쏠림 현상은 심해지고 있다. 사실 내원 환자들 모두는 해당 기관의 초전문가로부터의 의료서비스를 기대하고 있으나 기관의 공급역량상 불가능하며 내원자들이 실망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의료과실에 대한 대응도 공격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적 변화에 발맞추어 의료인 교육에 있어 습득곡선 기간을 단축하거나 상승각의 증가는 필요요소이다.
높은 수준의 의료인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의학지식교육과 의료기술 훈련이 보강되어야 한다. 의학지식교육은 의과대학 학부과정과 전공의 수련과정에서 보강될 여지가 크다. 의술의 교육을 위한 의료기술 훈련은 임상에서 환자를 상대로 진행되는 것이 중요함은 이견이 없으나 최근의 의료환경에서 습득시간 단축을 위한 추가적 방법론이 요구된다. 이를 위하여 이미 다양한 형태의 의료술기 교육이 운영되고 있다. 각 의과대학의 의사면허 실기시험을 대비한 술기센터, 전공의 술기교육을 위한 교육부 주도의 국립대학교병원 술기교육센터 사업, 의료기기 업체가 직접 운영하는 마케팅용 술기센터, 각 전공학회 주도의 가용한 시설을 이용한 술기훈련 프로그램, 대한의사협회 제2회관내 계획된 전공의 교육 및 전문의 평생교육을 위한 술기센터, 등이 가시권에 있다. 이러한 교육 기관들은 자체운영부담을 가지며 고유설립목적에 따라 운영함으로써 교육내용이 제한적이고 배타성을 가지게 된다. 또한 운영 프로그램이나 대상자에 대한 지속성을 담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상적인 의료술기 교육센터는 의료공익 목적을 가지고, 다양한 수요를 포용할 수 있는 개방적 수용성과, 교육 내용의 편향성 없으며 지속적이고 신뢰할 수 있고, 큰 규모의 술기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어야 하며, 효율적 술기교육의 중심축이 되어야 한다. 이러한 교육센터는 민간 주도로 설립 운영하기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국가주도의 공공성이 필요하다. 이러한 배경에서 계획된 방법론이 ‘의료기술시험연수원’이다. 본 연수원 건립 사업은 보건복지부의 주도로 기획재정부의 예산타당성 평가를 통과하였고 공모를 통해 선정된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이 건립주체가 되어 진행 중에 있다. 사업 초기에 전문가 자문단을 통하여 ‘지역, 전공, 직종을 포괄하는 개방성과 확장성을 갖춘 술기교육센터’로 운영방침이 확정되었다. 또한 본 연수원이 건립될 대구신서혁신도시 내 대국경북첨단의료복합단지에 위치한 다양한 연구센터들과 연계하여 본 연수원의 역량과 효용성을 증대하기로 결정되었다. 본 연수원은 건축 연면적 26,052m2의 7층 규모로 총 22대의 수술대가 설치된 수술실, 메타버스 교육시설, CPX 실기시험장, 대강당, 등을 포함하고 있으며 2025년 완공예정이다 (그림). 반면 본 연수원의 해결과제도 존재한다. 한시적 국가재정 지원 이후의 재정자립, 비수도권 위치로 인한 접근성, 기존의 술기교육센터와의 중복성, 등이 극복해야 할 과제이다.
본 연수원의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유용한 프로그램과 개방적이고 유연한 운영정책을 기반으로 한 운영콘텐트의 개발이 중요하다. 이러한 이유로 대한의학회가 본 연수원의 의사대상 술기교육 학술위원회를 위탁 운영하게 되었다. 의료기술시험연수원 학술위원회는 대한의학회 의료기술연수위원회가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17개 주요학회에서 파견된 위원과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과 보건복지부가 참여하고 있다. 주요 업무는 학술프로그램의 구상 및 제안, 연수원 설립 시 필요한 장비의 선정, 연수원 설계 및 건립 자문, 학술프로그램의 운영 등이다. 각 위원들의 노력으로 현재 70여 학술프로그램이 축적되었으며 소규모 술기교육 시범사업들이 진행 중이다. 이러한 시범사업을 통하여 연수원 개원 후 진행될 학술 프로그램들을 사전 점검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
본 연수원의 연수교육은 다양한 목표로 진행 예정이다. 즉 국내의료인의 연수교육은 필수요소를 교육하고 습득시간의 단축에 초점을 두고 있으며 전공의 수준에서 초전문가 수준까지 다양한 주제로 교육이 진행될 예정이다. 현재까지 활성화 되지 못한 지속적인 전문성 개발(Continuing Professional Development, CPD) 용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동시에 운영할 수 있는 플랫폼이기도 하다. 즉 전문의들도 특정 시술이나 특화진료를 계획할 경우 단시간에 집중적으로 훈련을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다. 본 연수원은 개방형 플랫폼이므로 다양한 연수프로그램을 학회, 기관, 기업, 개인이 구성하여 접목 운영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동물모델을 활용한 대규모 술기훈련이 가능한 시설이므로 기존의 강연중심 학술대회를 초월하여 술기훈련 세션이 포함된 특화 학술대회를 기획하고 진행할 수도 있다. 또한 대한민국의료의 해외 홍보에 가장 효과적이라고 판단되는 외국의사 대상 연수 프로그램도 운영예정이다. 의료연수를 목적으로 내한하는 외국의사들의 경우 임상참관이 주된 교육방식이나 본 연수원을 이용하여 체계적인 술기교육을 병행함으로써 연수교육의 효과를 증대할 수 있다. 또한 국내 의료관련 기업 및 그 제품들을 홍보할 수 있는 장이기도 하다. 기업 주도 또는 학술단체 주도의 다양한 프로그램에 국내 기업 제품을 포함시키고 국내 및 해외 의료인 연수교육을 진행함으로써 의료관련 산업을 지원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의료기술시험연수원은 국가 주도의 비편향성 술기교육 플랫폼이므로 대한민국 의료계 구성원 모두가 활용할 수 있는 대상이다. 다양한 전공, 수준, 직역, 지역 등을 포괄하는 술기교육 프로그램이 운영될 수 있는 개방성도 가지고 있다. 학술위원회 역시 가장 포괄적 기구인 대한의학회가 운영함으로써 이러한 개방성을 실무차원까지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술기교육세션이 포함된 새로운 개념의 학술대회를 기획하고 운영할 수 있는 대규모 술기교육장이기도 하다. 이러한 새로운 개념의 의료인력 육성 시설인 의료기술시험연수원의 운영주체로서의 대한의학회 임직원 및 회원학회 모두의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라 하겠다.
그림. 2025년 완공예정인 의료기술시험연수원의 조감도. 대구신서혁신도시 내 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