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 윤 선울산의대 영상의학
신경중재의학이란.
최근 뇌혈관질환의 스크리닝 검사들이 늘어나며 우연히 발견되는 뇌동맥류와 이의 치료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클립결찰술과 달리 비침습적으로 뇌동맥류를 치료할 수 있는 코일색전술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늘어나면서, 다양한 시술 기기와 테크닉들이 앞다투어 개발되고 있다. 최근 신경중재시술 건수의 절반 이상이 뇌동맥류 시술이기에 신경중재의학의 범위를 이에 한정하여 생각하기 쉬우나 실제 학문의 범위나 다루는 질환들은 매우 다양하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생소한 분야일 수 있으며, 의사들조차도 신경중재의학에 대해 정확히 모르는 경우가 많다.
어떤 질환을 치료하나요?
신경중재의학의 테두리 안에는 뇌뿐만 아니라 두경부, 척수 혈관의 다양한 질환들이 포함되며 뇌동맥류 외에도 동정맥기형, 정맥기형, 림프관기형 등의 다양한 혈관 기형, 동맥 및 정맥동의 협착과 폐색, 혈관과다종양 등이 있다. 이러한 질환의 일부는 매우 드문 '희귀 난치성 질환'의 범주에 속하며 신생아나 소아에서도 드물지 않게 발견된다. 이러한 질환들은 위치나 기능적으로 중추신경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에 때로는 위중한 문제를 야기하는데, 뇌나 척수 부위의 출혈이나 경색, 울혈로 인한 부종 등이 그것이다. 또한, 안면 두경부에 발생한 혈관기형들은 생명을 위협하지는 않지만 미용 및 기능적으로 삶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는 질환들이다. 신경중재의학에서는 이러한 질환들의 진단과 치료를 담당하고 있으며 그 외에도 뇌정맥압 측정, 추체정맥동 샘플링, Wada 검사, 감마나이프 치료를 위한 좌표 설정 등으로 다양한 신경학적 질환의 진단과 치료를 돕는다.
어떻게 치료하나요?
혈관 질환의 시술 치료의 원리는 비교적 단순하다. 혈관 안으로 시술 기기를 넣어 혈관의 뚫린 곳(출혈)은 막아주고 막힌 곳(협착 및 폐색)은 뚫어주는 것이다. 결국 개념적으로는 배관의 수리와도 별 차이가 없다. 다만 눈으로 직접 볼 수가 없는 복잡하고 수 밀리미터 크기의 혈관 안에서 정밀한 작업을 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높은 숙련도를 요한다. 게다가 시술 중 이러한 혈관에 문제가 생긴다면 그야말로 비상사태이며 그 즉시 해결하지 못할 경우 위험할 수 있다. 이에 오랜 수련을 통해 X-ray를 이용한 2차원 투시영상(쉽게 말해 그림자)을 통한 3차원 구조의 이해와 이를 바탕으로 시술 기기를 정교하게 움직이는 데에 익숙해져야 한다.
신경중재의학의 시작과 급속한 발전
신경중재의 시작은 아마도 포르투갈의 신경과 의사인 Egas Moniz가 처음으로 뇌혈관조영술을 시행했던 1920년도로 거슬러 올라가야 할 것이다. 1960년대 이후로는 신경학적 질환들에 대한 혈관조영술과 혈관내치료가 도입됨에 따라 영상장비, 시술기기, 테크닉 등이 빠르게 발전하였다. 대표적인 것이 1990년에 동맥류 치료를 목적으로 개발된 분리형 코일(detachable coil)의 등장이며 이는 2005년 발표된 ISAT 임상시험에서 그 효과를 입증하였다. 이후로 혈류전환스텐트(flow diverter)나 혈류제한기기(flow disruptor) 등이 개발되며 기존 코일만으로는 치료가 어려웠던 동맥류들의 치료 성공률과 안전성을 높일 수 있었다. 또한 2015년 여러 RCT에서 혈전제거술의 효과를 증명한 이후 다양한 종류의 혈전제거용 스텐트(stent retriever)와 깊숙한 뇌혈관까지 접근 가능한 큰 직경의 흡인카테터들이 개발되고 있다. 이들은 뇌혈관 폐색으로 인한 급성 뇌경색 치료의 패러다임까지도 바꿔 놓고 있다.
신경중재를 하려면 무슨 과를 전공해야 하나요?
신경중재치료는 기본적으로 X-ray와 조영제를 사용하며 시술을 하기에 이에 익숙한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주로 담당을 해왔다. 하지만 신경중재의사가 되기 위해 반드시 영상의학과를 전공할 필요는 없다. 현재는 신경외과나 신경과에서 전문의 자격증을 취득한 이후 각각 혈관과 뇌졸중 분야의 전임의를 거쳐 신경중재 수련을 받는 경우가 많다. 전 세계적으로도 비율은 다르지만 여러 과의 의사들이 신경중재 분야에서 일하고 있으며 협동하고 경쟁하며 이 분야를 발전시키고 있다. 다만, 이 분야의 급속한 성장과 수요에 맞춰 신경중재에 대한 지식들과 술기들을 적절하게 총체적으로 배울 수 있는 수련 및 자격 인정 시스템이 필요하며, 학회 차원에서 세부전문의 제도 등을 정립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개인적인 의견.
신경중재의학은 고위험, 고난도 시술이 많고, 응급 환자가 있어 힘들고 기피하는 분야이다. 항상 긴장 속에 시술을 하지만 무사히 끝냈을 때의 안도감과 성취감이 크며, 예기치 않은 시술 관련 합병증으로 한동안 마음고생을 하지만 좋은 결과에 뿌듯하고 보람을 느끼기도 한다. 또한 이 분야만큼 급속도로 장비와 기기들이 발달하는 분야도 없으며, 의사들의 노력과 더불어 분명 더 안전하고 효과적이며 또한 창의적인 시술이 가능해질 것이다. 이를 통해 언젠가는 난치성의 혈관질환들도 극복할 것이며 궁극적으로 인류의 건강한 삶에 기여할 것이라 믿는다.
* 대한신경중재치료의학회: https://www.ksin.or.kr/
** 서울아산병원 신경중재팀 유튜브: https://www.youtube.com/@amcn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