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상 규대한의학회 기획조정이사
우리나라는 현재 의과대학 입학 정원 증원의 문제로 많은 혼란을 경험하고 있다. 의사 인력의 수급 계획은 수요와 공급 추계에 기초하게 되는데 다른 분야의 수요 추계와 같이 미래 의사에 대한 수요 추계는 정답이 존재할 수 없는 매우 어려운 작업이다. 추계 과정에 많은 가정이 들어가며 가정치가 약간만 바뀌어도 결과에 많은 차이를 가져온다. 또한 추계 과정에서 그 나라의 고유한 의료제도와 의료이용 행태를 반영해야 하며, 국민들의 건강수준, 의료이용 행태가 계속 변화하고 기술의 발전도 의료에 영향을 미치면서 추계 결과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웃 나라인 일본은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와 지역소멸, 노동 형태의 변화 등을 경험하면서 의사 인력 수급에 대한 정교한 계획이 필요함을 인식하여 후생노동성 주도로 의사 인력 수급에 대한 심도 있고 다양한 논의를 진행하여 왔다. 이 글에서는 일본의 의료체계를 우리나라와 비교하여 간략히 개괄한 후, 의사 수급 논의와 정책 결정을 주도했던 후생노동성 산하 의사수급분과회의 주요 경과와 논의 내용을 살펴보고자 한다.
1. 우리나라와 유사한 일본의 의료체계
일본은 우리나라와 같이 사회보험 형태의 의료보험(건강보험)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1961년부터 전국민 의료보험을 실시하고 있으며 모든 일본인들은 일본의 모든 의료기관에서 후생노동성이 정한 동일한 수가로 진료를 받을 수 있다. 병원과 의원 간의 역할 분담도 명확하지 않고 문지기 역할을 하는 일차진료의도 존재하지 않아서 환자들은 본인이 원하는 의료기관과 의사(일반의, 전문의)를 제한 없이 선택할 수 있다.1) 또한 의료 공급의 많은 부분을 민간에 의존하고 있고 국민들의 의료이용이 매우 많다는 측면에서 우리나라와 매우 유사하다.2)
2000년대에 들어서 일본에서는 산과나 소아과 등 특정 진료과와 특정 지역의 의사 부족이 사회 문제로 부각되었고 후생노동성은 이에 대한 대책을 추진하게 된다.3) 일본의 지역 의사 부족의 문제가 우리나라의 수도권 쏠림에 따른 지역의료 소멸과는 다르다는 점은 간단히 언급할 필요가 있다. 일본도 도쿄로의 쏠림 현상이 있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에 비하면 훨씬 덜하며 지역에도 최고 수준의 병원들이 존재하여 지역의 중한 환자들이 동경으로 몰리는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일례로 2024년 뉴스위크에서 선정한 세계 최고 병원 리스트 100위 이내에 포함된 일본 병원 7개 중 4개가 동경 이외의 지역 병원이다(그림 1).4)
그림 1. The world’s best hospitals in Japan 2024 by Newsweek
1. 일본 의과대학 입학 정원의 변화5)
1970년 일본 정부는 1980년까지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를 1.5명으로 증가시킨다는 목표를 정하고 1973년 내각의 결정으로 ‘1현 1의대 구상’을 발표하였다. 이후 의과대학이 없는 현들에 의과대학을 신설하였고 1981년 오키나와현 류큐대학 의과대학 개설을 마지막으로 이 정책은 달성되었다. 이 과정에서 의과대학 정원은 점진적으로 증가되어 8,280명이 되었고 1983년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도 1.5명에 도달하였다. 그러나 1986년 ‘미래 의사 수급에 관한 검토위원회’ 논의에서 향후 의사 과잉이 예상됨에 따라 의대 정원 감축을 결정하고 점진적으로 감축하여 2003년 7,625명으로 감축되어 2007년까지 유지되었다(그림 2).
그림 2. 일본 의과대학 입학 정원 추이
자료: 구혜경. 일본의 의대 정원 증가와 지역 정원제. 국회도서관, 2024-7호
2005년 후생노동성에 설치된 ‘의사 수급에 관한 검토회’의 논의를 통해서 2022년까지 거시적으로는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루어 국가 전체적으로 필요한 의사 수는 공급되지만 특정 지역이나 특정 진료과의 수요가 자연적으로 충족되지 않을 것이며 이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책이 추진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2006년 ‘신 의사 확보 종합대책’, 2007년 ‘긴급 의사 확보 대책’이 발표되었고 실효성 있는 지역 정착 방안의 시행을 전제로 의사 부족이 심각하다고 인정되는 도도부현에 의사를 공급하기 위한 지역정원제6) 등을 통해서 정원이 점진적으로 증원되었다. 이를 통해 의과대학 정원은 2019년에 9,420명이 되었는데 2028년 내지 2033년에 공급초과가 발생할 것이라는 의사수급분과회의 예측에 따라서 점진적인 감축을 진행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3. 후생노동성 산하 ‘의사수급분과회’ – 전문가 중심의 투명한 운영
위에서 살펴본 일본 정부의 의과대학 증원 정책에도 불구하고 특정 지역이나 특정 진료과의 의사 부족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의사 양성에는 중장기적인 시간이 필요하고, 의과대학 진학자가 늘어나면 다른 영역의 인력 부족 등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었다. 이에 일본 정부는 후생노동성에 ‘의료인력 수급에 관한 검토회’를 구성하고 그 산하에 ‘의사수급분과회’를 운영하였다. 의사수급분과회는 2015년 12월 10일 첫 회의를 시작으로 2022년 1월 12일까지 6년 1개월여 동안 40회의 회의를 진행7)하여 의사 인력의 수급에 대한 심도 있는 검토와 정책 제언을 제시하였는데 최초의 위원 구성은 표 1과 같다.8)
표 1. 의료인력 수급에 관한 검토회의 의사 수급 분과회 위원 명단 (2015)
이 름 | 직 위 | 비 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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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타미네 시게루 (위원장) | 나가사키대학 총장 | 의 사 |
아라카와 테츠오 | 전국 의학부장 병원장 회의 회장 | 의 사 |
이치노헤 카즈시게 | 아오모리현 보건복지부장 | 의 사 |
이마무라 사토시 | 일본 의사협회 부회장 | 의 사 |
오가와 아키라 | 이와테 의과대학 총장 | 의 사 |
칸노 마사히로 | 전일본 병원협회 부회장 | 의 사 |
키타무라 기요시 | 동경대학 대학원 의학연구과 부설 의학교육 국제연구센터 교수 | 의 사 |
겐조 요시카즈 | 게이오대학교 상학부 교수 | |
고모리 타카시 | 일본 의사협회 상임이사 | 의 사 |
히라카와 준이치 | 일본 정신병원협회 상임이사 | 의 사 |
히라카와 히로유키 | 전국 노인보건시설협회 부회장 | 의 사 |
후쿠이 츠구야 | 성로가 국제병원 원장 | 의 사 |
혼다 마유미 | 요미우리신문 도쿄 본사 편집국 사회보장부 차장 | |
마츠다 신야 | 산업의과대학 의학부 교수 | 의 사 |
모리타 아키라 |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 소장 | |
야마구치 이쿠코 | NPO법인 사마리아이 의료인권센터 COML 이사장 |
분과회에서는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의 미래 의사 수에 대한 정밀한 추계를 진행하였고 특정 지역이나 특정 진료과의 의사 부족을 해소하기 위한 종합적인 대책을 논의하였다. 분과회에서 논의된 결과는 5차에 걸친 보고서로 정리되었다.9)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의 미래 의사 수를 추계하기 위한 정밀한 방법론에 대한 논의들 이외에도 특정 지역이나 특정 진료과의 의사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만들기 위해서 다양한 형태의 논의가 진행되었는데 중요한 사항들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4. 의사 양성 수와 의사 수급 추계 – 지속적이고 정교한 연구
의사수급분과회의 가장 중요한 목적이었던 의사 수급 추계와 관련해서 미래 시점의 의사 수급 균형을 보다 정확하게 예측하기 위해서 분과회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지속적인 논의를 시행하였다. 과거의 의사 수급에 관한 연구 보고서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수급 추계를 위한 기초 자료들을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업데이트 하였다. 다양한 전문가들을 참고인으로 분과회에 참석시켜 의견을 청취하였으며 다양한 의견들을 반영하여 추계 방법을 정교화하였다.10) 이러한 수요 및 공급 추계 방법론을 적용하여 분과회 운영 기간 동안 수 차례 수급 추계를 실시하였으며 이를 적극적으로 정책에 반영하였다. 또한 뒤에서 언급할 ‘의사의 일하는 방식 개혁에 관한 검토’ 설문 결과에서 도출된 의사들의 노동 형태를 반영한 수급 추계도 실시하였다.
5. 의사 편재 대책 – 다면적이고 근본적인 정책 추진
의사수급분과회는 의사 인력의 미래 수요 및 공급 추계에 대한 논의와 함께 각 지역의 의료 수요에 맞는 의료 제공 체계를 구축하여 의료 자원의 최적 배치를 실현하는 의사 편재 대책도 역점을 기울여 논의하였다. 전국적으로 의사 수를 아무리 늘려도 실효성 있는 의사 편재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지역 내 의사 부족 해소로 이어지지 않는다는11) 인식 하에 의사가 적은 지역에서 진료에 종사하는 의사가 지치지 않고 진료를 지속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였는데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우선 도도부현의 행정지원 역량을 강화하였다. 지역의료지원센터의 기능을 강화하여 소재지의 의과대학과 연계하여 의과대학 입학부터 평생에 걸쳐 의사의 경력 형성, 이동을 파악하여 의사의 경력 형성 지원, 배치 조정을 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의료근무 환경개선 지원센터’를 통해서 의사가 적은 지역에서의 근무를 불안하게 느끼는 원인을 파악하여 이를 제거할 수 있도록 환경을 정비하고 의사가 적은 지역에서 근무하는 의사들에게 인센티브를 높이는 대책을 마련하였다. 여성 의사들에 대해서는 출산, 육아 등의 라이프 이벤트에 영향을 받지 않고 커리어를 쌓을 수 있는 환경을 정비하였다. 또한 의사의 근무 상황 등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여 보다 구체적인 정책 수립을 위한 기틀을 마련하였다.12)
의사 편재에 대한 지표를 구축한 것도 주목할 만한 내용이다. 지역에 따라 인구의 연령 구성과 남녀 비율이 다르며, 연령과 성별에 따라서 진료율은 차이가 있는데 의사 수에 대한 논의에서 주로 사용되는 인구 대비 의사 수는 이러한 차이를 고려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다. 이에 의료 수요, 인구구성과 그 변화, 의사편재 단위, 환자 유입 및 유출, 의사의 성별-연령, 지역의 지리적 조건 등을 고려하는 의사편재 지표를 개발하였다. 이러한 논의의 내용은 2019년 의료법, 의사법 개정으로 이어져서 의사 편재 지표를 산출하고 의사가 다수인 지역과 소수인 지역을 설정하는 등 구체적인 대책을 제안하는 것으로 연결되었다.13)
6. 의사의 일하는 방식 개혁 – 의료의 미래에 대한 고려
분과회가 진행되면서 미래의 의사 수요를 추계하기 위해서는 그 출발점으로 일본이 지향하는 의료의 모습과 그 모습을 바탕으로 한 의사의 일하는 방식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인구 구성과 질병 구조의 변화, 환자들의 기대 상승 등으로 인해서 수요 측면의 변화가 예상되고 여성 및 고령 의사의 증가, 의사들의 노동 방식의 변화 등에 따라서 공급 측면에서의 변화도 예상되었다. 또한 기술의 발전은 의료 현장의 모습을 변화시키고 직종 간 협업의 가능성을 증대시킬 것이라는 예측 하에 의사들이 일하는 방식의 실태에 대한 10만 명 규모의 전례 없는 설문 조사가 실시되었다.
표 2. 일본 의료의 패러다임 전환
현재의 모습 | 미래의 모습 | |
---|---|---|
1. 일하는 방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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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의료의 존재 방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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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거버넌스 방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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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의사 등의 수급 및 편재 현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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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 직 위 | 비 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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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타미네 시게루 (위원장) | 지방독립행정법인 나가사키시립병원기구 이사장 | 의 사 |
아라이 이치 | 전국 의과대학장병원장 회의 전임회장 | 의 사 |
아이야스 히데타카 | 고치현 건강정책부 부장 | 의 사 |
이마무라 사토시 | 일본 의사협회 부회장 | 의 사 |
에비스 하츠요 | 의료법인 도쿠슈카이병원 원장 | 의 사 |
오가와 아키라 | 이와테 의과대학 이사장 | 의 사 |
칸노 마사히로 | 전일본병원협회 부회장 | 의 사 |
키타무라 기요시 | 동경대학 명예교수 | 의 사 |
겐조 요시카주 | 게이오대학교 상학부 교수 | |
나가이 야스노리 | 의료법인 유노모리 이사장 | 의 사 |
나카지마 유미코 | 의료법인 히타키회 방문간호스테이션 아이미엔 소장 | |
예 에이슈 | 하이즈 주식회사 대표이사 사장 | 의 사 |
가마야치 사토시 | 일본 의사협회 상임이사 | 의 사 |
히라카와 준이치 | 일본 정신병원협회 부회장 | 의 사 |
후쿠이 츠구야 | 교토대학교 명예교수 | 의 사 |
호리노우치 히데히토 | 국립암연구센터 중앙병원 호흡기내과 병동장 | 의 사 |
혼다 마유미 | 요미우리신문 도쿄본사 편집국 의료부 차장 | |
마즈다 신야 | 산업의과대학 의과대학 교수 | 의 사 |
미네 고이치로 | 전국노인보건시설협회 부회장 | 의 사 |
모리타 아키라 | 도쿄대학 명예교수 | |
야마우치 히데코 | 성누가국제병원 부원장 | 의 사 |
야마구치 이쿠코 | 인증 NPO법인 사세다아이 의료인권센터 COML 이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