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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EWSLETTER No.153 October 2023

1분 소확행

◎ 취미가 진심이 되다(5) – 울트라 러너

서 승 우고려의대 정형외과학

40대였던 지난 2006년 4월 진행된 우주비행사 선발 이벤트에 지원하고, 체력테스트 3.5km 달리기 연습을 계기로 시작해서 계속 달리다 보니 어느덧 마라톤을 풀코스 450회 완주하게 되었다. 몸을 돌보지 않고 하루 종일도 모자라 밤새 수술하던 30대를 보내고 40대 중반이 되니 아침에 피곤해서 일어나기 힘들고 몸이 망가져 있음을 느끼고 우주비행사 선발에는 탈락 했으나 계속 달리기 운동으로 헬스클럽 러닝머신으로 매일 1시간씩 약 10km를 달리기 했다. 달리다 보니 체력에 자신이 생기면서 2009년 가을 인천대교 개통 기념 마라톤 대회에 하프코스(21km)로 참가하자는 친구의 권유에 오기를 부려 풀코스(42km)를 신청해서 달렸다. 객기의 호기는 연기처럼 사라지고 패잔병처럼 걷다시피 해서 겨우 겨우 5시간19분에 거의 꼴찌로 완주하였다.

마라톤 풀코스가 10km를 4번 뛰는 단순한 달리기가 아니라 10의 몇 제곱 힘들다는 값진 교훈을 얻었고 이 후 본격적으로 훈련에 들어갔다. 러닝머신 위를 달리기도 했지만 한강변으로 나가서 본격적으로 달렸다. 그리고 2010년 3월 3.1절 마라톤 30km를 거뜬히 완주한 뒤 자신감을 얻었다. 봄가을 동아마라톤, 춘천마라톤, 중앙마라톤 등 메이저대회에서 연례행사처럼 풀코스를 달리면서 매주 뛸 수 있는 ‘신도림의 공원 사랑 마라톤’을 비롯한 부산, 대구, 전남 나주 등 각지의 소규모 마라톤 대회에 참여하게 됐으며 100Km를 뛰는 울트라 마라톤도 완주하게 되었다.
100km 울트라 마라톤을 뛰다보니 산악마라톤으로 100km를 달리는 울트라 트레일 런까지 도전하게 됐다. 또 울트라 산악 마라톤 100km를 달리다 보니 우연히 173km거리, 누적 상승 10,000m를 올라가고 46시간에 완주하는 몽블랑 산을 뛰는 UTMB(Ultra Trail Mont Blanc) 트레일 홍보 영상을 보게 되었다. 그 영상을 보는 순간 나의 모든 정신과 시선이 UTMB영상에 빨려들어 갔다. 그 순간부터 모든 훈련이 UTMB 완주를 위한 모드로 바뀌었다.

그런데 UTMB 참가하려면 공식 100km 산악 트레일 완주 경험이 있어야지 대회참가 신청이 가능하였다. 안타깝게도 국내에는 UTMB에서 인정하는 100km 산악트레일 대회가 없어서 UTMB 출전 자격을 얻기 위해 러시아 하바로스크 공항에서 900km 승합차로 이동해야 되는 러시아 시베리아 알타이울트라트레일에 출전하기도 했다. 국내 울트라 트레일런은 10Km마다 정해진 체크포인트(CP)에서 참가자가 잘 뛰고 있는지 체크하고, 이온음료와 바나나 등 간단한 음식을 제공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시베리아 알타이 트레일은 매번의 CP에서 음식이나 음료를 제공하지 않고 참가자 체크만 이뤄지고 반환점 50km에서 음식이 제공되는 서바이벌 형식의 대회였다. 물은 시냇물을 알아서 떠먹고 음식은 지참한 에너지바 같은 간식거리를 먹으면서 가는 형태이었다.
사람이 다니지 않는 산속이다 길이 없고 그나마 있는 길도 비로 인해 길이 수몰돼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보니 길을 잃어버리면 산속에서 미아가 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저 멀리 앞서가는 선수의 희미한 불빛을 놓치지 않으려고 살기위해 밤새 달렸던 적이 있다. 30시간 정도 먹은 것 없이 밤새 달리다 보니 100km지점 골인 할 때쯤 되니 저혈당 증상으로 헛것을 보는 능력이 이때부터 생겼다. UTMB는 세계적으로 인기가 많아서 추첨에 당선이 되어야지 참가가 가능하다.
두 번의 추첨과 오만 사막 산악마라톤을 완주해서 겨우 UTMB 참가권을 얻었으나 안타깝게도 두 번이나 실패를 하고 올해 세 번째 도전에서 내가 지도교수로 있는 고대의대 마라톤 동아리 1회 출신이면서 고대정형외과 전공의를 마친 제자이자 후배이기도 한 김영하 선생의 동반주 덕분에 무사히 완주를 할 수 있었다.

달리다 보면 ‘내가 이걸 왜 뛰나 다음엔 죽어도 다시 안 뛴다’라고 다짐하지만 며칠이 지나 근육통‧피곤이 가실 때쯤엔 다음 마라톤 대회가 언제쯤인지 찾게 된다.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말을 하는 것 보면 마라톤에 묘한 중독성이 있는 것이 틀림없다.

마라톤은 힘든 만큼 체력 향상‧스트레스 해소‧멘탈 강화에 도움이 된다. 마라톤으로 기초체력 향상은 물론 정서적인 부분에서 큰 도움을 받았다. 업으로 하고 있는 ‘척추측만증 수술’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신경 손상 등의 위험성이 있어서 고도의 집중력과 체력이 필요한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장시간 수술 시에도 지치지 않는 것은 물론 집중력과 평정심 유지까지 잘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이에 수술을 많이 하는 동료 의사들에게 마라톤을 권장하곤 한다. 많은 동료 의사들이 마라톤을 많이 하면 무릎 관절 건강에 이상이 있지 않냐는 걱정과 질문을 많이 한다. 나도 궁금하고 걱정이 되어 ‘국내에서 1000번 이상 마라톤을 완주한 7명의 척추와 무릎 관절을 MRI 검사해 결과 이상이 없다’는 연구 결과를 얻었고 내 자신의 상태를 참고하여 ‘관리를 잘한다면 저 나이까지 뛸 수 있겠구나’하는 영감도 받을 수 있는 만큼 염려할 필요가 없다”고 조언을 하고 싶다.

대한의학회(https://www.kam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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