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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EWSLETTER No.152 August 2023

1분 소확행

◎ 취미가 진심이 되다(4) – 나는 사이클리스트(cyclist)다.

전 승 현경희대학교의료원 미래전략처장, 비뇨의학과 교수

20대 중반의 아들 녀석이 있다. 그런데 하도 운동을 하지 않아 무언가를 시키려고 하는데 도대체 아무 운동도 관심이 없단다. 그래서 ”그럼 아빠랑 자전거라도 타볼래?” 라고 말해 본 것이 내가 cycle이라는 세계에 빠지게 된 계기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물론 아들놈은 지금도 전혀 운동을 안하고 있지만 말이다. 첨에는 자전거는 삼천리자전거가 최고라 생각했고 자전거에 100만원 이상 투자를 한다는 것은 미친짓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지금 1,800만원짜리 자전거로 기변을 하려고 기웃기웃 거리고 있지만 현재 -50% 의 카카오 주식계좌를 보면서 간신히 기변욕구를 참고 있다. 도대체 자전거가 왜 이렇게 비싼 걸까?

자전거가 건강에 좋은 이유는 굳이 여기서 설명하지 않아도 될듯하다. 하지만 그 중에 딱 하나만 꼽으라면 스트레스 해소라고 말하고 싶다. 내 나이 50대 중반.. 이것저것 신경 쓸게 너무 많고 게다가 병원 보직까지 맡아서 매일매일 경영현황판도 들여다 봐야하니 스트레스는 쌓여만 가고 그에 따른 부작용으로 불면증, 소화 장애 등등 건강은 갈수록 악회되고 있었는데 자전거를 타면서 맞는 싱그러운 바람과 천천히 스쳐 지나가는 아름다운 풍경들, 물소리, 새소리 그리고 같이 라이딩을 하는 사람들과의 즐거움이 나의 신체뿐만 아니라 정신 상태까지 건강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 아직 시작하지 않은 분들께는 강추하고 싶다. 단!! 돈이 많이 든다는 사실은 반드시 주지해야 하지만 말이다.

나는 현재 출퇴근용 하이브리드 자전거 및 로드자전거, 올라운드 및 엔듀런스형 총 세대의 자전거를 가지고 있다. 자전거는 크게 산악용 자전거(MTB)와 로드자전거 그리고 MTB와 로드자전거의 장점을 혼합한 하이브리드 자전거로 크게 나눌 수 있다. 가볍고 장거리 운행이 가능한 로드자전거는 평지 항속능력이 우수한 에어로(aero), 가벼워서 업힐 능력이 탁월한 올라운드(all-round), 지오메트리가 편해서 장거리 라이딩에 적합한 엔듀런스(endurance) 이렇게 세 가지 형태로 분류된다. 에어로는 신체가 유연한 젊은 라이더에게 적합하지만 장거리나 업힐을 타기에는 무리가 있어서 중장년층은 올라운드나 엔듀런스 형태의 자전거를 추천한다. 물론 산악자전거가 편하고 안정성있고 승차감도 좋지만 일반적으로 무겁고 산악라이딩을 즐길 것이 아니라면 우리나라처럼 자전거 도로가 잘되어 있는 환경에서는 그다지 장점이 없다고 생각한다.

자전거의 가격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세 가지는 프레임, 구동계 그리고 휠셋이다. 자전거는 가벼울수록 비싼데 그 이유는 가벼우면서도 프레임의 강성을 유지하는데는 비싼 카본소재와 기술력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고급자전거는 프레임가격만 600~700만원 정도한다. 구동계는 브레이크, 크랭크, 앞 뒤 드레일러(Derailleur), 레버 등을 포함하는데 이 또한 등급에 따라 가격차가 천차만별이다. 가장 고급형인 전동형 듀라에이스 (Dura-Ace) 그룹셋은 500만원대에 달한다. 그리고 성능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휠셋 또한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이 또한 카본소재의 고급형은 400만원대에 달한다. 거기다가 브랜드밸류를 추가하면 쉽게 자전거 가격이 1500만원을 초과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자전거를 구입했다면 예상비용의 50%를 쓴 것에 불과하다. 타다보면 구매해야 할 것이 너무 많은데 헬멧, 장갑, 고글, 블랙박스, 클릿슈즈, 져지, 빕숏, 자전거 양말은 기본이고 본격적으로 라이딩의 세계에 빠지게 되면 파워미터, 싸이클링컴퓨터, 심박계 등을 구입하게 되고 겨울철, 장마철 실내 연습용 스마트로라 (Trainer), 가상 라이딩 소프트웨어 Zwift 등에 또 지불을 해야 하니 정말 끝도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이딩이 가져다주는 이점을 생각하면 비용지출이 아깝지 않다. 골프처럼 매번 운동할 때마다 비용이 지불되는 것이 아니니 초기 투자비용만 감당한다면 유지비용은 그리 많이 들지는 않는다.

자전거는 기본적으로 혼자 타는 운동이다. 하지만 같이 타면 훨씬 더 멀리 갈 수 있고 빨리 갈 수 있으며 더 안전하다. 여럿이 타는 경우 맨 앞의 선두는 바람저항을 그대로 맞지만 그 뒤에서는 바람저항이 대폭 줄어들기 때문에 비교적 에너지를 많이 쓰지 않고 갈수 있다. 이를 드래프팅(drafting) 이라 하는데 속칭 피빨기라고 한다. 따라서 여럿이 타는 경우 선두를 매번 바꿔가면서 효율적으로 드래프팅을 하다보면 평균속도가 상승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혼자 타다가 사고가 나면 난감한 경우가 많기에 3~4명의 그룹라이딩을 추천한다. 필자도 병원 동료, 지인 등을 끌어 모아서 현재 10명의 동호인 그룹을 만들었으며 한 달에 최소 한 번씩 그룹 정기 라이딩을 하고 있다.

싸이클링은 과학이다. 싸이클링 컴퓨터는 내비게이션, 속도계의 역할 뿐 아니라 라이딩의 모든 정보를 보여준다. 거리, 칼로리 소모량, 현재 파워, 경사도, 케이던스 (회전수), 심박수, 체중당 출력 등이다. 이를 통해 적절한 본인의 파워를 배분하고 페이스 및 속도를 조절해야 정해진 목표를 완수 할 수 있다. 또한 라이더들의 SNS 라고 할 수 있는 스트라바(https://www.strava.com)는 전세계의 라이더들이 로그인 하고 있으며 본인의 누적거리, 라이딩 경로 등의 정보뿐만 아니라 모든 구간이 나뉘어져 있어 특정구간에서의 본인의 실력을 알 수 있다. 전체 순위, 연령대별 순위, 아는 사람들 간의 순위 등이다. 혼자서 미친듯이 빠르게 타고 있는 라이더들의 십중팔구는 스트라바의 기록 갱신을 위해서이다.

자… 이렇게 자전거에 입문해서 어느 정도 실력을 쌓았다면 이제 내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평가하고 나름 자랑하고 싶은 것이 인간의 본성일 것이다. 이를 위해 동호인들의 비경쟁 장거리 싸이클 대회인 그란폰도(Gran Fondo)가 있다. 이탈리어로 ‘크게 타기’ ‘위대한 경주’ 즉, 장거리 자전거 주행을 뜻하는 용어로 전국 방방곡곡에 그란폰도 코스가 있으며 일정도 잡혀있는데 참가 신청이 하루 만에 마감되는 것을 보면 얼마나 인기가 있는지 알 수 있다. 보통 150~200km 정도 이며 획득고도가 1,500~3,000m 정도로 매우 힘든 코스가 대부분이지만 정해진 시간내에 완주(컷인)를 하면서 얻는 뿌듯함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처음 참가했던 양평 그란폰도에서 30km를 남겨놓은 지점에서 쥐가 나서 포기할 뻔 했지만 역경을 딛고 완주를 해서 얻은 메달을 아직도 내 연구실에 자랑스럽게 전시해 놓고 있다.

매일 일상에 지치고 나날이 늘어가는 뱃살을 보면서 우울해 지고 있는 중년들이여.. 어서 자전거를 끌고 밖으로 나가보자. 더운 날씨에는 바람맞아 시원해지고 추운 날씨에도 땀을 흘리게 되는 멋진 세계가 눈앞에 펼쳐 질 것이다.

[양평 그란폰도 대회 완주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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