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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EWSLETTER No.152 August 2023

Issue??있슈!!

◎ 필수의료 지원정책의 문제점과 한국형 개선방안 모색

문 재 영세종충남대학교병원 중환자의학

*이 원고는 지난 6월 15일 대한의학회 연례학술대회에서 발표한 내용을 요약, 재구성한 것임을 밝힙니다.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지난 1월 31일 필수의료 지원대책을 발표하였다. 전국민이 언제 어디서든 골든타임 내 중증 응급, 분만, 소아진료를 제공받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하고, ‘지역완결적 필수의료 제공’, ‘충분한 의료인력 확보’, ‘필수의료 지원 공공정책수가 도입’이라는 세 분야에 걸쳐 여러 구체적인 과제를 제시하였다. 복지부가 발표한 내용을 보면 그 어느 때보다 의료 현장의 문제점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였고 관련 분야 전문가들의 의견도 다양하게 경청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많은 문제들 중에서 국민, 정부, 의료계 모두가 심각하고 시급하다고 느끼는 것은 중증, 응급, 소아, 분만, 외상, 심뇌혈관 분야의 현장 전문인력의 부족 문제이다. 얼마전 한국일보의 심층분석기사(2023.05.08.일자, ‘의료붕괴, 사명감으로 못푸는 이유’)에서 설명한 것처럼 직업과 전공을 합리적으로 선택하는 개인의 입장에서 ‘몸은 고된데 수입은 되레 적고 워라벨을 유지할 수 없는’ 필수의료 진료과는 합리적 선택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의사 개인의 합리적 선택이 필수의료 진료과목가 될 수 있는 정책 대안을 마련하면 된다.

“서비스 제공자(의사)를 직접 대상으로 하지 않는 지원정책”
그런데 국가 정책의 3요소인 목표, 수단, 대상으로 필수의료 지원대책을 들여다보면(그림) 이번 정책이 서비스 제공자인 의사를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책수단으로 넓혀 보아도 이는 의료기관에 초점을 맞추고 있을 뿐, 의료기관과 전공진료과를 선택하는 의사 개인을 의료기관과 분리하여 고려하고 있지 않다. 즉, 의료기관을 유인하는 정책을 통해 체계를 개편하고 그에 소속된 의사들로 필수의료 진료가 확보될 수 있다고 기대하는 듯하다. 보건의료 서비스의 비용을 부담하고 편익을 취하는 정책대상이 국민인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현재와 같이 제공자를 직접 대상으로 삼지 않는 지원대책은 필수의료 ‘진료과 전문의’ 확보와 양성을 위한 지원대책이 아니라 국민에게 최소한의 필수의료 접근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공대책에 가깝다.

지원대책에는 ‘응급의료체계 개편 및 확중’, ‘중증 및 소아 진료 강화를 위한 상급종합병원 지정평가 기준 강화’, ‘소아진료기반확충(예; 소아응급진료기반확충)’, ‘전공의 배치기준 개편 및 병상관리 대책 마련’ 등이 담겨 있다. 하지만 의료기관이 아닌 의사 개인의 시각에서 보면 이러한 정책이 필수의료 전공 선택을 앞둔 전공의나, 상급종합병원 취직 또는 개업을 고민하는 필수의료 전공 전문의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가령 최종치료를 책임지는 의료기관에서 일하게 되거나, 필수의료 진료과를 전공으로 선택한다면 정기적으로 야간응급진료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만약 10명의 전문의가 필요한 진료분야에 병원이 5명 밖에 채용을 하지 못한다면 절반이 나머지 의사들의 몫까지 일을 해야 한다는 뜻일텐데 그런 워라벨을 손해보는 위험을 안고 필수의료 진료과를 전공으로 선택하거나 상급병원에 남는 선택이 합리적일까?

“의사 개인의 입장과 의료기관의 입장은 다르다”
필수의료 문제가 불거진 이유는 의사의 사명감으로 해결할 수 있는 임계점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전공의를 지도하는 대학병원의 지도전문의 입장에서 (의료기관 경영자가 생각하는 것처럼) 전공의는 더 이상 교수 대신 환자를 봐줄 수 있는 대체 인력이 아니다. 적절한 교육을 위해 적절한 근무조건과 입원 환자 수 제한을 배려해야 한다. 과거처럼 최종 치료가 필요한 중증 응급환자가 야간에 왔다고 하여 전공의에게 추가로 입원 환자를 보라고 지시할 수 없다. 그렇다고 다음날 진료가 있는 대학병원 교수가 야간에 직접 환자를 보기 위해 나서는 것도 지속 가능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교수의 주된 업무는 외래 환자 진료, 연구, 의과대학 학생 교육이기 때문이다. 업무가 너무 많아 견딜 수 없어, 스스로 살고자 대학병원과 필수의료 전공과목을 뒤로 한 채 떠나고 있는데, 의사의 업무를 줄여줄 수 있는 대책, 의사 개인의 노동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할 수 있는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의 권리도 보장받지 못하는 전문의 당직비”
지원대책이 의료기관과 의사를 분리하여 마련되어야 하는 대표적인 예가 전문의 당직비이다. 중증, 응급, 소아, 외상, 심뇌혈관 등 진료 분야 전문의의 당직 근무는 통상 근무와 동일하다. 즉 주간에 하던 응급실 진료, 입원 환자 진료, 수술 등이 그대로 야간까지 연장된다. 근로기준법 등에 따라 연장근무수당은 통상시급의 150%, 야간근무수당은 200%를 지급하여야 하지만 법이 정한 수준에 부합하는 당직비를 지급하는 의료기관이 얼마나 될까? 전문의나 대학병원 교수들이 노조를 설립하고 병원 또는 재단과 이러한 문제를 협의하려 해도 “고소득자들이 무슨 노조냐?”라는 색안경을 끼고 접근하여 정당한 보상을 가로막는다. 법에 정해진 권리도 보장받지 못하는데 의료기관 진료체계 개편에 초점이 맞춰진 지원대책에서 의사들은 워라벨을 위한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

“지원대책의 성공은 디테일에 있고, 건강한 문제 해결은 사회 문화가 병행되어야”
필수의료 진료과목 의사를 대상으로 하지 않고 공공정책 수가를 포함하여 수가 형태로 병원에 보상하고자 하는 현재의 방법은 당직 전문의 고용, 전문인력 양성이라는 낙수효과를 거둘 수 없다. 새로운 수익은 새로운 병원을 짓거나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외래 진료 의사를 고용하는 것이 병원 경영자의 합리적인 선택이기 때문이다. 오로지 필수의료 지원 대책은 그 참여 인력에 대한 직접 지원 방식이어야 긍정적인 분수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섣부른 정책, 제도만 바꾸는 방식은 갈등만 부추길 수 있다. 사회 문화와 인식의 변화가 병행 되어야 한다. 즉, 아이가 아프면 직장의 관리자와 경영자는 부모들에게 돌봄 휴가를 주고 낮시간에 일차 의료기관을 방문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해주어야 한다. 병원 경영자는 규모 경쟁에서 벗어나 사람에게, 의사와 직원들에게 투자해야 한다. 대형병원들은 시설경쟁, 장비경쟁에서 벗어나야 하고, 국민들은 시설과 인테리어 등으로 병원을 평가하는 시선을 거둬야 한다.

의사의 인식이 문제다라고만 한다면 문제인 것으로 끝날 뿐이지 국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지속 가능한 필수의료 진료체계를 만들 수 없다. 필수의료 지원대책은 지금보다 훨씬 더 디테일해져야 하고, 서비스 제공자인 ‘의사’를 직접 고려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림. 정책의 3요소와 필수의료 지원 대책: 서비스 제공자를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고, 정책수단 또한 의료기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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