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0일 세계의사회 이사회에서 의장으로 선출된 박정율 교수를 서면으로 인터뷰하고 앞으로의 포부를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박 정 율
고려의대 신경외과학
세계의사회는 1947년 설립되었으며 세계 각국의 공식적 의사 중앙 단체를 회원으로 구성하는 유일한 국제 기구로, 현재 세계 115개 회원국 1100만명 이상의 의사들을 대표하며 세계보건기구 등 여러 국제기구와의 협력을 통해 세계적인 의료 및 보건정책 개선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세계의사회의 미션으로는 1) 의료 윤리와 인권을 최우선으로 존중하고 보호하며, 2) 최고 수준의 의학교육 및 의료 질에 대한 최상의 표준을 제시하고 유지하고, 3)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보건의료 체계를 구축하고 개선하며, 4) 의료 혁신과 연구를 촉진하고 공유하고, 5) 의사들의 권익과 안전을 지키고 증진함으로써 모든 사람들의 건강과 인류애를 위해 봉사하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준회원에 가입하여 활동에 참여할 수 있고 Junior Doctor및 의과대학생은 Free Member로 참여할 수 있습니다.
세계의사회 의장은 세계의사회 정관과 규정에 명시된 아래의 의무를 수행하는 최고 책임자로서의 역할을 합니다.
◼ 세계의사회의 총회와 이사회를 주재하고 의사 진행을 총괄한다
◼ 세계의사회의 정책과 결정을 대내외에 공식적으로 발표하고 대표한다
◼ 세계의사회의 목적과 사명에 부합하는 활동과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감독한다
◼ 세계보건기구 (WHO)과 UN(유엔)과 같은 국제기구나 정부, 비정부단체와의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발전시킨다
◼ 세계의사회 사무총장을 포함한 임원 및 자문들과 긴밀하게 협력하여 세계의사회의 운영과 관리를 담당한다
이 외에 매달 온라인으로 개최되는 상임이사회 주재와 더불어 각 회원국으로부터 수시로 접수되는 문의와 요청에 대해 신속하게 대응하며, 필요에 따라 임시 상임이사회 혹은 운영위원회를 개최하여 처리하는 업무를 맡게 됩니다. 아울러 각 회원국의 요청이 있는 경우 직접 세계의사회의 입장과 정책을 전달하고 필요한 경우 지원 활동을 전개합니다. 세계의사회 의장은 2년마다 세계의사회 총회에서 무기명 투표로 선출되며 총 3회의 연임이 가능합니다.
지난 3년 이상의 코로나 펜데믹 상황으로 인해 세계 모든 의료인이 힘을 합해 싸우고 희생한 보람으로 이제 안정적인 시기로 접어들었습니다. 그러나 세계 곳곳에서는 아직도 많은 보건의료 문제들이 해결되지 못하고 방치되고 있는 심각한 실정입니다. 또한 기후변화나 식량이나 약품 부족 등과 같은 간접적이지만 미래 의학 및 보건의료 분야에 영향을 크게 미칠 수 있는 위험 요소들이 산적해 있습니다. 앞으로 주어지는 임기 동안 세계의사회 의장으로서 위에서 언급한 의장의 의무와 역할에 충실하면서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각국에서 이슈화 되고 있는 이러한 주요 의료 현안들에 대해 회원국들과 함께 적극 대응하고 해결해 나가도록 최대한 노력하겠습니다.
아울러 의사들은 과도한 업무로 인한 육체 및 정신적 스트레스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보호나 활동 보장 및 안전 대책이 미흡한 진료 환경에 노출되어 있는 등 제반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실정을 고려할 때 앞으로 의사들이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소신을 가지고 의료 본연의 업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의사들의 권익과 안전을 위해서도 노력하겠습니다. 또한 각 회원국들이 자율적 면허자율관리 제도를 도입하여 의사 개개인이 지속적인 전문직업성개발을 통해 최고의 역량을 유지하는 동시에 고도의 윤리-도덕적 기준 준수와 정화 기능이 작동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정착될 수 있도록 각국 의사회들의 협조와 해당 정부로부터 최대한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대표성이 인정되는 보건의료 분야 전문가들이 미래 시대에 전개될 새로운 의료 환경을 사전에 충분히 연구하고 예측하면서 최대한 서로 공유하고 협업하여 최적의 글로벌 의료시스템이 구축될 수 있도록 필요한 역할을 하도록 힘쓰겠습니다.
세계의사회는 주요 협력 기관으로UN(유엔), WHO(세계보건기구), WFME(세계의학교육연합회), UNDP(유엔개발계획), UNESCO(유네스코), WHPA(국제의료직전문연맹) 등과 같은 중요한 국제 보건의료 관련 단체관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해당 기구들의 주요 행사에 대표를 파견하여 협업과 동시에 주요 현안에 대해 논의하고 의결에 참여해 오고 있습니다. 또한 세계의사회의 산하 단체 중 Junior doctor network(젊은의사네트워크)와 같은 경우 세계 각국 젊은 의사들의 모임을 활발하게 이끌고 있습니다. 앞으로 한국 의료계와 세계의사회 뿐 아니라 이러한 국제적 보건의료 기관들과의 소통과 협력이 유기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함과 동시에 국제적인 시각과 관점에서 의료 현안을 해결하는데 도움을 주며, 미래지향적으로 국제 보건의료 분야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도록 힘쓰겠습니다.
의료 영역에서의 K-Medicine은 이미 선진국의 반열에 들어섰다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더욱 큰 발전을 위해서는 선진국의 수준에 걸맞게 의료 영역 이외 교육 분야에서도 ACCME(미국평생의학교육인증원), ACGME(졸업후의학교육인증원)등과 같은 기구를 구성하고, 연구 분야에서도 2022년 기준 연구비 총액이 80조원이 넘으며 노벨상을 수상한 연구원이 168명이나 되는 NIH(미국 국립보건원)와 같은 세계적인 기구가 가까운 미래에 우리나라에서도 설립될 수 있도록 관련된 국제 저명 학자들과 전문가들과의 네트워크를 구축해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
최근에 많은 나라에서 의료인들에 대한 폭행 사건이 늘고 있고 과도한 법적인 제재와 규제, 그리고 보건의료직종 및 전문가 사이의 불협화음이 지속되고 있으나 정부와 유관 기관들은 합리적인 정책이나 중재안을 적절히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의료인을 범법자로 몰아가는 과도한 법 적용으로 의사들이 최신 의학 발전을 바탕으로 하는 근거중심의 소신 진료를 하지 못하고 방어적이며 소극적인 자세로 위축되면서 의사의 자부심과 긍지 및 보람을 느끼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이러한 국내 의료계 현안들을 세계의사회와 적극적으로 공유하여 우리 의료 현실에 대한 대책 마련을 국제적 공조와 함께 이끌어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뿐만 아니라, 미래 희망인 전공의와 젊은 의사들의 문제점을 심도 있게 분석하고 소통하여 최적의 환경에서 근무하고 수련 받을 수 있는 의료시스템을 구축하고 국제 표준에 부합하는 교육과 수련이 이루어져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명실상부한 K-Medicine을 이끌어 갈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 보겠습니다. 끝으로 정부와 유관 기관 및 다양한 이해관계자들도 국제적인 시각에서 의료전문가들과 함께 국내 의료와 의학 발전에 대한 이해와 협력이 더욱 잘 이루어 질 수 있도록 다각적으로 방법을 모색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