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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EWSLETTER No.147 March 2023

1분 소확행

- 위스키의 대 유행 – 오픈런까지 하는 이유는?

백 성 현 건국의대 비뇨의학

오픈런(Open Run)은 매장이 문이 열리기를 기다렸다가 문이 열리자마자 달려들어가서 물건을 사는 것을 의미한다. 백화점 명품관이나 한정판 나이키를 사기위해서 가끔 벌어지는 일이었다. 최근에 이러한 현상이 술에서도 나타난다고 한다. 필자도 나름 술을 오랜 기간 마셔왔지만 2-3년 전만 해도 술을 오픈런 해서 산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물론 종종 몇 가지 술이 물량이 부족해서 가격이 폭등하는 일은 있었지만 술은 늘 매장에 쌓여있었다. 5,6년 전쯤인가, 일본 산토리 히비키 위스키 17년, 21년이 그랬다. 당시 도쿄 나리타 공항 면세점에서 히비키 21년을 5만 엔에 판매하는 것을 보고 기겁한 일이 있었다. 그래도 당시에 그 술을 사기 위해 줄을 서거나 뛰어가지는 않았다. 그냥 그 술은 안 먹으면 되는 거였다, 아니 사실은 못 먹었던 거지만...

최근 발베니 12년 더블우드, 히비키 하모니, 맥켈란 12년 등이 위스키 오픈런의 주인공이 되었다. 이러한 열풍은 약 1년 전 이맘때 처음 시작되었다. 당시 각종 뉴스에서 이러한 현상을 대대적으로 보도하였다. 한동안 잠잠하나 했더니 금년 초에 또 나타났다. 한 대형 마트에서는 올해 1월에 이어, 2월에도 대대적인 행사를 벌여서 새벽부터 줄을 섰다고 한다. 지인 분이 행사 오픈한지 2시간 뒤에 갔더니, 몽키숄더라는 블렌디드 몰트 위스키 몇 병만 남아 있더라 하였다. 여기에 최근에는 김창수 위스키라는 국산 싱글몰트 위스키가 금년 2월에 판매 전날 아침부터 줄서서 번호표를 받는 등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고 한다. 작년에 두 차례에 이어, 이번이 3번째 출시로, 판매가는 20만원대인데 되팔기(resell) 가격이 200만원에 육박한다고 한다.

관세청 자료를 인용한 뉴스 보도에 의하면 2022년 1~10월 위스키 수입금액은 2억 1천 804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억 3천475만 달러와 비교해 62% 증가하였다고 한다. 코로나 시대의 영향으로 회식 문화가 위축되고, 위스키를 마시게 되는 2차, 3차 문화가 점점 사라져 가는 시대에 이해가 되지 않는 통계라고 할 수 있다. 위스키는 상당히 고가인 술로서 어쩌다 해외여행을 갈 때 면세점에서나 한번 씩 큰 맘 먹고 지갑을 여는 술이라고 할 수 있다. 심지어 고급 위스키는 너무 귀한 나머지 사거나 선물을 받아도 함부로 먹지도 못해서, 발렌타인 30년은 30번 주인이 바뀌어야 병뚜껑이 열린다는 우스개 소리도 있다.

이러한 열풍의 근원은 무엇일까. 일사에프라는 유명 유튜브 채널에 따르면 근본 원인은 공급 감소, 즉 재고 부족이라는 것이다. 재고도 부족하면서 가격도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공급이 감소한 것은 일단 코로나 시대에 자가 격리로 일을 하지 못하면서 위스키 생산 자체가 감소하였다. 디아지오라는 유명 주류회사는 2021년 판매량이 전년 대비 5% 감소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을 일어날 것을 미리 알았다 하더라도 위스키의 특성상 10년 이상 숙성시켜야 하는 이유로 공급이 수요를 쫓아갈 수가 없다는 게 또 하나의 중요한 원인으로 볼 수 있다. 중요 위스키 수출국에서는 운송과 항구 하역 등을 담당하던 인력이 급감하여 운송이 늦어졌고, 통상적으로 주문을 넣으면 2개월 후에 수입이 되었는데, 최근에는 4-5개월 정도가 소요된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일부 위스키는 항공으로 수입하기도 하여 가격 상승을 부채질한다는 것이다. 거기에 우크라이나, 러시아 전쟁의 여파로 원료인 곡물값도 오르고, 유류값 인상으로 운송비도 계속 오르고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가격이 급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요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학 법칙에 따르면 가격이 오르면 수요가 감소해야 하는데, 더욱더 가파르게 수요가 상승하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유튜브 채널에 따르면 와일드 터키라는 미국 버번 위스키는 2021년 수입량이 전년 대비 359% 증가하였고, 마트나 편의점, 주류전문점으로 판매되는 오프마켓(off market) 판매량이 1,492%가 증가하였다고 한다. 분명히 여러 가지 원인으로 경기는 위축되는데, 소비는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재미있는 통계는 젊은 층에서 소비가 급증했다는 것이다. 편의점에서 지난해 위스키 판매량의 25~39%가 20대, 28~43%가 30대가 사갔다고 한다. 반면 40대는 14%, 50대는 3.3%에 불과하였다. 그동안 위스키는 아저씨들이나 먹는 술이라고 치부되었는데, 위스키 소비층이 아재(AZ)에서 엠지(MZ)로 넘어왔다는 보도가 있을 정도이다.

이렇게 수요가 증가한 현상은 코로나가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코로나가 터지면서 회식이나 모임이 줄었고, 해외여행도 어려워지니까 집에서 혼술을 즐기다 보니까 “늘 마시는 소주, 맥주, 막걸리 대신에 집에서 좋은 술이나 먹어보자.”라는 생각이 퍼지고, 막상 먹어보니 괜찮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양하게 찾게 되고 이러한 문화를 sns에 올려 퍼져 나가면서 더욱더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하였다. 전에는 혼자서 먹던 술이 전국적으로 공유하게 되면서 이러한 열풍을 증폭시켰다는 것이다. 이러한 일은 우리나라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미국에서도 주별로 위스키가 부족해서 난리이고, 영국에서도 각종 위스키의 값이 10-20% 상승하였다고 한다. 심지어 중국에서도 위스키 열풍이 불고 있다는 것이다. 즉 전세계적인 현상이라는 것이다.

그럼, 이런 상황에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일단 단순하게 생각하면 이러한 술은 나중에 값이 떨어지면 먹으면 된다. 화무는 십일홍이요, 달도 차면 기우나니, 언젠가는 이러한 열풍이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가격이 착해지면 마시면 된다. 단, 위스키 전문가에 의하면 최소 2025년까지는 이런 광풍은 지속될 것이고 그 뒤에도 딱히 싸질 것 같지는 않다는 전망이다. 기다리려면 많이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술로 대체하는 것도 방법이다. 세상은 넓고 술은 많다. 우리나라에서 나오는 좋은 술도 많고 수입되는 술 중에서도 저렴하고 좋은 술은 얼마든지 있다. 그러니 위스키말고 다른 술로 갈아타면 된다. 뭐, 사실 술꾼 중에 위스키만 마시는 사람이 몇이나 되랴. 평소에 어차피 다른 술을 훨씬 더 많이 마시고 있다. 그리고 극단적 방법으로는 이런 저런 눈치 안보고 술을 끊어버리면 된다. 필자도 여러 가지 이유로 이 기회에 술을 먹지 않을까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사실 혼술 특집을 한두 차례 더 기고하려고 했는데, 이렇게 되면 금주 특집으로 바꿔야 하나?

그래도 이대로 술을 끊기에는 너무 아쉬워서 마무리를 하면서 여러분에게 다른 술말고 같은 위스키 내에서 대안을 마련해보고자 한다. 우선, 발베니 12년 더블우드를 보자. 이 술은 일단 버번 위스키를 숙성하였던 버번 캐스크에서 12년간 숙성한 후 마지막에 9개월 정도 쉐리 캐스크에서 추가 숙성을 하는 cask finishing 기법을 최초로 사용한 술이다. 그러므로 버번이나 다른 쉐리 캐스크 숙성의 위스키는 어떨까. 글렌드로낙(Glen Dronach)이 쉐리 캐스크 숙성이니 시도해 볼 만 하다. 그러나 쉐리 캐스크라도 여러 종류가 있기 때문에 풍미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한다. 앞에서 언급했던 또 하나의 쉐리 캐스크 숙성인 맥캘란 12년 쉐리 오크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글렌드로낙은 피하라고 한다. 다음으로, 맥켈란을 좋아하시는 분은 아벨라워 아부나흐(Abelour A’bunadh)를 추천한다. 이외에도 피트향(소위 병원 냄새라고 하는)의 위스키를 즐기고 싶은데, 너무 강한 원조격인 라가불린(Lagavulin), 아드벡(Ardbeg), 라프로에익(Laphroaig)은 못 마실 거 같은 분은 조니워커 더블 블랙을 추천한다. 원래 2011년 한정판으로 나왔다가 인기가 좋아서 정규 라인업에 포함되어 계속 생산되고 있다. 바닐라 향을 좋아한다면 버번에 도전해보자. 필자는 요즘 버번에 빠져 부지런히 버번을 마시고 수집하고 있다. 흔히 버번 3대장이라고 불리는 버팔로 트레이스(Buffalo Trace), 와일드 터키(Wild Turkey), 메이커스 마크(Maker’s Mark)는 쉽게 구할 수 있으므로 마셔보기 좋을 듯 하다. 작년부터인가 집빔과 잭다니엘스를 누르고 저가 버번 시장을 평정한 에반 윌리엄스도 도전해 보자. 기왕이면 Evan William Bottled-in-bond가 좋을 듯 하다. 마지막으로, 히비키와는 풍미는 다르지만 일본 위스키에 도전한다면 니카 다케스루 퓨어 몰트(Nikka Taketsuru Pure Malt)는 어떨까. 일본 위스키의 아버지 다케스루 마사타카가 홋카이도의 요이치에 증류소를 세워서 생산한 위스키이다. 딱 한번 맛을 본 적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좋아하는 위스키는 대만 위스키인 카발란 솔리스트(Kavalan Solist Oloroso Sherry Cask Strenghth)이다. 대만에 갈 때마다 꼭 사오는 위스키이고, 우리나라 마트에서도 판매되고 있다. 여러분들의 다양한 경험과 건강을 기원한다.

註)
국립국어원에서는 ‘오픈런’에 대한 우리말을 ‘개장 질주’, ‘개점 질주’로 선정하였다. 원래 오픈런이라는 말은 연극이나 뮤지컬같은 공연이 기한없이 지속적으로 상영하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 대한 우리말은 ‘상시 공연’이고 반대말은 ‘limited run’이다.
디아지오(Diageo)는 세계최대의 주류 기업으로서 Johnnie Walker, Guinness, Tanqueray, Baileys, Smirnoff, Captain Morgan, Crown Royal, Don Julio, Ciroc, Buchanan’s, Casamigos, J&B, Ketel One 등이 속해있다.
쉐리(Sherry)는 스페인을 대표하는 주정강화와인(fortified wine)으로 이 와인을 숙성했던 쉐리 캐스크(Sherry Cask)를 이용하여 숙성하는 위스키가 매우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자료출처)
2022.12.1. 연합뉴스.
유투브 채널 14F 일사에프, 수입사 창고에도 재고 없다?? 위스키 가격 언제까지 오를까? 위스키 품절 대란 심층 분석.
Wall Street Journal. 2022.1.27.
아주경제. 2022.1.19. [차이나리포트]
중앙일보. 2022.1.25. [더오래]
National Public Radio. 2021.9.22. Why liquor shortage caused by the COVID-19 pandemic persist in some states.
CNBC. 2022.2.5. [Food & Beverage]
IWSR (International Wine & Spirit Research). Chinese consumers drive over 30% of the global international statur spirits market value. The luxury spirits market: key growth driv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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