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동 욱인하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 대한직업환경의학회 환경의학위원회 위원
매년 봄철과 가을철이 되면 미세먼지로 뒤덮인 하늘과 일기예보에서 알려주는 미세먼지 나쁨 소식은 이제 더 이상 놀랍지 않은 일상이 되었다. 이제야 겨우 코로나19로부터 마스크를 벗을 수 있게 되었지만, 잠시 잊고 있던 미세먼지는 우리 국민의 건강에 매우 큰 위협이 되는 존재이다. 2017년 OECD에서는 2060년 회원국들 중 미세먼지로 인한 조기사망이 연간 인구 백만 명당 1,000명이 넘어 OECD 회원국 중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하였다.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수준은 국민과 정부의 노력으로 점차적으로 개선되고 있지만, 여전히 파리, 도쿄, 런던, LA 등 해외 주요 도시와 비교할 때 1.5배에서 2배 정도 높은 수준이다.
미세먼지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먼지 입자로, 입자 크기에 따라 지름 10 ㎛ 이하의 먼지를 미세먼지, 2.5㎛ 이하의 먼지를 초미세먼지라고 한다. 초미세먼지는 지름이 머리카락 두께의 20분의 1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매우 작아서 폐포에서 모세혈관으로 직접 통과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신체 내 활성산소를 증가시키고, 산화 스트레스로 인한 염증반응을 일으키고 자율신경계를 교란시키게 된다. 미세먼지의 단기적인 건강영향으로 심장마비, 뇌졸중 등을 통한 조기사망, 천식 발작, 만성폐쇄성폐질환의 악화 등을 유발할 수 있다. 또한 장기적인 건강영향으로 폐암 발생, 심뇌혈관질환 발생을 유발하고, 알츠하이머질환, 자살 등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미세먼지는 국내에서 배출되는 것과 국외에서 유입되는 것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국내 배출에 기여하는 요인은 사업장, 건설기계, 발전소, 자동차, 냉난방, 건설현장 비산먼지, 생활폐기물 소각, 유기용제 사용 등이 있다. 자동차 배기가스와 같은 질소산화물이 공기 중에서 빛 에너지를 이용하여 광화학 반응을 일으켜 이차적으로 미세먼지를 생성하기도 한다. 미세먼지 발생에 크게 기여하는 요인으로는 전국적으로는 사업장 배출 및 건설현장 발생이, 수도권의 경우에는 노후 경유차 등의 자동차 배출으로 알려져 있다. 국외 영향은 미세먼지 수준의 약 40~70% 정도 기여하며, 계절별 기상조건에 따라 달라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는 미세먼지에 대하여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 미세먼지는 국민 개인 수준에서 발생시키는 것이 아니지만 그 건강영향은 개인단위에서 나타나게 된다. 하지만 미세먼지에 노출되더라도 개인이 느끼는 증상이 즉각적으로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증상이나 징후에 따라 문제를 관리하는 임상적인 접근이 어려운 특성이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연구된 결과에 따르면, 그 영향의 크기가 작다 하더라도 미세먼지 노출에 있어서 건강위험이 발생하기 시작하는 역치 수준 농도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미세먼지의 노출 수준을 최대한 줄이기 위한 예보 및 주의보에 따른 행동 조치와 예방적인 중재 조치가 중요하다.
미세먼지 예보는 미래의 농도를 사전에 예측하여 ‘좋음, 보통, 나쁨, 매우 나쁨’의 등급으로 제공하고 있으며, 일기예보, 에어코리아 홈페이지, 우리동네 대기정보 앱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미세먼지 예보 등급이 ‘나쁨’, ‘매우 나쁨’일 때에는 장시간, 무리한 실외 활동을 자제하도록 한다. 실외의 미세먼지 농도가 높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신체활동이 동반되면 호흡량의 증가로 더 많은 미세먼지가 호흡기로 들어오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주로 오전 8시부터 11시 까지 대기 중의 미세먼지 농도가 점차 증가하는 패턴을 보이기 때문에, 이 시간대를 피해 오후에 실외 활동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실내에서는 미세먼지 농도를 낮추기 위해 적절한 환기와 공기청정기를 활용하여 실내 공기 질을 관리하도록 한다. 환기는 미세먼지가 나쁜 날에도 최소 하루 3번 이상 충분한 자연환기를 실시하여야 한다. 생활 활동 중 발생한 미세먼지 뿐 아니라 다른 공기 중 오염물질(이산화탄소, 포름알데히드, 라돈, 휘발성 유기화합물 등)이 축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점차 많이 이용되고 있는 기계환기설비가 설치되어 있다면 외부 미세먼지의 실내 유입을 막으면서도 적절한 환기를 달성할 수 있다. 공기청정기는 미세먼지로 인한 산화 손상을 예방하는 것이 여러 연구들을 통해 보고되었다. 공기청정기에 표기된 표준사용면적을 참조하여, 실제 사용공간의 면적에 적합한 제품을 사용하여야 하며, 주기적인 필터 세척과 교체가 필요하다. HEPA 필터가 달린 청소기를 사용하며, 청소 시에는 충분한 환기를 통해 비산된 미세먼지를 제거해야 한다. 물걸레 청소는 미세먼지를 저감하는데 도움이 된다. 코로나 19로 우리에게 익숙해진 보건용 마스크(KF80, KF94, KF99 등)가 미세먼지로 인한 건강피해를 줄여준다는 것은 입증된 사실이다. 단, 보건용 마스크의 등급이 높을수록 숨을 들이쉴 때 저항이 커져 호흡이 힘들 수 있어 활동 정도와 건강 상태에 맞게 선택하여 착용하도록 한다.
진료실에서도 미세먼지 노출을 위한 중재 방법을 교육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선 환자가 미세먼지에 민감한 인구학적 특성인 고령, 어린이, 임산부, 낮은 사회경제적 수준을 가지고 있는지 평가하여야 한다. 또한 비만, 고혈압, 당뇨, 심뇌혈관질환, 호흡기계질환 등 미세먼지에 민감한 질환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하여야 한다. 일상생활에서 고농도의 미세먼지에 노출되지 않는지 거주지의 특성(도로변 거주, 공장 주변 거주), 직업적 특성 등을 확인하여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미세먼지의 건강영향에 대한 생물학적 기전을 환자의 눈높이에 맞추어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다음으로 일상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미세먼지가 나쁜 날 외부 활동 방법과 미세먼지 노출을 줄이기 위한 마스크 착용, 주기적 환기, 공기청정기 사용, 청소 등을 교육할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미세먼지를 감소시키기 위한 개인의 노력이 필요하다. 배기가스 배출을 저감하기 위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실천이 필요하고, 운전 시에는 공회전, 과속, 과적을 피하는 친환경 운전을 해야 한다. 플라스틱, 비닐 등의 사용을 줄이고 장바구니 사용을 생활화 하여야 한다. 겨울철 적정 실내온도를 유지하고 낭비되는 대기전력을 줄여서 화석연료 연소로 인한 미세먼지 발생을 저감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불법 소각과 불법 배출 등을 억제하여 생활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의 양을 줄여야 한다. 의사와 환자의 미세먼지 노출로 인한 건강피해를 줄이기 위한 노력들도 필요하지만, 국민적인 미세먼지 저감에 대한 관심과 노력들이 함께 모아졌을 때, 해외 선진국의 도시와 같은 맑은 공기 속에서 살아갈 터전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