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욱연세대 보건대학원
2022년 12월 22일 대법원은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를 한의학적 진단의 보조수단으로 사용한 행위는 구 의료법 제27조 제1항 본문의 한의사의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는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과 관련해 기존에 확립되어 온 판례를 전면적으로 바꾸는 것으로 의료계를 비롯한 학계에 많은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이에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이 면허된 범위 이외의 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주요 논거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논리적 모순이 있다.
먼저, 진단용 방사선장치 및 특수의료장비에 안전관리책임자를 두는 대상의료기관에 한의원을 제외하고 있지만 초음파 진단기기는 그러한 기기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한의원에 설치하여 한의사가 사용할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는 지나친 논리적 비약으로 이러한 논리대로라면 현대적 의료기기라 하더라도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 및 특수의료장비에만 해당하지 않으면 굳이 의료기관이 아닌 경우에도 그러한 의료기기의 설치를 금지하고 사용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확대 해석될 여지가 있다.
둘째, 의료기기법에 한의사를 의료기사에 대한 지도권한이 없도록 한 규정이 한의사에게 의료기사의 초음파진단기기 사용에 대한 관리감독권은 없지만 한의사가 독립적으로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은 아니라고 해석하고 있다. 이 또한 의료기사는 의사 또는 치과의사의 지도하에서만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할 수 있는데 반해 한의사를 포함한 간호사, 조산사 나아가 일반인의 경우까지 단독으로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하는 것을 금지할 수 없게 된다는 논리적 모순에 빠지게 된다.
셋째, 한의원에서의 초음파진단행위를 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 및 법정비급여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은 것이 한의원에서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을 금지하는 이유가 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해석은 요양급여 및 임의비급여에 대한 기존의 건강보험법 규정에 대한 해석원칙에 벗어나는 것이다. 현재 임의비급여는 원칙적으로 불법이고 엄격한 요건하에서만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인데, 이 판결의 논리대로라면 임의비급여가 원칙적으로 허용가능하게 되고, 의료기관의 무분별한 임의비급여로 인해 환자 및 환자 가족에게 그 피해가 이어지게 된다.
넷째,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기를 진료 보조행위로 사용하는 것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적다고 본다. 그러나 초음파 진단기기의 사용이 일정 시간의 교육과 사용법의 숙지 등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이라면 의료행위의 범주에 포함시킬 필요가 없고, 의료기사의 경우에도 의사 또는 치과의사의 지도하에 행해져야 하는 의료행위로 규정할 필요도 없다.
다섯째, 초음파 진단기기는 초음파 속성에 따른 물리학적 원리를 기초로 하여 개발되었기 때문에 서양의학 기반하에서의 사용으로 제한할 근거가 없다고 하지만 인체의 해부학적 지식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없이는 초음파 영상을 정확히 판독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고, 한의과대학에서 진단용 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교육제도 및 과정을 통해서만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 판결은 무엇보다 2016년 치과의사 안면부 보톡스 시술행위에 대한 판결(2013도850 판결)에 이어 우리나라의 의료체계 및 의료인 면허제도에 대한 법체계의 해석범위를 벗어나 새로운 입법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의료법의 전신인 1951년 국민의료법 제정 이후 현재까지 확고하게 양한방이원적 의료체계를 취하고 있다. 양한방 이원적 의료체계 하에서는 양의는 인체해부학적 지식을 기초로 하여 사실적ㆍ실증적ㆍ객관적 실험과학적 학문원리에 따라 그 업무범위가 정하여지고, 한의는 주관적ㆍ직관적ㆍ경험적이며 자연철학의 학문적 기초 위에 사진(四診)법에 의한 신체적 징후에 근거하여 질병의 원인, 성질 등을 분석ㆍ종합ㆍ개괄하여 증후를 파악하는 것을 기초로 하여 업무범위가 정하여져 한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경우에 서양의학과 한의학이 그 배경이 되는 철학, 인체ㆍ질병ㆍ진단ㆍ치료에 대한 이해 및 접근방법을 달리 보고 이원적 의료체계에 따라 면허제도를 규정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사법부가 해석을 통해 이를 뒤집는 것은 사법부의 역할 및 한계를 넘어서는 행위이다. 만약 양한방 이원적 의료체계가 현대적 의료 시행에 있어서 적합하지 않고, 국민의 법감정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한다면 이는 사법부의 법률해석을 통해 해결할 것이 아니라 입법부의 법률개정을 통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 헌법은 삼권분립의 기본원칙 아래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의 역할을 정하고 있으며, 기본적으로 사법부는 법을 해석하는 역할을 하고, 법률을 제정하고 집행하는 것은 입법부 또는 행정부에 맡겨져 있다. 물론 사법부가 어느 정도 입법적 기능을 수행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지만 민주적 정당성 등의 관점에서 지나친 사법적극주의를 경계할 필요가 있다. 최근의 의료인 종별면허의 범위와 관련된 대법원의 판결 태도는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에 대한 법률의 해석에 대한 최종적인 판단권자로서의 입장을 넘어서 입법부의 역할을 침범하는 것으로 보여질 수 있다. 따라서 국가기관이 이러한 분쟁과 갈등상황에서 헌법상의 권력분립의 원칙에 따라 자신에 주어진 역할과 한계를 충분히 인식하면서 개입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