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길 선 전북대학교 고분자나노공학과
포르투갈은 12세기부터 세계 대항해를 시작하여 세계최초로 해가지지 않은 나라가 되었다. 14세기에 바스코 다 가마는 대서양·아프리카 희망봉·인도양·아라비아해를 거쳐 인도로 가는 항로를 개척하였다. 그리하여 세계는 Non Plus Ultra(더 이상 넘어갈 수 없는 대륙)에서 “Plus Ultra(이제는 넘어갈 수 있는 대륙)로 되었다. 곧이어 마젤란은 3년여에 걸친 세계 일주에 성공하였다.
문제는 세계항해를 떠난 선원들이 살아 돌아오는 생존율이 20~30% 밖에 안 되었던 것. 인도항로를 개척하였던 다 가마는 168명이 출발하여 55명의 귀환, 마젤란의 세계 일주에는 265명이 출발하여 18명이 생환하였다. 각각 32%와 6%의 생환율이었다. 주 범인은 비타민C 부족으로 인한 괴혈병이었고 레몬의 비타민C가 괴질병의 치료제였던 것은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
이렇게 먹고 살기위하여 떠난 돌아오지 않을 남편·아들·동생·연인 등을 기다리며 까아만 대서양 바다를 쳐다보면서 한(恨)을 품고 불렀던 노래가 바로 파두(Fado)이다. 이 어원은 숙명을 나타내는 라틴어 “Fatum, 운명의 신”이다. 파두가 우리한테는 생소한듯하나 의외로 많은 각인이 되어있다. 1986년에 MBC에서 시청률 70~80%로 방영된 “사랑과 야망”에서 남성훈과 결혼했던 차화연이 진실된 사랑은 못하게 될 때마다 LP판을 틀어 놓고 위스키는 홀짝거리며, 울던 때 나오던 “청승극치의 곡”이 바로 파두이다.
파두와 함께 사우다드(Saudade)는 포르투갈의 대표적인 정서이다. 사우다드는 우리말로 향수(鄕愁)정도로 번역되고 나 홀로를 뜻하는 라틴어 Solum에서 유래되었다. 파두는 전통적으로 철사줄이 달린 어쿠스틱 기타와 포르투갈 특유의 기타라(Guitarra)로 연주하고 반주는 12줄의 시턴(Cittern)이라는 배모양으로 생긴 또 다른 형태의 기타가 사용된다.
파두하면 빼놓을 수 없는 가수가 검은 드레스를 입은 아말리아 로드리게스(Amália da Piedode Rebordão Rodrigues, 1920~1999)이다. 세계적 대표곡이 “검은 돛배(Barco Negro)”와 “어두운 숙명(Madição)”이다.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슬픔을 표현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쓸어 담아서 표현한 음산한 슬픔의 극치를 터질 듯한 목소리로 부른다. 듣다보면 눈물이 저절로 나며 부르는 사람도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기 마련이다. 파두를 세계적으로 처음 알린 여가수 마리아 세베라(Malia Severa)는 리스본의 매춘부였다.
최근 대한민국 국민한테 각인된 가수는 마리자 누네스(Mariza Reis Nunes, 1973~)로 2002한일월드컵 한국-포르투갈 예선전에서 포르투갈 국가를 불렀던 가수이다. 2001년에 발매된 첫 번째 앨범(Fado Em Mim)은 순식간에 골든디스크를 기록하는데 이 앨범에 수록된 “Chuva (Rain, 비라는 뜻임)”는 필자가 클래식과 팝을 통틀어서 제일 좋아하는 곡 중의 하나이다. 여러 공연이 있지만 2006년 리스본 벨렝탑 정원에서 가진 Concerto em Lisboa실황 앨범 중 Chuva를 적극 추천한다. 이 앨범은 라틴그래미상 후보에 오르기도 하였다.
우리나라 아리랑도 지역에 따라서 아리랑 장단과 한과 흥이 다르듯이 포르투갈도 지역적 특색이 있다. 리스본의 파두는 슬프기가 그지없다. 포르투 파두는 경쾌하고 템포가 빠르다. 마데이라섬(카나리아제도 옆, 축구선수 호날두의 고향) 파두는 좀 명랑하고 밝은 편이다. 코임브라는 사랑을 읇조리는 세레나데 파두가 이국적이다. 코임브라를 대표하는 파두는 “April in Portugal“로 1947년 ”Coimbra“로 조제 가랄도가 작사하고 라울 페론이 작곡하였다. 1949년에 “포르투갈의 4월”으로 제목이 바뀌었고 1953년에 프랑스 샹송과 영어가사로 개사되어 대히트하였다.
파두 특유의 기타라의 연주와 시턴의 추임새반주로 마리짜의 Chuva(비, 雨) 후반부가 흐른다. “(전략) 한때 당신 곁에서 느꼈지만, 이제는 잊혀진 그 감정들/ 우리의 삶에, 우리의 영혼에 흔적을 남긴 날들/ 난 당신이 떠난 그 날을 잊지 못 합니다/ 그 날의 비는 서늘하게 지친 내 얼굴을 적셨지요/ 그 비는 추억의 빗방울이 되어 내 창문을 두드립니다”라는 가사와 함께 처연하게 흐르면, 떠나간 사람의 얼굴도 흐르고, 필자의 눈에서 눈물도 흐르고, 창문에 빗물도 흘러, 세월은 하염없이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