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학회 정 지 태 회장
안녕하십니까.
대한의학회 제24대 회장 정지태입니다.
어려운 시기에 의학회 발전에 큰 자취를 남기신 장성구 23대 의학회장의 노고에 큰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지난 50여 년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단체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 주신 선배님들께 감사 말씀을 드립니다.
우리는 지금 커다란 도전 앞에 놓여 있습니다. COVID-19가 세상의 소통을 막고 있는 와중에서 우리는 새로운 세상을 겪고 있고, 이 고난의 세월 속에서도 끊임없이 진화하는 세상의 지속적인 발전을 모색해 나가야 합니다.
우리 의학은 오랜 세월 동안 미국, 일본, 유럽 의학의 최신 정보를 먼저 얻어 뒤쫒아 가는 것이 첨단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많은 부분이 세계 최고의 영역에 올라가 있어 새로운 연구, 새로운 진료를 하기 앞서 다른 나라의 사례를 분석해 보고 참고해 볼 부분이 없어지고 있습니다. 우리 앞에 누가 없는 분야가 많아졌다는 말입니다. 우리가 가는 길이 새로운 길이고, 새로운 세계입니다. 아직 기본적인 많은 것들이 부족하지만, 그 성과물은 세계 최고입니다. 이 말은 우리가 최고라는 국수주의적 칭찬을 하는 말이 아닙니다. 침소봉대, 자화자찬하는 것이 아니라, 누가 보더라도 이제 우리는 의학 지식과 의학 기술을 이끄는 리더여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런 목표를 위해 우리 의학의 힘을 모아 함께 발전하는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그러나 의료제도는 우리만의 영역이 아닙니다. 정부와 원활한 소통과 합의가 있어야만 하는 영역입니다. 의사가 부족하다는 사람도 의사고, 의사가 넘쳐난다는 사람도 의사입니다. 통일된 의견이 아니라, 합의된 의견이 필요한데, 서로 자기만 맞다 주장하고 함께 만나 논의 해보지 않는 것이 현재 우리의 형편입니다. 의료계 내부소통이 안 되는데 정부와 소통이 될 턱이 없습니다. ‘안되면 투쟁’을 주장하는 사람이 많지만 정작 투쟁하면 참여하는 사람도 많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그 원인은 우리 직면한 현실을 현장에서 시행한 연구가 많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믿습니다. 단편적인 자신들만의 연구를 통해 또는 짧은 기간에 걸친 표피적 해외 경험을 통해 얻은 지식을 최고의 전문 지식으로 착각하는 한 의료계의 발전은 없을 것입니다.
대한민국에 필요한 의사 수를 구하는데, 정확하지도 않고 일관성도 없는 OECD 통계를 매년 인용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정부도 언론도 정치권도 학계조차도 그렇습니다. 그 통계는 후진국과 개도국의 발전을 위해 보여주는 수치이지 우리가 참고해서 보건의료 발전계획을 세울 그런 통계는 아닙니다. 우리의 위치가 아직도 개발도상국이라는 시대착오적인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한 결과입니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우리 의료제도에 맞는 의사의 근무시간은 일주일에 몇 시간이 적합한 것인지, 그 근무시간을 근간으로 필요한 의사 수를 구해보는 일을 해보지 않았습니다. 95% 이상의 의사가 전문의를 취득하는데 과연 전문의 수가 그렇게 필요한 것인지 누가 대답해 주지 않습니다. 요즘은 분과전문의, 세부전문의, 인정의 등 전문의 다음 단계의 교육제도도 다수 등장하고 있는데 이런 것이 현재 우리 의료제도에 적합한 것이고, 과연 적절하게 운용되고 있는 것인지, 교육프로그램은 믿을 만한 것인지에 대한 관찰 평가도 없는 상태입니다. 개선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요즘은 정치적 목표에 따라서는 의학교육의 질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세력조차 등장하고 자기들이 필요하면 무엇이든 다하겠다고 합니다. 의료는 국민의 건강과 국민의 이익을 위해 존재한다는 것을 망각하고 있는 것이라 믿습니다. 우리의 의학은 인류의 건강과 바로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국제적 영향력이 확고한 의학을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많은 부분 개선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그 개선을 위해 의학회는 의료계의 중심 위치를 확고히 다져가도록 하겠습니다. 대한의학회는 우리 의료의 중심추입니다.
많은 협조와 공감을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2021년 1월
대한의학회장 정지태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