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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EWSLETTER NO.119 August 2020

기획특집 – 코로나19와 국제사회의 공조

오 준경희대학교 평화복지대학원 교수, 前유엔대사

대부분의 국제사회 지도자들과 분석가들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 세계가 우리 시대 최대의 위기에 처했다는 데 이의가 없는 것 같다. 8월초 현재 세계적으로 2천만에 가까운 확진자와 70만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해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13초에 1명씩 숨지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WHO 사무총장은 최근 코로나19의 특효약은 영원히 나오지 않을 수 있다면서, 현재로서는 백신 개발에 희망을 걸 수밖에 없음을 시사하였다. 백신이 언제 사용 가능하게 될지에 대하여도 여러가지 전망이 있지만, 최소한 금년은 이렇게 버텨야 할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 사태가 국제관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장·단기로 나눠 생각해 본다.

단기적 영향은 이미 모두가 경험하고 있는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와 경제적 대위기에서 분명히 볼 수 있다. 20세기에도 1918년 스페인 독감이나 1968년 홍콩 독감처럼 공중보건에 큰 위기가 온 적이 있었지만, 2020년의 세계는 20세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세계화가 진전되어 있기 때문에 더욱 심각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 국가에서 코로나19가 진정되어도 세계 다른 곳의 상황이 나쁘면 계속 국경을 봉쇄하고 살아야 하는데, 어떤 나라도 혼자 살 수 없으므로 오래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대외의존도가 높은 국가에는 더욱 심각한 문제를 가져온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6월 수정한 금년도 경제성장 추정치에서 세계경제가 -4.9%, 미국이 -8%, 우리나라가 -2.1% 역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하였다. 그나마 그 정도 선에서 막을 수 있을지도 가을철 코로나 재유행 여부에 달려 있다고 한다. 이 같은 경제 대공황은 단순히 통계상의 문제가 아니고 수많은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막대한 고통을 가져온다.

지구적 규모의 위기에 맞서 국가들은 평소의 갈등과 문제를 일단 덮어놓고 인류 전체를 위해 협력해야 할 텐데,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그 반대인 것 같다. 지금은 누구의 잘잘못을 가리기보다 함께 불을 꺼야 하는데, 미국과 서방 국가들은 중국을 비난하고, 중국은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이고, 중심적 역할을 해야 할 WHO는 분열의 장이 되고 있다. 20세기 세계대전을 치렀을 때 최소한 종전 후 몇 년간은 국제적 화합과 협력을 보여주었던 것과 대조적이다. 코로나19 사태 앞에서 국가들이 단합하지 못하는 데는 몇 가지 이유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우선 세계는 코로나 이전에 이미 경기침체, 불평등 증대, 기후변화와 같은 심각한 ‘기저질환’에 시달리고 있었다. 엎친 데 덮친 격의 재앙 속에서 국가들은 인류 전체를 생각하는 현명한 판단의 여유가 없는 듯하다. 또한, 지난 20년간 세계에는 민주주의와 함께 포퓰리즘이 확산되었다. 오늘날 민주국가에서도 정치지도자들이 장기적 공익을 고려하기보다 눈앞의 정치적 득실에 따라 민중을 오도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위기 상황 하에서 포퓰리즘 현상이 많아지게 됨을 이번에 확실히 보는 것 같다.

장기적으로 코로나19가 가져온 세계적 위기는 국제관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국제적 보건 비상사태나 경제 공황은 백신이 개발되고 경제활동이 정상화되면 해소될 것이다. 하지만, 세계적 전쟁이나 재앙이 왔을 때마다 부각되는 ‘국가중심주의’가 이번에는 국제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예측이 쉽지 않다. 전쟁이나 질병과 같은 위기상황에서 사람들은 국가를 중심으로 뭉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21세기 세계화의 시대를 맞아 국경을 초월한 글로벌 거버넌스의 강화가 필요한 시점에 국가중심주의는 시대에 역행하는 측면도 있다. 세계주의(globalism)와 국가주의(nationalism) 간의 갈등은 이미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우선정책(America first policy)’ 같은 데서 볼 수 있었다. 미국의 국가주의 강화에 대항하여 중국도 유사한 태도를 취하면서 미-중 대립이 높아지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는 불에 기름을 붓는 역할을 하게 된 것 같다.

국가중심주의의 강화는 국가 간의 갈등을 높일 뿐 아니라, 비국가행위자(non-state actor)의 역할과 관련해서도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국경에 대한 통제와 민간에 대한 정부의 개입이 커지면, 지난 수십 년간 확대되어 온 민간분야, 즉 기업과 시민사회의 국내. 국제적 활동이 제약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각국 정부가 강화된 통제를 유지하려고 하면, 코로나19가 끝나도 국제사회가 다시 민간 중심의 세계화를 회복시키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다. 인류는 오랜 시간을 들여 누구나 세계를 무대로 교류하고 활동할 수 있는 지구촌의 시대를 열었다. 그런데 코로나19라고 하는 대유행병이 그러한 활동을 사실상 중지시키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이러한 도전을 어떻게 극복하고 지구촌을 다시 발전시킬 수 있을지는 인간 개개인을 넘어서 인류 공동체의 미래에 관한 중대한 문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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