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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EWSLETTER NO.111 DECEMBER 2019

Issue?? 있슈!!

- 미세먼지와 의료계의 대응

정 해 관성균관의대 사회의학교실, 대한의학회 정책이사

한창 임상의학을 배우던 학창시절, 해리슨 내과교과서 신판에서 흡연이 독립된 장으로 들어온 것을 보면서 느꼈던 생소함을 새삼 돌이켜 본다. 당시에는 담배는 중요한 기호품이었고 공사석을 막론하고 담배를 피울 수 있었고 만나면 담배를 권하는 것이 예의였던 시절이었다. 담배가 건강에 해롭다는 새로운 지식이 대두되고 흡연을 공공장소에서 추방하는 데는 수십년이 걸렸지만 오늘날은 아파트 아래층에서 올라오는 담배연기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시대가 되었다. 같은 시절 우리나라의 대기오염은 현재와 비교할 수 없이 극심하여 1980년대초까지 서울의 미세먼지 수준은 오늘날 기준으로는 재앙에 가까운 수준을 유지해 왔다. 이러한 극심한 대기오염의 원인은 당시 대부분 가정의 난방과 조리에 연탄을 이용했기 때문인데 90년대 이후 연탄이 가정연료에서 대치되면서 우리나라의 대기오염 수준은 현저히 개선되었다.

세계보건기구는 이미 수년 전부터 미세먼지를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하고 세계적으로 연간 700만 명이 대기오염으로 사망함을 근거로 대기오염은 담배와 맞먹는 주요한 건강위해요인으로 선포하면서 보건의료계의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오늘날 미세먼지를 포함한 대기오염의 장기적인 영향으로 국내에서는 연간 17,000명이 넘는 사람이 초과사망하고 OECD는 지금보다 노령화가 심해지는 40년 뒤에는 우리나라에서 미세먼지로 인한 초과사망은 3배 이상 더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30여 년간 역학연구를 통하여 미세먼지가 인간의 건강에 다양한 영향을 미침이 알려져 왔지만 미세먼지에 대한 대응이 오늘날에 와서야 이루어진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로 환경요인으로 인한 건강영향은 각 개인에서 직접 관찰하기는 힘든 반면 인구집단에서는 명확하게 관찰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오늘날 인간의 건강을 위협하는 대부분의 만성질환은 유전, 건강행태, 식이, 환경 등 다양한 요인의 집합적이고 누적적인 작용의 결과로 발생하고 악화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폐암, 뇌졸중 발생의 25%는 미세먼지의 장기 영향으로 발생한다고 보고되고 있다. 둘째로 미세먼지를 포함한 환경요인으로 인한 질병의 발생이나 악화는 기저 질환이 있거나 환경요인에의 영향이 큰 민감집단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대기오염을 포함한 환경요인의 건강영향은 따로 떼 놓고 볼 경우 각 개인이 이미 가지고 있는 위험요인들에 가려서 정확하게 평가하기 힘들다. 그러나 미세먼지를 주목해서 들여다 보면 그간 가려져 있었던 미세먼지의 건강영향을 인구집단뿐만 아니라 개별 환자에서도 관찰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미세먼지는 단기노출의 결과로 이미 질환 발생의 전단계에 있는 환자들의 질병을 악화시켜 고혈압, 동맥경화증 환자에서 뇌졸중이나 허혈성심질환을 촉발하고 만성폐쇄성폐질환 환자의 증상을 악화시키고 천식환자의 발작을 촉진한다. 중기적으로는 미세먼지에 노출된 임산부에서 태어난 신생아의 체중저하, 조산 등을 비롯한 임신 결과에 작용하고 성장발달에 영향을 준다. 장기적인 노출은 흡연과 마찬가지로 폐암을 유발하고 심혈관질환, 만성호흡기질환, 신경퇴행성질환 등을 유발한다.

미세먼지의 건강영향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미세먼지의 발생원과 작용기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흔히 거론되는 미세먼지 중 문제가 되는 초미세먼지(PM2.5)는 먼지보다는 연소부산물로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연소부산물은 다양한 유해물질을 포함하고 있는 화학물질들의 조합으로 이들은 그 크기가 매우 작아 호흡기를 통해 손쉽게 폐포에 도달하고 혈류 내로 흡입되어 체내에서 산화손상과 염증반응을 일으키는 것이 미세먼지 문제의 본질이다. 따라서 황사나 청소할 때 나오는 비산먼지와 연소부산물질은 근본적으로 다른 물질이며 단지 크기의 문제만은 아닌 것이다, 연소부산물은 석탄발전소를 비롯하여 자동차 내연기관 등이 주요한 발생원이지만 가까이는 촛불이나 흡연, 조리 등도 그 발생원이 될 수 있음을 이해하여야 한다. 따라서 미세먼지의 노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단지 미세먼지 예보를 보는 것 이외에도 우리 주변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연소부산물의 발생원을 돌아보고 발생이나 노출을 줄이기에 힘써야 한다.

미세먼지에 대한 국민적 경각심이 높아짐에 따라 진료실에서 대하는 환자들의 질문 역시 다양하고 복잡해지고 있다. 의사로서 가장 경계해야 할 태도는 이전에 미세먼지가 지금보다 훨씬 높을 때도 잘 지내 왔는데 지금에 와서 걱정하는 것은 과다한 걱정으로 치부하는 것이다. 흡연의 위험을 알게 된 이후 세계적으로 의료계는 단호한 조치를 취해왔고 환자 교육에 앞장 선 결과 흡연으로 인한 건강피해를 줄이는데 앞장 서 왔다. 미세먼지의 우선적인 피해자는 임산부, 어린이, 노인, 심혈관질환이나 호흡기질환 등 만성질환 환자인데 이들은 가장 중요한 의료이용자이기도 하다. 따라서 미세먼지의 건강피해 역시 의료인들이 앞장 서서 에방하기에 힘써야 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

대한의학회는 이러한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하여 올해 지구환경변화와 질병대책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22개 연관학회에서 추천한 위원들이 참여하여 다양한 활동을 해 왔다. 대한의학회는 질병관리본부와 양해각서를 교환하여 미세먼지 대책에 같이 협력해 오고 있으며 의학회 연구진은 미세먼지 관련 문헌에 대한 체계적인 문헌고찰과 특위위원들에 대한 델파이조사 등의 검정과정을 통하여 지금까지 여러 기관에서 제시된 미세먼지에 대한 국민행동수칙을 취합하여 이들 중 근거기반으로 타당한 사항들을 정리하여 일반인과 의료인에 대한 행동수칙 및 지침으로 곧 배포할 예정이다. 의료인들에 대해서는 근거문헌을 포함하여 환자들의 다양한 질문에 대한 자료를 제공할 예정이다.

미세먼지의 건강영향은 지금까지는 주로 역학분야에서 이루어져 왔다. 민감집단인 환자 개개인의 입장에서 미세먼지가 심한 경우에도 운동을 하는 것이 더 좋을지 어느 정도 강도의 운동을 해야하는지, 호흡기질환 환자가 보건마스크를 써는 것이 좋을지 등 다양한 질문에 대한 대답을 체계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국내 실정에 맞고 환자들의 상황을 고려한 다양한 임상연구와 개입연구가 필요하다. 대한의학회는 의학분야의 다양한 미세먼지 연구를 촉진하고 연구자간의 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해 연구자 및 의료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포럼을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임상연구의 촉진과 연구자간 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한 촉매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대한의학회(http://www.kams.or.kr)
(06762) 서울특별시 서초구 바우뫼로 7길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