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성 현 건국의대 비뇨의학
연말 송년회 시즌이 되었습니다. 지인들과 모여 맛있는 음식도 먹고 술 한잔 하는 건 인생의 큰 즐거움입니다. 하지만 한국인의 정서상 때론 의사들의 스타일상 (^^) 가끔은 과한 음주를 하게 됩니다. 이럴 때 도움이 되는 숙취해소제는 이미 시중에 많이 나와있습니다. 한국의 숙취해소제 시장은 한해 약 2000억원 규모로 추산되며 관련 특허도 매년 30-40건씩 등록되고 있습니다. 특히 연말에는 판매량이 20-30% 이상 증가한다고 합니다. 이 글에서는 현재 시중에 나와있는 대표적인 숙취해소제들을 소개해드리고 전적으로 제 개인적인 주관을 말씀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숙취는 왜 생기나?
알콜이 분해되서 나오는 아세트알데히드가 숙취의 원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사진 출처: http://sophiako.tistory.com/331
그래서 대부부의 숙취 음료는 아세트알데히드를 분해하는 데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진 식품이나 추출물을 이용합니다.
◎ 대표적인 숙취해소제
- 여명808
가장 대표적인 숙취해소음료 입니다. 이 음료를 만드신 분이 808번의 음주 후 직접 몸으로 숙취해소 효과를 느끼면서 개발했다 해서 여명808 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성분은 정제수, 여명농축액(오리나무, 대추, 생강), 혼합농축액(마가목, 감초, 갈화, 갈근, 사인, 박, 꿀), 꿀 입니다. 양도 140ml로 일반적인 병음료 100ml 보다 조금 많은 편이며 쌍화탕에서 느껴지는 한약 같은 맛을 가지고 있습니다. 시원할 때는 그런대로 먹을 만 합니다만 상온에서 마시면 좀 역겨운 느낌이 있습니다. 편의점 가격이 5000원으로 비싼 편이며 좀 더 프리미엄 제품으로 병당 10000원인 여명1004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굳이 숙취해소제를 마신다면 여명808을 마시고 있습니다. 효과는….. 그냥 안 먹는 거보다는 낫겠지 생각합니다^^. 그리고 비싸다고 효과가 더 낫다고는 생각하지 않고 있습니다..
- 컨디션
여명808 다음으로 유명한 컨디션입니다. 성분은 헛개나무열매추출 농축액, 글루메이트, 효모추출 혼합분말, 덱스트린, 액상과당, 정백당, 합성착향료, 글리세린에스테르 등이며 세콤달콤한 에너지 음료 같은 맛이 납니다. 가격은 4500원이며 좀 더 먹기 쉬운 맛의 컨디션 레이디와 병당 1만원 이상인 프리미엄 버전인 컨디션CEO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냥 에너지 음료나 박카스가 더 저렴하고 효과적이지 않나 생각합니다^^. 참고로 헛개나무는 본초강목에 술독을 푸는 데 도움이 된다고 나온다고 하며 술독에 실수로 헛개나무 토막을 떨어뜨렸더니 수일 뒤 맹물이 되었다는 고전이 있어 숙취해소 효과가 있다고 믿어지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과학적 근거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 RU21
러시아 21번째 프로젝트라는 뜻의 RU 21은 과거 구 소련 KGB가 스파이들에게 술 취하지 말고 스파이 활동을 하라고 만든 약으로 유명합니다. 하지만 실제 KGB에서 사용한 약제는 러시아에서 생산되었고 러시아의 자존심이라는 뜻의 RUS.ID라는 제품이며 RU21은 미국에서 생산된 비타민이 추가된 유사상품입니다. 성분은 글루코스, L-시스틴, 비타민 C, B2, B6, 호박산, 푸마르산, 스테아린산마그네슘으로 되어 있습니다. 성분을 보시다시피 대단한 비밀 성분 같은 것은 없으며 포장용기에도 “알유☆21 비타민C”라 명기되어 있습니다. 6알 한 상자가 5000원이며 음주 전 2알 음주 중 2알 음주 후 2알 복용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기대를 많이 하고 먹어봤습니다만…... 비타민인데 뭘 기대하냐 싶었습니다^^.
- 상쾌환
혜리가 “찢어”로 선전하는 걸로 유명한 상쾌환 입니다. 성분은 효모추출물, 식물혼합농축액 (헛개나무 열매, 산사나무 열매, 칡꽃)이고 5mm 정도 크기의 환이 여러 개 들어있는 형태입니다. 먹어보면 효모 특유의 약간 안 좋은 향 때문에 음료보다는 먹기가 좋지는 않았습니다. 포당 2900원이며 제 개인적인 복용소감은…. 싼 맛에 먹어보았지만 역시 효과도 저렴하구나 싶었습니다.
- 레디큐
전문 의약품 회사인 한독약품에서 나오는 레디큐 입니다. 노란색 금속병에 들어있고 실제 음료도 노란색입니다. 주성분은 카레의 주원료인 울금(강황)에서 추출한 커큐민으로 동의보감에도 “울금은 술기운을 높고 먼 곳으로 보내 신을 내려오게 한다” 라고 되어 있다고 합니다. 열대과일과 오렌지 주스와 같은 달달하고 맛있는 맛입니다만…. 개인적으로 그냥 음료 같은 맛 때문인지 별로 신뢰감이 안 갔고 역시나 효과도 별로 없다 느꼈습니다. 가격은 병당 5000원입니다. 참고로 레디큐는 음료 외에도 젤리 형태의 “레디큐 츄” 로도 나온다고 합니다. 행오버 젤리라고 해서 외국인들이 종종 많이 사간다고 합니다^^.
- 모닝케어(강황)
역시 울금을 주성분으로 하는 모닝케어 입니다. 비타민 음료 같은 맛이 납니다만…. 효과도 비타민 음료로 보는 것이 맞을 듯 싶습니다^^.
- 헛개파워
광동제약에서 나오는 헛개나무열매 추출 음료입니다. 헛개와 한약 맛이 강하게 나서 매우 맛이 없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술 먹고 마시면 약간 토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다시는 안 먹고 있습니다. 다행히 가격도 병당 4000원으로 좀 저렴합니다.
- 천지개벽
헛개 농축액에 오이발효식초가 들어간 음료입니다. 식초라 시큼한 냄새와 톡쏘는 맛이 있습니다만 먹기가 좋지는 않았습니다. 가격은 병당 5000원입니다.
◎ 어떻게 하면 술을 잘 마실 수 있는가?
결국 술은 체력 + 정신력 (이라고 쓰고 깡이라고 부른다) 입니다. 술 드시기 전에 최대한 잘 쉬고 잘 먹고 해서 체력을 유지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모든 운동이 준비운동을 해야 안 다치고 잘 할 수 있는 것처럼 첫 1-2잔을 잘 드시고 이후 20분 이상 최대한 휴식기를 가진 뒤 천천히 음주 속도를 높이시면 좀 더 잘 드실 수 있습니다.
안주를 잘 드시고 물을 술에 양에 맞춰서 열심히 같이 마셔 주시는 것도 매우 도움이 됩니다.
저 같은 경우는 숙취해소음료 보다는 진한 커피나 고카페인 음료가 더 도움이 됩니다. 이 음료들은 다음 날 쓸 에너지를 20% 정도 억지로 빌려와서 제 최대 주량이 100%가 아닌 120%로 맞춰 주는 듯 싶습니다. 단 빌려온 20%는 상당히 이자가 쎄서 다음날 두 배로 갚아야 하기 때문에 술 먹고 다음날 제 주량은 20%의 2배인 40%가 줄어든 60% 정도의 상태가 되니 함부로 쓸 수 있는 초식은 아니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2011년 KBS 소비자고발에서 숙취해소음료와 그냥 물을 실험 비교했는데 아세트알데히드 농도나 설문지 조사로도 차이가 없었다고 합니다.
맷집이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이 있을지언정 계속 맞으면 누구든 언젠가는 쓰러지는 게 당연합니다. 너무 주량을 믿지 마시고 적당히 몸을 사리면서 드시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술 잘 먹는 다고 대단하다고 생각하던 옛날 시절은 이미 지난 듯 싶습니다^^.
연말 송년회 적당하고 즐거운 음주로 모두들 건강하고 즐겁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 이미지 출처 : 주식회사 그래미, cj헬스케어, ru21.co.kr, 큐원, 한독몰, 옥션, 광동제약, 천지개벽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