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정 율 고려의대 신경외과학
소확행(小確幸)이란 작지만 성취하기 쉬운 소소한 혹은 소박한 행복을 추구하는 삶의 경향, 또는 행복이라는 뜻으로 덴마크어의 휘게(hygge:‘편안하고 기분 좋은 상태’, ‘따뜻함’, ‘안락함’에서 오는 행복을 뜻하는 단어로 19세기 덴마크 문학에서 처음 등장)나 스웨덴어의 라곰(lagom:‘적당한’, ‘충분한’, ‘딱 알맞은’이라는 뜻), 그리고 프랑스어의 오캄(au calme:‘고요한’, ‘한적한’을 뜻하는 말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심신이 편안한 상태, 또는 그러한 삶을 추구하는 경향으로 “OKLM”으로도 표기)과 비슷한 뜻을 가지고 있다.
“소확행”이라는 단어는 원래 일본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의 에세이 ≪랑겔한스섬의 오후(ランゲルハンス島の午後, 1986)에서 쓰인 말로, 갓 구운 뜨거운 빵을 호호 불어가며 손으로 뜯어 먹을 때 느끼는 행복과 같이 바쁜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작은 즐거움을 뜻한다. 영어로는 달리 표현된 것이 없는데 필자는 ‘Spoonful Happiness’로 부르고 싶다(물론 후식의 영어 표현인 dessert가 연상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먹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먹는다’는 표현을 좋아하는데, 이미 받은 스트레스 즉, stress의 과거형인 stressed를 거꾸로 읽으면 디저트의 복수형이 되어 스트레스 해소법으로 후식같이 맛있게 먹으면 된다고 간혹 농담으로 이야기 하곤 한다.
본 지면을 통해서는 두통이나 관절통 같은 흔한 통증에 대해 이러한 통증을 완화시켜 고통을 줄이고 기분을 좋게 하며 삶의 질을 개선시키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음식과 식생활을 소개하고자 한다. 주로 통증 완화에 도움을 주는 음식을 소개하겠지만 통증 완화에 도움을 주는 식생활이란 어떤 음식이라도 사랑하는 사람이나 가족과 같이 오손도손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면서 식사하면 통증 완화와 더불어 소박한 행복을 느낄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통증이 심하거나 조절되지 않는 경우, 또는 오래 지속되는 경우 전문적인 진단과 치료를 위해 반드시 관련 전문의의 진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신경병증성 통증의 경우 정확한 조기 진단과 치료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시기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
고추는 영어로는 red pepper 혹은 chili pepper라고 불리는데 1492년 콜롬부스가 아메리카에서 발견한 후 스페인으로 옮겨져 전 세계로 전파되었으며 우리나라에는 임진왜란 때 유입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당시에는 고초(苦草·苦椒), 당초(唐草), 혹은 왜초(倭草)라고 불렸다고 한다. 청양고추는 충남 청양(靑陽) 지역에서 생산되는 특유의 매운맛과 단맛의 고추로, 칠갑산 자락 분지의 지리적인 특징과 뜨겁고 매운 여름과 같은 기후의 특징이 담긴 고추로 한국인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고추라고 생각된다.
북미 지역에서는 고추를 jalapeno(할라빼뇨)라고 부르고 chipotle (치폴레)는 우리도 많이 먹는 식재료로 할라빼뇨 고추를 훈제한 것을 말한다. 이외 거의 모든 외국 레스토랑에서 구비하고 있는 hot sauce인 Tabasco소스는 미국 루이지애나 고추로 만든 것으로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애용되는 소스다.
고추에는 비타민 C가 많이 함유되어 있을 뿐 아니라 많은 연구에서 주된 성분인 캡사이신(capsaicin)이 체중 감소, 신체 열 조절과 항산화 기능, 항염증 및 항암 효과가 있다고 밝혀져 있다. 특히, 매운맛을 내는 캡사이신은 신경병증성 통증 발생 기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vanilloid receptors TRPV1에 선택적으로 작용하여 통증을 완화시키나 작용 지속 시간이 짧고 구강 투여 시 흡수율이 낮아 국소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연고제와 패취가 개발되어 임상에서 사용하고 있다. 이외에 맵고 화끈거리는 감각은 뇌로부터 엔돌핀을 분비하게 만드는데 엔돌핀은 내인성 모르핀(endogenous morphine)이라는 뜻으로 모르핀처럼 우리 몸에서 통증 신호 전달을 차단하는 기전을 통해 강력한 진통 효과를 나타내며 기분이 좋아지기도 한다. 그러나 캡사이신의 이러한 통증 완화 효과는 개인적으로 차이가 많으며 일부에서는 오히려 불편함이나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어 주의를 요한다.
생강은 오래전부터 향신료로 사용되는 종자 식물로 톡 쏘는 향과 특유의 알싸한 맛으로 음식에 풍미를 더해주는 목적으로 사용되어 왔다. 또한 예로부터 위를 진정시켜 주어 뱃멀미와 메스꺼움을 완화시키는 목적으로 사용되거나 산모의 입덧이 심할 때도 사용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이런 효능 외에 여러 연구 결과에서 진통 및 소염 효과도 확인되었으며, 특히 편두통이나 관절-근육통, 혹은 생리통의 완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 생강에는 건강과 관련된 20개 이상의 물질이 함유되어 있으며 이 중 고추 성분인 캡사이신도 들어 있고 salicylate와 같은 항염 및 항산화 화합물이 있으며, 강력한 항염 작용을 가진 것을 알려져 있는 zerumbone도 있다. 최근 연구에서 zerumbone이IL-1β, IL-6, and TNF-α를 억제시켜 신경병증성 통증과 통각과민 증상에 대한 효과가 보고되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류마치스 관절염 환자에서의 진통 효과가 이부푸로펜 약제와 유사한 수준이라는 보고도 있다. 필자도 젊을 때 한 동안 편두통 증세가 가끔 있었는데 생강을 직접 끓여 마셔서 효과를 본 경험도 있다.
식료품마켓에서 구입할 수 있는 진저 에일(ginger ale)은 발포성 청량음료로 진저 비어(ginger beer)라고도 불리우나 알코올 성분은 포함되어 있지 않으며, 레몬, 고추, 계피, 클로브(정향:clove) 등의 향료를 생강과 섞어 카라멜로 착색시킨 음료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