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 호 장단국의대 예방의학
미세먼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야외활동을 꺼리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에 따르면 최근 몇 년 동안 우리 국민 중에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는 사람의 비율이 지속적으로 줄고 있고 학교에서는 미세먼지가 ‘나쁨’으로 예보되면 야외 체육활동이 모두 중지된다. 신체활동 부족이 만성병의 중요한 위험요인이고 어린이의 성장발달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세먼지는 이중으로 피해를 주고 있는 셈이다.
한 가지 특기할 사항은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농도가 OECD 국가 중에 가장 높은 편에 속하는 것은 맞지만 지난 20년간 꾸준히 감소되어 왔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중국발 미세먼지가 이슈화되고 세계보건기구가 미세먼지를 제1군 발암물질로 분류하면서 미세먼지의 위험성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은 오히려 크게 높아졌다. 이런 경향은 작년에 정부에서 초미세먼지(PM2.5)의 환경기준을 강화하면서 더 심해졌는데 전에는 초미세먼지 농도가 공기 세제곱미터 당 50마이크로그램이 넘어야 ‘나쁨’이었는데 이것을 35로 낮춘 것이다. 갑자기 미세먼지 ‘나쁨’인 날이 더 많아져 버렸다.
미세먼지 농도를 낮추려면 많은 자원을 투입해야 하고 때로는 국민들의 희생도 필요하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가 꼭 필요하다. 미세먼지의 위험성에 대한 높은 사회적 감수성은 미세먼지 정책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되겠지만 한편으로는 일상생활을 과도하게 제약하여 신체활동 부족이라는 이차피해를 초래할 수도 있다. 미세먼지와 위험성과 신체활동에 따른 건강 이득을 균형 있게 판단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미세먼지의 관점에서만 보면 미세먼지가 ‘나쁨’일 때는 야외활동을 하지 않는 것이 현명한 행동이다. 특히 운동을 하면 호흡량이 많아져서 더 많은 미세먼지가 들어오기 때문에 금기라고 할 수 있다. 반면에 유산소 운동의 건강효과도 잘 알려져 있고 일정 수준까지는 운동 강도를 높일수록 효과가 더 커진다. 그런데 미세먼지 ‘나쁨’인 날을 다 제외시켜버리면 규칙적으로 운동하기가 매우 어려워진다. 일종의 딜레마인 셈이다. 결국 근거에 기반해서 판단을 해야 하는데 관련 논문이 제법 많이 있지만 연구마다 대기오염 물질이나 노출 수준도 다르고 건강영향의 종류도 다양해서 필요한 정보를 추출하기가 쉽지는 않다. 다양한 미세먼지 농도 수준에서 미세먼지 노출로 인한 피해와 규칙적인 신체활동으로 인한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건강 이득을 비교한 연구를 몇 편 소개해보려고 한다.
<그림. 미세먼지 오염수준에 따른 운동시간과 사망위험의 관련성>
먼저 브라질의 연구자들은 세계에서 미세먼지 오염이 가장 심한 도시와 가장 깨끗한 도시를 상정하여 시뮬레이션을 통해 운동에 따른 미세먼지 노출량 증가와 이에 따른 사망위험 증가 그리고 운동에 따른 사망위험 감소를 계산하여 비교하였다(1). 가장 깨끗한 도시에서는 90분까지는 운동을 할수록 미세먼지 노출량은 증가해도 사망위험이 계속 감소한 반면에 가장 오염된 도시에서는 15분까지는 사망위험이 감소했지만 그 이후 운동에 따른 이득이 점점 줄어 75분 이상 운동을 하면 오히려 미세먼지로 인한 피해가 더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그림 참조). 참고로 이 연구에서 오염이 가장 심한 도시들의 미세먼지 농도는 지난 3월 우리가 경험한 최악의 미세먼지 농도가 일년 내내 지속되는 수준이다.
실제 인구집단을 대상으로 수행한 연구들도 있다. 덴마크에서는 5만 명이 넘는 코호트를 대상으로 정원돌보기, 걷기, 자전거 타기 등의 신체활동 수준을 평가한 후에 10년 이상 추적하여 신체활동이 많은 집단에서 천식과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이 적게 발생하는 것을 발견하였다(2). 신체활동의 예방효과는 교통관련 대기오염의 지표인 이산화질소 농도가 높은 지역에 사는 사람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운동에 따른 이득이 대기오염에 의한 피해를 능가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 연구의 장점은 잘 구축된 코호트를 이용하여 폐질환의 발생 또는 재발 위험을 직접 평가했다는 것이다.
대만의 연구자들은 35만 명이 넘는 코호트를 대상으로 백혈구 수치를 전신 염증지표로 삼아 미세먼지 농도 수준과 신체활동의 관련성을 평가하였다(3). 염증지표를 결과변수로 분석한 이유는 미세먼지가 전신적 염증반응을 통해 심혈관질환이나 암의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미세먼지 농도 수준이 높을수록 염증 수준이 증가하고 반대로 운동 강도가 높을수록 염증 수준이 감소하는 결과를 보였다. 흥미로운 것은 어떤 미세먼지 농도 수준에서도 신체활동을 안하는 집단에 비해 신체활동을 많이 하는 집단에서 염증 수준이 감소한 것이다. 연구 기간 중 대만의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가 26 μg/m3으로 우리와 비슷한 수준이었기 때문에 이 연구결과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현재까지의 연구결과들을 보면 대체로 규칙적인 운동에 따른 장기적인 건강 이득이 미세먼지의 위험보다 큰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농도 수준이라면 적어도 공원이나 학교 운동장 같이 배출원이 없는 곳에서는 별다른 제약 없이 운동을 해도 좋을 것으로 생각한다. 다만 차가 많이 다니는 대로변에서의 운동은 별도의 고려가 필요한데 왜냐하면 배출원에서 막 배출된 미세먼지는 크기도 더 작고 독성도 더 강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