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진료정보나 연구자료 등의 활용이 활발해지며, 연구참여자의 개인정보보호와 연구자의 연구정보 활용에 대한 요구가 늘어나면서 임상연구등록과 연구결과에 대한 공개, 임상연구 참여자의 권리, 연구자의 의무 등에 대한 다양한 이슈들이 도출되고 있다. 대부분의 연구자들은 동의에 의해 수집된 연구참여자의 개인정보에 대해 연구자가 활용할 권리까지 위임받은 것으로 간주하거나, 임상연구용 데이터셋의 가공에 의한 것이므로 연구자의 것이라 생각하고, 더 이상 연구참여자에 대해 연구진행사항이나 연구결과를 알려야 하는 의무감을 갖지 않는 경우도 있다. 반면 진료를 본 환자나 연구참여자들은 연구에 대한 결과 뿐 아니라, 타 연구의 진행에 대한 정보도 알고 싶어 하며, 불투명한 본인 정보의 2차적 활용에 대한 우려를 표현하고, 연구정보와 진료정보 소유권에 대한 논란이 생기고 있다. 이에 최근 연구자들에게 요구되고 있는 임상연구등록과 연구결과 공개, 연구참여자의 권리와 연구자의 의무 등에 대한 윤리적 고려사항에 대하여 알아보고자 한다.

국제적으로 임상연구등록과 연구결과공개에 대한 사항은 임상시험 참여의 기회를 갖고자 하는 환자들의 알권리에 대한 요구 증가와 연구참여자 보호에 대한 국제의사회의 집단적 윤리 의식의 성장, 연구참여자 보호를 위해 연구자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국제의학편집인협의회(International Committee of Medical Journal Editors, ICMJE)의 노력, 환자들에게 임상시험에서의 부작용 등 결과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공개하여 합리적 선택을 하기 위한 정부정책과 함께 발전하였다.

임상연구등록과 연구결과 공개에 대한 윤리적 사항은 국제적 연구지침의 기준으로 제시되는 세계의사회(World Medical Association)의 헬싱키선언(Declaration of Helsinki)을 통해 확장되고 발전되어 왔다. 1964년에 제정된 이래로 각 시대적 요구에 따라 2013년까지 7차 개정이 시행되어 왔다. 헬싱키선언의 제정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시행된 비인간적인 인체실험을 통해 인간대상의 임상시험에 있어 윤리적으로 필요한 과학적 연구설계 및 연구수행에 대한 연구자의 책임과 자율성(autonomy)의 윤리원칙을 연구 대상이 되는 피험자(human subject)에게 연구에 대한 정보제공과 동의의 과정 및 동의서작성, 자발적 참여라는 시행방안을 제시하며 세계적으로 임상시험 수행의 윤리적 원칙을 제시하였다.

연구설계 디자인인 임성시험프로토콜의 등록과 공개에 대해서는 2000년 헬싱키선언 제5차 개정부터 언급되고 있다. 제5차 개정에는 임상연구 디자인의 대중공개에 대해 언급하였으며, 2008년 제6차 개정부터는 첫 피험자 모집 이전에 임상시험등록시스템에 연구프로토콜을 등록하도록 하는 원칙이 추가되어 7차까지 유지되고 있다.

연구결과 공개에 대한 사항은 연구자의 정확한 결과로 원고를 작성해야 하는 의무와 헬싱키선언을 준수한 논문만 출판하도록 하는 것이 주요 원칙이었다. 2000년 5차 개정에서는 논문출판 외의 방법으로 부정적인 연구결과(negative result)까지도 출판하거나 공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2008년 6차 개정부터는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결과(unconclusive result)까지도 공개하도록 대상을 확대하였다.

이런 연구결과의 공개는 논문이나 대중적인 공개에 그치지 않고, 연구참여자도 결과에 대해 알 권리가 있음에 주목하게 된다. 이에 2008년 제6차 개정에는 연구참여자는 연구결과에 대해 알 권리가 있다고 선언하였지만, 2013년 7차 계정에서는 연구참여자에게 연구의 일반적인 성과와 결과에 대한 설명을 받을 선택권이 주어지도록 하여, 알 권리 뿐 아니라 모를 권리에 대한 고려도 하였다.

이러한 헬싱키선언의 변화는 미국의 관련제도의 발전이 견인차 역할을 하였다. 미국은 임상연구등록이나 연구결과공개에 대해 가장 앞서가는 나라 중 하나이다. 미국 국립보건원(National Institute of Health, NIH)의 미국국립의학도서관(National Library of Medicine, NLM)은 1996년 1월 시범사업을 거쳐, 1997년 6월에 논문의 요약문(abstract)이 무료로 대중에게 공개되는 펍메드(Pubmed) 시스템을 운영하기 시작하였다.

임상연구등록시스템은 미국에서 1988년 HIV감염 환자에서 임상시험 정보에 대한 접근 요구가 증가되고 미의회(U.S. Congress)에서 관련 법안이 통과되며, 임상시험의 접근을 높이고 싶은 대중들의 요구가 타 질환자에서도 높아졌다. 1997년 미국의 식품의약품안정처선진화법과 보건의료법에 의해 NIH은 임상시험등록시스템(Clinicaltrials.gov)을 개발하여 운영하였다. 임상시험등록시스템 운영의 첫 번째 목적은 질환을 가진 개인이 임상시험 정보에 쉽게 접근하기 위함이다. 2000년부터 NLM은 Clinicaltirals.gov를 인터넷을 통해 일반 대중이 무료로 임상시험정보를 접하게 하며 NIH 지원 임상시험부터 등록하도록 하였다. 일부 약물에서 심각한 독성 보고에 대한 우려로 2007년부터는 기본적인 임상시험 등록에 대한 요구를 추가하였고, 2009년과 2015년에 걸쳐 관련 규정을 좀 더 정교화하고 발전시키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임상연구등록과 연구결과의 출판과 공개의 주목적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살펴보아야 한다. 그 중심에는 임상연구에 관한 정보에 접근을 요구하는 일반 대중과 환자의 ‘알 권리’와 연구참여자에 대한 연구자의 의무가 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연구자들은 임상연구등록을 외국 저널에 원고를 투고하기 위한 절차정도로 처음 소개되어 연구참여자에게는 참여동의로 무한히 자료를 제공해야 하는 의무가 있으며 연구자는 연구참여자에게 결과에 대해 알려야 하는 의무를 망각한다.

우리나라에서 연구대상자를 칭하는 용어가 임상시험을 수동적으로 당하는 객체적인 의미인 ‘피험자’에서 좀 더 대등한 객관적인 의미의 ‘임상연구대상자’, 더 나아가 임상연구의 중요한 파트너로서의 ‘임상연구참여자’라는 개념으로 변경되고 있다. 이에 맞게 우리도 대중을 위하여 한글로 작성되어 검색되는 우리나라의 임상연구등록 활용과 연구참여자 대상으로 연구결과 공개 방안에 대한 고려를 해야 할 때이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 임상연구에 대한 인식개선과 연구대상자의 권리가 보장되는 윤리적인 임상연구 수행에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