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임상연구사업

국민건강임상연구는 지난 2015년 8월부터 시작된 보건복지부의 임상연구사업이다. 국민건강임상연구사업은 보건복지부 연구개발사업 중 임상연구인프라조성사업의 일환으로 기획된 사업으로서 질환유효성평가기반구축, 의료기기인프라지원 및 국가임상시험사업과 함께 포함되어 있다. 다른 연구사업은 새로운 기술의 개발과 이와 연관된 안전성·유효성의 평가, 의료기기 개발을 위한 인프라 지원 그리고 품목허가나 글로벌 초기임상 등과 관련한 임상시험을 지원하고 있다. 이에 비해 국민건강임상연구사업은 이미 허가 후 임상진료현장에 도입된 기술을 대상으로 임상현장에서의 진료를 주요 대상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국민건강임상연구사업은 실제 보건의료 제공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의사결정을 지원하기 위한 근거를 산출하고자 하며, 연구 수행은 환자등록자료(patient registry)를 구축하여 이루어지거나, 건강보험 청구자료나 통계청 자료 등 이차자료원의 연계 및 분석, 의무기록 조사 및 분석 등을 통해 이루어진다

근거기반 보건의료체계 구축을 위한 연구사업

국민건강임상연구사업은 또한 ‘문제해결형’ ‘공익적’ 임상연구사업이다.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가 가지고 있는 문제를 사전적으로 결정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도구로서 근거를 산출하는 연구이다.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의 문제점은 크게 의료비 증가, 의료의 질 변이, 의료서비스 공공성 결여로 대별될 수 있다. 노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와 고가 의료기술 도입의 증가와 함께 비용효과성 관리체계의 불완전성으로 인해 여전히 보건의료 재정에 있어서 누수와 낭비의 요인이 존재한다. 의료의 질 변이는 무엇보다 근거와 진료 간의 격차에서 기인한다. 이는 또한 이미 임상에서 적용되고 있는 치료 대안별 비교근거가 부족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편향되거나 적절하게 공유되지 못하는 것으로 인해 증폭된다. 그 결과 임상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진료 행태에 있어서 변이가 상존한다. 건강보험이 대부분의 국민을 대상으로 포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나, 여전히 의료서비스의 접근이나 이용이 어려운 취약지나 취약 계층이 존재한다. 그리고 치료 영역에 비해 예방이나 건강 유지 및 증진 분야의 활동은 취약하다.

의료기술에 대한 정보가 불충분하여 진료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많은 나라에서 중개연구(translational research) 개념을 도입하고 ‘실험실에서 임상으로’, ‘과학을 진료로’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바 있다. 미국의 경우 흔히 오바마케어로 불리는 ‘환자보호와 적정 부담에 관한 법(Patient Protection and Affordable Care Act)’에 근거하여 환자와 의료진의 선택을 지원하기 위한 기관으로 환자중심성과연구원(Patient-Centerd Outcomes Research Institute, PCORI)을 설립하고 임상적 비교효과 연구(Comparative Clinical Effectiveness Research, CER)를 중심으로 지원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에도 기초의과학 연구를 주로 하고 있는 의학연구위원회(Medical Research Council, MRC)에 더하여 의료기술평가연구를 지원하기 위한 국립보건의료연구소(National Institute for Health Research, NIHR)를 설립하고 의료기술평가 연구, 체계적 고찰연구, 보건의료 서비스 전달 연구 등의 수행을 지원하고 있다. 두 기관 모두 보건의료기술과 체계의 환자성과와 비교효과에 대한 연구를 지원하기 위하여 지역 임상연구 네크워크 구축이나 연구자료 연계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연구방법론 및 확산에 관한 지원도 하고 있다.

국민건강임상연구의 지원대상은 허가 후 통용되고 있는 의약품·의료기기·시술행위 및 이들로 구성되는 치료법·치료전략·치료체계의 다양한 환자성과 및 비교효과 산출연구이다. 환자성과는 의료기술 적용에 따른 합병증 등 장·단기 위험, 효과성(effectiveness), 비용효과성(cost-effectiveness), 삶의 질(quality of life), 선호(preference) 등을 포함한다. 현재 우리나라 보건의료시스템을 통해 산출되는 실질적인 효과성, 비용효과성은 local evidence로서 우리나라에 특화된 의사 결정을 지원한다. 아울러 좋은 연구결과의 발간을 통해 전세계 산출 근거와 함께 global evidence로서 작용할 수 있도록 기여한다.

국민건강임상연구사업 주관연구기관으로서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은 국민건강임상연구 코디네이팅센터를 설립하고 문제해결형 공익적 임상연구로서 기능을 다하도록 연구사업을 기획, 공모, 지원, 성과 관리를 전문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고 있다. 우선 국민의 다수에게 영향을 미치는 질환과 관련한 진료의 효과성과 비용효과성에 대한 근거의 산출, 국가 보건의료 정책 변화와 임상 환경 변화에 따라 관련 예방, 진단, 치료 및 재활 중재의 성과에 대한 추가적인 근거의 산출, 그리고 사회적으로 제기된 보건의료 문제 해결을 위한 근거 산출 연구로 크게 방향을 설정하였다. 그리고 연구 분야는 환자등록자료를 전향적으로 구축하여 우리나라에 특화된 환자성과 근거를 산출하는 ‘근거생성 전향적 임상연구’, 기존 임상연구 결과의 종합이나 의무기록을 이용한 후향적 환자자료 구축 그리고 건강보험 청구자료나 통계청 자료 등 이차자료원의 분석을 통해 환자성과의 근거를 산출하는 ‘근거통합성과연구’, 그리고 우리 보건의료의 공공성과 형평성 제고를 위한 ‘공공보건연구’로 분류하여 공모를 추진하였다.

그 결과 1차 년도에 선정된 총 30개 과제를 대상으로 환자등록자료 표준화 도모, 연구자료 연계 지원, 연구자 네트워크 구축을 통한 연구 역량 강화, 국가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시 임상연구자료 플랫폼 연계구축 등을 수행하고 있다. 2차 년도와 3차 년도를 통해 신규로 모집될 연구사업에 대해서도 보다 신속하게 연구자료를 지원받을 수 있도록 사전적 자료 구축에 대해서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연구의 실제 정책 활용도 제고를 위해 연구책임자 워크숍을 통해 참여 연구 간 사례를 공유하고, 정책 성과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지원과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2차년도 사업을 추진하는 올해에는 임상연구 중장기 기획을 통해 우리나라 임상연구의 확대 발전 방향을 설정하고 관련 연구사업을 풍부하게 개발해나갈 예정이다.

공익적 임상연구 사업의 확장 필요성

우리나라 의료기관 특히, 대형 병원을 중심으로 임상연구 역량이 상당히 강화되어 있다. 그러나 그 대부분은 기초의과학연구나 신약 허가임상연구를 중심으로 지원되어 왔다.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 문제점 해결을 위하여 필요한 의사결정과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의 산출은 보다 객관적이고 공공의 필요에 따라 수행되고 또 의사결정에 적극 활용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가 주관하는 국가 연구개발사업의 많은 부분은 실제 임상 현장을 대상으로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의 성과에 대한 근거를 산출하는 연구에 투자되어야 한다.

새로운 보건의료 기술개발이 국민건강 향상과 보건의료체계 발전에 기여하는 것 이상으로, 실제 환자성과를 높이기 위한 임상연구 또한 크게 기여할 것은 자명하다. 국민건강임상연구사업은 이미 도입되어 있는 수많은 보건의료기술, 서비스 그리고 체계 아울러 새롭게 도입되는 기술로 인해 변화되는 우리 보건의료 현장에서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는 환자와 의료진, 그리고 정부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계속 확대되어야 한다. 국민건강임상연구는 연구주제의 사전적 기획, 성과연구 및 비교효과연구 전문가, 그리고 연구자료 및 연구자 네트워크 구축을 더하는 포괄적인 임상연구 플랫폼 구축을 통해 우리나라 보건의료 문제 해결을 선도하는 임상연구시스템으로 끊임없이 진화해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