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초 세계 최대 유전체분석 장비업체인 일루미나(Illumina)사는 새로운 유전체분석 장비를 공개하면서 “유전체분석 100불 시대”를 선언했다. 지난 2014년 1월에 당시 새로운 장비를 발표하면서 선언한 “개인유전체분석 1,000불 시대”에 이어 3년만에 한 사람의 30억개 염기서열을 모두 분석하는 비용이 1/10로 떨어졌다. 이는 유전체정보분석기술의 대중화를 의미하며 향후 유전체분석으로부터 정보활용으로 중심이 이동되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도 환자 암조직으로부터 암유전체를 분석하여 개인별로 표적항암제를 결정하는데 활용되고 있으며, 향후 분석비용이 줄어들면서 이에 대한 적용 분야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IBM은 Laura McGovern등이 Healthcare Affairs에 기고한 내용¹을 인용하면서 개인의 유전체정보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력이 30%정도로 분석했다. 동시에 임상정보와 개인의 행동, 환경을 포함한 생활정보가 개인 건강에 각각 10%와 60% 정도의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하였다. 정밀의료는 개인의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유전체정보, 임상정보, 그리고 생활정보를 통합하여 개인별로 최적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기존에 통계적 분석에 의해 환자집단을 대표하는 특성을 분석해서 진단기준과 치료법을 고안하는 것에 비해 각 개인의 유전적, 임상적 특성을 반영하여 치료하는 것이다. 이러한 개념은 개인별 유전체정보 비용이 저렴하게 되고, 대용량의 개인 정보를 분석 및 저장하는 기술이 보편화되었기 때문에 임상에 실용화되고 있는 것이다.

질병에 따라 개인의 유전체정보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희귀유전질환이다. 특정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희귀유전질환을 일으키기 때문에 개인의 유전체를 분석하면 진단이 가능하고 동시에 치료방법을 고안할 수 있다. 특히 난청이나 망막세포변성증, 골이형성증과 같이 여러 가지 유전자의 다양한 돌연변이가 동일한 표현형을 보이는 경우 수백 개의 후보유전자에서 수백만 개의 염기서열을 분석하면 각 환자에서 돌연변이를 정확하게 찾을 수 있다. 대용량 유전체분석기술이 개발된 이후 가장 먼저 적용된 임상분야가 희귀유전질환 분야이기도 하다.

두번째 유전체정보가 결정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분야가 암정밀의료이다. 암은 DNA의 돌연변이에 의해 유발되며, 이러한 원인 돌연변이를 찾아 표적항암제로 정확하게 치료하면 난치암 환자에서 치료효과를 높일 수 있다. 암정밀의료에서 유전체정보분석이 필요한 이유는 원인 돌연변이가 수백 개의 유전자에서 수천 가지 다양한 종류가 존재하기 때문에 대용량 유전체분석기술이 이를 동시에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돌연변이가 일부 암세포에만 존재하는 경우 초정밀 유전체분석기술을 통해 0.1%까지 돌연변이 분석과 진단이 가능하다. 따라서 기존 분석방법에서 해석이 불가능한 진단과 치료반응의 불일치 부분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이 유전체분석기술을 이용해서 난치암 환자에서 최적의 표적항암제를 선정하는 것이 임상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에 여러 나라에서 암정밀의료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는 이유이다.

우리나라는 의료기술이 우수하고 병원과 사회에 정보인프라가 잘 갖추어져 있다. 따라서 정밀의료를 구현하는데 가장 적합한 환경을 갖추고 있다. 비록 유전체정보분석을 위한 시퀀싱 장비나 시약을 해외에 의존해야 하지만, 분석비용이 획기적으로 줄어들면서 유전체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고, 특히 올해부터 시작될 NGS 임상검사에 대한 보험적용으로 유전체정보기반 정밀의료를 병의원에서 구현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기회는 우리나라가 정밀의료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며, 이를 어떻게 활용하는가는 우리 스스로에게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