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5년, 체르노빌 원전사고 30년이 되는 해다. 일부 언론에서 방사선사고 영향을 설명할 때 체르노빌 인근 강에서 발견되는 2m짜리 메기를 종종 거론한다. 하지만 이 메기는 사실 유럽에서 주로 서식하는 웰즈메기로 3m 이상 클 수 있다. 사고 이후 사람들의 위협이 크게 줄었기 때문에 최대한 클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었다고 보는 것이 더욱 타당할 것이다. 방사선 공포는 의료방사선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CT 촬영을 한 소아 추적 연구에서 암 위험 결과들도 보고되고 있다. 방사능, 방사선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은 이런 정보 속에서 주관적이고 정체 모를 두려움에 놓여있으며, 의사들도 예외가 아니라는 것을 많이 느낀다. 방사선의 인체 영향에 대한 올바른 해석을 위해서는 현재까지 축척된 과학적 사실을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여기서 짧게나마 방사선 인체 영향에 대한 주요 내용들을 정리해본다.

방사선은 간단히 말해 에너지의 흐름이다. 문제는 이 에너지가 몸으로 흡수되면, 직접적으로 또는 물분자의 유리화를 통해 우리 몸의 중요한 분자를 부술 수 있다는 데 있다. 방사선 이외에도 많은 유해 대사 물질들이 몸에서 만들어지지만, 우리 몸의 방어반응을 통해 이를 잘 극복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의 양이 많을 때 생기며, 방사선도 마찬가지다.

유해물질에 의한 인체 영향이 대개 그렇듯 방사선으로 인한 영향도 크게 결정론적 영향과 확률론적 영향으로 구분한다. 결정론적 영향은 역치를 넘는 방사선 노출에 의해 인체 이상이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홍반, 백내장, 불임, 혈액상의 변화, 기형 등이 그 예다. 확률론적 영향은 방사선량에 따라 건강이상 가능성이 확률적으로 증가하는 것을 말한다. 방사선 피폭으로 인한 세포의 돌연변이가 만든 암, 유전결함이 대표적이다. 결정론적 영향은 많은 수의 세포가 사멸 또는 기능을 못 하게 되어서 발생한다. 따라서 주로 고선량방사선에 의한 급성 피폭으로 발생하며, 임상적으로 중요한 문턱선량이 존재한다. 또한, 심각도는 선량에 비례하여 증가한다. 이에 반해 확률론적 영향은 발생 확률이 피폭선량에 비례하고 문턱선량이 없는 것으로 간주한다. 방사선의 확률론적 영향은 일본 원폭생존자에 대한 역학연구 결과에 기초하며, 100mSv 이상에서는 피폭선량과 암 위험의 비례적 관계가 잘 정립되었다. 하지만, 100mSv 이하에서 관련성에 대한 역학적 근거는 부족하며, 생물학적 영향에 관한 실험적 증거 역시 제한되어 결론을 내리는 데 어려움이 있다. 유전체 손상, 적응반응, 면역반응, 방사선과민반응, 호메시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저선량방사선에 대한 인체 유해성은 지속적으로 검증 중이나 아직까지 명확한 결론을 내리기에는 논쟁의 여지가 있다. 따라서 현재까지 저선량 방사선에 대한 위험도 평가는 아무리 작은 선량의 방사선이라도 암 발생의 위험이 존재한다는 선형무역치모델(LNT)을 지지한다. 이는 방사선 방호 목적으로 보수적인 관점에서 LNT가설을 수용한다는 것이다. 100mSv 이하의 저선량 구간에서의 발암 위험성은 아직 명확한 과학적인 근거가 없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정량화된 위험성 추정 및 평가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후쿠시마 주민을 대상으로 건강 영향 평가를 진행 중이다. 현재까지 나온 결과는 짧은 추적 기간으로 인해 아직 방사선에 의한 영향을 확인할 수 없으며, 오히려 실외 운동 부족으로 인한 청소년 비만 증가 등이 보고된다. 체르노빌 사고에 의해 소아의 갑상선암이 방사선에 의해서 잘 생긴다는 것이 알려졌다. 이 소아들의 경우 피폭 선량이 500mSv(방사선흉부촬영, 0.1mSv) 이상이었다. 그 외에 일부 암 발생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지만, 전문가들의 견해는 실제 방사선에 의한 영향보다 정신적 영향이 훨씬 크다는 것이다.

요즘 국내 고리원전 주변 주민의 갑상선암 소송 및 월성원전 주변 주민의 삼중수소 검출 등과 같은 저선량 방사선 피폭에 따른 사회적인 이슈들이 많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이슈들에 대한 과학적인 근거는 여전히 희박하며, 방사선에 의한 영향을 평가 시에 검진효과(screening effects), 샘플수 부족 등과 같은 여러 불확실성이 많이 존재한다. 매우 낮은 선량에서의 건강 이상은 실제 관찰하기 매우 어렵기 때문에 결론 내기가 쉽지는 않지만, 가능성이 매우 낮은 것이 사실이다. 예로, 자연배후방사선이 일반지역보다 몇 배씩 높은 지역에서 암 발생의 증가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유엔방사선과학기구의 최근 보고서가 있다.

최근 관심이 높아진 의료방사선 영향의 경우 소아기의 진단 검사(CT, X-ray) 시 피폭되는 방사선과 암 발생과의 연관성을 보고한 연구 사례도 있지만, 현재까지 대부분의 연구들은 방사선을 이용한 진단이나 치료의 이득이 피폭에 의한 위험성보다 높다는 견해를 유지하고 있다. 방사선에 대한 지나친 공포나 환자와의 소통 부족으로 의료 영역에서 방사선의 합리적 이용을 회피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의료인들이 사회에 방사선의 영향을 설명할 때, 대중에게 더 잘 받아들여진다는 결과가 있다. 우리 의사들 스스로 방사선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고, 올바르게 전달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