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 피폭에 의한 인체 영향에 대해서는 지난 100여 년 동안 연구가 진행되어 왔고, 현재까지의 결론은 아래 그림에서 설명되는 바와 같다. 이 그림은 예방의학 교과서(계축문화사)에 실렸던 그림이다.

방사능에 피폭이 되면 여러 가지 질병이 크게 두 가지 패턴으로 발생한다. 소화기 증상, 백혈구 감소, 폐렴, 백내장, 화상, 사망 등의 영향은 B그래프처럼 발생한다. 한편 암과 유전병은 A그래프처럼 발생한다. 방사능에 피폭되었을 때 가장 흔히 발견되는 질병이 바로 암과 유전병이기 때문에 A그래프에 대한 관심이 요구된다. 이와 같이 방사능 피폭량과 암 발생은 정비례하는 것으로 교과서에 기술되어 있는데, 이는 ICRP(국제 방사선 방호 위원회)의 연구결과를 세계 의학계가 그대로 받아들인 결과이다. 이처럼 피폭량과 암 발생이 정비례 관계에 있기 때문에, 우리 의사들은 피폭량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할 의무를 갖는다.

방사능은 출처에 따라서 자연방사능, 병원방사능, 인공방사능으로 나뉜다. 이 세 가지 중 어디에 속하든 간에 방사선은 인체에 영향을 미치며, 그 정도는 피폭량에 비례하는 것이다. 이 세 가지 방사능 출처 중 자연방사능은 우리 인간의 노력으로 줄이기가 매우 어렵다. 자연방사능은 십여 가지의 방사선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중 중요한 것이 우주선, 라돈 가스, 방사성 칼륨(K40) 등이다. 우주선은 우주로부터 지구 전체에 골고루 떨어지는 방사선이다. 이것은 우리 인간이 줄일 방도가 없다. 라돈 가스는 지구 곳곳의 땅속에서 올라오는 가스인데, 그 농도는 지역에 따라 차이가 난다. 우리나라는 라돈 가스가 많은 편에 속하는 지역이다. 이에 따라 자연방사능 피폭량이 다른 나라에 비해 많다. 라돈 가스는 무겁기 때문에 땅속에서 올라온 이후 지하실 등 낮은 곳에 고여 있게 된다. 반지하에 사는 사람들이 환기에 신경 써야 할 이유이다.

두 번째 방사선의 출처는 병원방사능이다. 우리가 진료하는 과정에서 사용하는 x-ray, CT 등 여러 가지 의료기술들이 방사선을 이용한다. 그러나 의료방사선은 피폭에 따른 위험도 있지만, 건강상의 이익도 있기 때문에 도덕적 정당성이 확보되는 것이다. 환자의 입장에서 의료방사선 피폭에 의한 위험보다 건강상의 이익이 더 크다면 당연히 이 피폭을 감수하는 것이 옳은 선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의사들은 가능한 한 환자들의 피폭량을 줄이기 위해서 노력할 필요가 있다.

세 번째 방사능의 출처는 핵폭탄과 핵사고, 핵실험과 핵발전소 등에서 방출되는 방사능 물질이다. 인공방사능이라고 불리는 이것은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핵사고, 그리고 2,000번에 달하는 핵실험 등에 의하여 전 지구를 오염시켰다. 인공방사능 물질에 의한 피폭은 피폭되는 개인에게 어떤 이익도 주지 않기 때문에 병원 방사능 피폭과는 달리 피폭량에 상관없이 도덕적으로 온당하지 않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후쿠시마 핵사고에 의해 오염된 식품이다. 일본산 가공식품들과 북태평양산 수산물이 인공방사능 피폭의 주된 경로이다. 비록 저농도로 오염된 식품들이라서 건강상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평가되고 있으나, 다음 몇 가지 점에서 우려가 된다.

첫째, 후쿠시마에서 공기와 오염수를 통하여 주변 환경으로 나온 방사능 물질은 100가지가 넘는다. 그러나 우리는 이들 중 세슘과 요오드만 측정하고 있다. 세슘과 요오드가 측정하기 용이하기 때문이다. 주로 감마선을 내는 세슘과 요오드는 세 시간 만에 측정이 가능하지만 다른 방사능 물질은 측정에 한 달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또한, 세슘과 요오드는 후쿠시마에서 나온 100여 가지 방사능 물질 중 특별히 많은 양으로 방출된 물질이 아니다. 그러므로 세슘에 오염된 식품은 다른 방사능 물질 100여 가지가 알 수 없는 양으로 함께 오염되었다고 평가해야 한다.

둘째, 우리나라에서 식품 방사능 오염의 기준치는 100Bq/㎏(㎏당 베크렐)으로 정해져 있다. 이는 음식 1㎏당 1초에 세슘의 핵붕괴가 100개 일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이 기준치 이하의 오염된 식품은 우리나라에서 합법적으로 유통되고 있다. 그러나 후쿠시마 핵사고 이후 이 기준치 이상으로 오염된 식품이 수입되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수백 번의 오염된 식품 수입이 있었으나 모두 기준치 이하였던 것이다. 이는 식품 오염 관리 기준치가 위반이 불가능할 정도로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방사능 피폭량과 암 발생의 확률은 정비례한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의 방사능 식품 오염 기준치는 비현실적으로 높다. 따라서 ‘기준치 이하라서 안전하다’라는 몇몇 공무원의 말에 의존하여 방사능 오염 식품에 대해 안심하고 사는 것보다는 방사능 오염이 의심되는 일본산 식품과 북태평양산 수산물을 조심하면서 사는 것이 옳은 선택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