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학은 실로 많은 발전을 했으며 이제 100세 건강을 논하는 시대가 도래하였다. 이러한 발전은 수많은 연구자들이 만들어 놓은 생리학을 중심으로 한 의학적 기초를 토대로 이루어졌다. 이러한 이유로 의학 분야에서 가장 인류에 공헌한 의학자에게 수여하는 노벨의학상의 공식명칭은 노벨생리의학상이다. 여기서 생리학은 의학의 기초학문에 대한 총칭으로 사용되었으며, 의학의 기본이 인간이 살아있는 이치(生理)를 바탕으로 질병에 대한 논의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생리라는 용어가 의학 분야 노벨상의 공식명칭에 사용된 것이다. 1870년 Koch와 Pasteur가 세균에 대한 이론을 정립한 것을 보면 실로 의학에 대한 기초연구의 역사는 지난 150여 년 동안 많은 연구를 통한 발전을 이루었다. 그 당시 기초연구의 발전 속도는 생명에 대한 강한 호기심으로 인하여 매우 빠르게 발전하였으나 현대에 이르러서는 그 속도가 예전 같지는 않다. 이는 의학의 발전이 생명유지에 있어서 중요한 단계에 대해서는 이제 비교적 정립된 학설을 가지고 있으나 이제는 새로운 시스템의 발견이나 개체별 반응의 원리를 찾아내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Emil Adolf von Behring이 1901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것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106회의 노벨생리의학상이 수여되었으며 모두 210명의 의학자가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하였고 의학 분야별 수상자는 (표-1)과 같다. 수상자의 출생국가를 살펴보면 미국이 70명으로 가장 많고 영국은 26명 일본은 3명을 배출하였다 (표-2).

(표-1) 의학분야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수

*All Nobel Laureates sorted by field. One Nobel Laureate may be listed under several fields.
(출처 : http://www.nobelprize.org/nobel_prizes/medicine/fields.html)

(표-2) 출생국가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수

(출처 : http://www.nobelprize.org/nobel_prizes/country-birth-map/map.php)

그렇다면 왜 우리나라에서는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하지 못할까? 여러 가지 지표를 비교분석하면 이제 OECD에 가입한 우리나라 정부의 R&D에 대한 투자는 총액규모에서도 세계 5위, GDP 대비 R&D 투자비율은 세계 최고일 정도로 정부의 R&D에 대한 관심도 증가되었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를 배출할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된다. 학문의 다른 분야의 실정에 대하여는 잘 모르므로 의학 분야에 대하여만 생각해볼 때 기초의학분야에 종사해온 길을 돌아볼 때 우리나라 정부의 기초의학에 대한 개념을 수정해야 한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든다. 물론 노벨생리의학상이 기초의학에 국한된 것이 아니므로 모든 것을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현재까지 수여된 노벨생리의학상의 분야별 분포를 볼 때 단연 기초의학 분야가 많기에 우리나라에서 기초의학 발전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현재 우리나라 기초의학에 대한 정의 및 육성에 대하여는 생명공학육성법(표-3)에 유일하게 기록되어 있다. 이 법에서 기초의학은 생명공학을 육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학문으로 정의되어 있다. 그만큼 기초의학의 존재이유에 대하여 정부조차 이해가 부족한 상태이다. 인체에 대한 의학적 지식은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다. 이러한 인체의 기초적인 생명유지 현상을 연구하는 기초의학을 보호육성하지 못하고 현대의학이 많이 발전하였으므로 마치 의학적인 진실은 모두 알고 있는 듯이 착각하고 이제 이 지식을 활용하여 공학에 이용하고자 하는 정도의 이해를 하고 있다.

(표-3) 생명공학육성법

미국의 R&D 예산중 국방 분야를 제외한 부분의 절반을 사용하는 NIH는 의학연구를 체계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세계의학연구를 선도하고 있어 70명의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를 배출할 수 있었다. NIH가 2008년 작성한 Roadmap에서 기초연구자가 응용연구에 관심이 적으니 중개연구(translational reseach) 개념을 만들고 기초연구자가 보다 응용연구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NIH 예산에 기존의 기초연구비에 중개연구비를 더하여 연구예산을 편성할 때 우리나라는 기초의학에 대하여 보건복지부에서 보건산업진흥원을 통하여 그나마 유지하던 기초의학연구비를 성과가 없다는 이유로 중개연구비로 변환하여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던 기초의학연구비를 없애버렸다. 이때 우리나라에서 기초의학을 연구하던 연구자들은 아연실색하며 말을 잃었다.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또한 그 이후에 한국연구재단에서 생명과학분야에 속해있던 의약학 연구 분야를 많은 노력을 기울여 성공적으로 의약학 연구의 독립을 유지하였으나 얼마 전 이를 통합하기 위한 시도가 있었으며 이를 저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여 그나마 아직도 의약학 분야를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을 종합하여 볼 때 우리나라 정부의 의학연구에 대한 개념은 많이 수정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기초연구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세계적으로 기초연구에 대하여 대부분의 정부가 꼭 필요하게 참조하는 미국 NSF를 탄생시킨 Vannevar Bush가 1945년 Franklin Roosevelt 대통령에게 제출한 보고서인 Science, the Endless Frontier에서 언급된 기초과학에 대한 내용을 포함하여 미국 NSF에서 1953년에 제작한 제3차 연차보고서에 기록된 기초연구란 무엇인가에 대한 부분을 소개하고자 한다.

"기초연구란 무엇인가? 기초연구자는 모르는 것에 대한 끊임없는 호기심으로 동기부여가 되어있다. 기초연구자의 탐구가 새로운 지식을 찾아내면 미지의 세계를 흐르는 강의 원천을 찾아낸 것과 같은 기쁨을 경험하게 된다. 진실을 탐구하고 자연의 이치를 이해하는 것이 기초연구자의 목표이다. 기초연구자는 독창성과 연구의 심도로써 평가받는다. 과학에서 독창성은 시인과 화가의 독창성과 같은 개념이다.

바네발 부시는 과학, 끊임없는 선구자에서 다음과 같이 언급하였다.
기초연구는 실질적인 성과에 대한 생각 없이 수행된다. 기초연구는 자연의 법칙에 대한 지식과 이해를 그 목표로 한다. 이러한 지식은 수많은 실질적이고 중요한 질문 하나하나에 대하여 완벽하고 특정한 답을 줄 수는 없을 지라도 답을 구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을 제공해준다. 응용연구의 기능은 이와 같이 구체적이고 완벽한 답을 주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기초연구자는 연구를 함에 있어 실질적 응용에 대하여 모두 흥미를 가지고 있지 않을 수 있으나 만일 기초연구를 오랫동안 무시한다면 산업의 발전은 결국 정체되고 만다.

기초연구의 특징은 생산적인 발전을 가져오는 다양한 길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많은 중요한 발견들은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실험연구에서 얻어졌다. 통계적으로 중요하고 매우 유용한 발견들은 기초연구를 하는 중에 이루어졌으나 어떠한 기초연구도 그 결과를 정확하게 예측하지는 못하였다.

기초연구는 새로운 지식을 창출한다. 이러한 지식은 과학을 이용한 자본을 제공하며 실질적 응용을 위한 자본을 형성한다. 오늘날 기초연구가 기술발전의 원동력임은 더욱 분명해졌다.

이와 같이 실질적인 목표에 대한 인식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위대한 과학자들은 지식의 창출이 가장 중요하다고 믿고 있다. 그들은 위대한 발견이 결국에는 인류의 복지에 가장 크게 공헌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러한 믿음은 확인되었다. 과학의 역사를 살펴보면 특정한 실용적 목적 없이 수행된 기초연구가 절대로 비실질적인 연구가 아니라는 것이 확인되었다.

기초연구가 즉시 활용 가능한 가에 대하여는 기회의 게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석유를 찾기 위해 많은 시추를 시도하여 실패하지만 통계적으로는 결국 단 한 번의 성공적인 시추로 많은 이익을 얻게 된다. 다른 관점에서 보면 기초연구는 투자인 것이다.

기초연구와 응용연구의 기본적인 차이는 연구자에게 허용된 자유로움의 정도에 있다. 응용연구에서는 문제점이 정확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최선의 가능한 해답을 찾는다. 그러나 기초연구에서는 이러한 제한에서 자유롭게 해방되어 오직 자신의 상상과 창조력으로 연구한다. 이러한 기초연구자의 발견은 기초과학의 꾸준한 발전을 가져오고 항상 위대한 발견의 기회를 제공한다."

기초연구의 이러한 특성을 잘 이해하고 우리나라도 특정한 응용 목적 없이 순수한 호기심을 해결하기 위한 기초연구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출 때 노벨생리의학상도 우리에게 문을 열 것으로 기대한다. 부디 의학계와 정부가 기초의학연구에 대한 올바른 개념을 가지고 기초의학자들의 호기심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높이 평가하고 자유롭게 연구에 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때, 그리고 임상에서 응용연구를 수행하는 연구자들이 마음껏 연구에 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때 비로소 노벨생리의학상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기초연구에 대한 완벽한 이해 없이는 아직도 노벨생리의학상은 먼 나라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기초연구를 성과중심의 평가를 하는 것보다 의학연구에 대한 호기심이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투자하고 기다리는 인내심이 절실하게 필요하다.